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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대법원 결정나면 3년치 휴일근로 수당 50% 더 줘야

중앙일보 2017.11.30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근로시간 단축을 향해 움직이던 시계가 일단 멈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관련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다. 내년 봄까지 법을 개정할 기회는 있겠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단축 처리 무산 후폭풍
여여 갈등으로 환노위 통과 못해
대법원, 이르면 내년 2월 판결 전망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 압박 심해
최저임금 인상 이어 엎친 데 덮친 격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문제가 된 건 수당 때문이다. 현행 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다. 여기에 연장근로 12시간이 허용된다. 총 52시간이다. 그런데 정부 행정해석에는 휴일근로 16시간(토·일 각 8시간)도 들어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68시간으로 보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수당도 휴일근로 할증률 50%만 적용한다. 경기도 성남시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20여 사업장의 근로자가 이에 문제를 제기했다. 휴일근로는 연장근로(50%)이면서 휴일근로(50%)이기 때문에 수당을 100% 할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

국회의 법 개정 작업은 이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작업이었다.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명시해 관행화된 68시간을 12시간 줄인다는 내용이다. 수당 할증률은 현행대로 50%로 책정했다. 52시간으로 제한하면 굳이 휴일에 일할 필요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했다.
 
대기업은 내년에 바로 시행하고, 중소기업은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방안을 담았다. 여야 3당 간사가 합의했다. 그런데 여당 일부 의원이 이에 반대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정부가 그동안 적용하던 행정해석을 폐기해 근로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무리다. 행정해석을 폐기하면 모든 기업이 곧장 시행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입을 경영상 타격은 가늠하기 힘들다. 또 정부 해석을 따랐던 기업은 모두 범법자로 전락해 수사대상이 된다.
 
결국 대법원 판결로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대법원은 이와 관련된 사건을 2008년 넘겨받았다. 그러나 국가 경제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 판결을 미뤄왔다. 법 개정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을 정치권과 정부에 준 셈이다. 한데 그 시간을 마냥 허비했다. 결국 대법원은 내년 1월 공개변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공개변론 뒤 2~3개월 안에 판결이 나는 점을 고려하면 이르면 내년 2월, 늦어도 4월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금까지 판례를 봤을 때 대법원은 ▶주당 최대 52시간 ▶휴일 할증 100%로 볼 공산이 크다는 게 노사정의 예측이다. 판결이 나면 모든 사업장에 근로시간 단축이 적용된다.
 
판결에 따른 할증률 100%를 적용하면 할증률 50%가 적용된 수당을 받은 근로자는 나머지 50%에 대해 수당을 소급해 받아야 한다. 기업은 3년 치(근로기준법상 임금채권 유효기간) 휴일 근로수당을 계산해 한꺼번에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경영계는 큰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12조3000억원(한국경제연구원)에 달한다는 추계도 나왔다. 이 부담액의 상당액(8조6000억원)이 중소기업 몫이다. 대기업은 그나마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8월부터 40시간 근무에 연장근로 12시간을 넘으면 임원에게 통보토록 했다. 현대자동차도 개선안을 마련 중이다. SK하이닉스 등은 3~4교대 방식으로 근로시간을 줄이고, 추가 연장근로 금지를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하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경영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시행되면 엎친 데 덮친 격이 된다. 3년 치를 일시불로 지급해야 하는 수당부담에다 생산성 하락도 불가피하다.
 
반면 노동계는 법안 처리가 늦어진다고 해도 아쉬울 게 없다. 대법원 판결이 나면 근로시간 단축에다 수당 보전을 통해 두둑한 돈 봉투까지 챙길 수 있어서다.
 
근로자도 같은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근로시간이 줄면 임금도 적어진다. 특히 대기업 정규직 임금의 50%도 안 되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호주머니는 더 쪼그라든다. 대·중소기업 근로자 간 양극화가 심화한다는 얘기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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