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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리니언시’ 제도, 소비자 피해 보상에도 도입하자

중앙일보 2017.11.30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이성구 더불어민주당 소비자프랜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성구 더불어민주당 소비자프랜들리·특별위원회 위원장

가습기 살균제 사건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가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살충제 계란’, ‘독성 생리대’ 사건이 잇달아 터지며 화학제품·식품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소비자가 안전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한 관련 법제의 제·개정에도 불구하고 배상체계는 여전히 허술하다.
 
소비자 안전 관련 일련의 사건의 공통점은 생산 및 공급자가 여럿이고, 제품과 소비자 피해 간의 상관관계를 특정하기 힘들며, 공급자별로 배상의 기준과 방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일상생활에서 오랜 시간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소비자 본인들이 어느 제품을 사용했는지 특정하거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보니 소비자들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나 적극적으로 보상을 실행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해야 빠른 배상을 받을 수가 있어 배상 능력이 없거나 소극적인 기업의 제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이를 감추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가해 기업들 역시 선도적으로 보상하는 기업들 뒤에 숨어서 책임을 회피하게 된다.
 
적극적으로 나설 때 오히려 손해를 보는 상황이라면 어느 기업이 고양이 목에 앞장서서 방울을 달겠는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법상 자진 신고자에게 혜택을 주는 ‘리니언시 제도’와 같이 여러 기업이 얽힌 사건에서 선도적으로 배상에 나서서 책임을 지려고 하는 기업에 혜택을 주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습기 살균제의 경우, 특정 공급자의 책임이나 기업별 책임 분담률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해당 제품으로 인한 피해가 명확한 피해자는 어떤 가해 기업으로부터라도 선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해당 가해 기업이 자기 책임을 넘어 부담한 부분에 대해서는 법정이자까지 더해 타 기업 혹은 국가에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형태로 현재 요양치료 등의 비용은 정부가 우선 부담하고 공급자들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경우를 찾아볼 수가 있다. 다양한 가해 기업들이 있는 경우의 피해 배상 역시 같은 원칙을 적용해 문제가 된 가해 기업 중 어디라도 우선 배상하고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한다면 훨씬 신속하게 피해 배상이 진행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비용 역시 경감될 것이다.
 
또한 피해자 배상을 미루는 경우, 지연 이자를 지급하도록 해 책임규명이 지체되는 데 따른 부담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 기업들이 지도록 하면 이들은 피해 배상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될 것이다. 가해 기업들이 책임을 회피한다고 비난만 하기보다는 기업의 ‘이윤 동기’를 활용해 신속하고 적극적인 피해배상에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
 
이성구 더불어민주당 소비자프랜들리 특별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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