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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50대 여성, 왜 살인혐의 받고 남편까지 잃었을까?

중앙일보 2017.11.30 00:01
십년지기 지인을 수면제로 재운 뒤 매장한 혐의로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폭력적인 동거인으로부터) 도와주려던 자신을 오히려 절도범으로 몰아 그랬다”고 범행동기를 밝히고 있다. ‘앙심’으로 그랬다는 것이다. 
 

50대 여성, 평소 가깝게 지내던 40대 여성 수면제 먹인 후 생매장
"10년 넘게 언니 동생하며 지냈는데 날 절도범으로 몰아" 주장
절도로 벌금형 선고 받은 후 앙심 품고 범행
매장 땐 20대 아들과 60대 남편도 나서
경찰 압수수색 이뤄지자 남편 스스로 목매 숨져
모자(母子) 구속영장 신청 추가 동기 조사 중

하지만 앙심에 평범한 이 여성의 가정은 풍비박산 났다. 20대 아들도 공범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고, 매장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60대 남편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십년지기 여성을 잠들게 한 뒤 매장한 혐의로 50대 여성과 이 여성의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시신발굴 중인 경찰 모습. [사진 경기 분당경찰서]

십년지기 여성을 잠들게 한 뒤 매장한 혐의로 50대 여성과 이 여성의 20대 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진은 시신발굴 중인 경찰 모습. [사진 경기 분당경찰서]

현재까지 경찰 조사에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7월14일 이모(55·여)씨와 이씨의 아들 박모(25)씨는 A씨(49·여)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인근으로 불러내 만났다. 이씨와 A씨는 10여년간 성남에서 친목모임을 해온 돈독한 사이다. 이 모자는 렌터카에 A씨를 태운 뒤 미리 준비해둔 수면제를 탄 커피를 건넸다.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 전경 [중앙포토]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든 커피를 마신 A씨는 곧 잠들었다. 이씨는 별거 중인 남편(62)이 사는 강원도 철원으로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A씨를 차 밖으로 옮겼다. A씨는 남편의 농지에 잠든 채로 매장됐다.

 
그렇게 사건이 묻히는 듯했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8월10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A씨의 실종신고가 이뤄지면서다. 사라진 A씨의 전화통화나 은행거래 등이 확인되지 않자 경찰은 납치 등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열어 놓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분당 생매장 사건의 피의자 아들 모습. [사진 경기 분당경찰서]

분당 생매장 사건의 피의자 아들 모습. [사진 경기 분당경찰서]

 
A씨의 소재파악에 나선 경찰은 9월 초쯤 이씨가 ‘A씨를 봤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에게 하고 다닌다는 제보를 접했다. 이후 아들 박씨가 7월14일 렌터카를 이용해 철원에 다녀온 사실을 확인했다.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은 남양주에서 꺼졌는데, 렌터카는 남양주를 지나갔다. 
 
이씨가 같은 날 성남과 철원에서 전화통화를 한 점도 확인했다. 하지만 이씨는 A씨를 만난 사실을 부인하고, 박씨는 경찰의 출석요구에 계속 응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생존 등을 확인하려 지난 24일 이씨와 박씨에 대해 감금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8일 서울과 시흥에서 각각 체포했다. 같은 날 이씨 남편의 철원자택도 동시에 압수 수색을 했다.
 
당시 남편 박씨는 피의자가 아닌 압수수색 입회인 신분이었다. 박씨는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경찰의 눈을 피한 뒤 자택 인근 창고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잠든 여성의 매장을 도운 피의자 여성의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앙포토]

잠든 여성의 매장을 도운 피의자 여성의 남편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앙포토]

 
경찰은 이씨 모자를 상대로 수사를 벌여 28일 오후 늦게 자백을 받았다. 이씨는 “자신을 오히려 절도범으로 몰아 그랬다”고 진술했다. 이씨는 지난해 6월 “소지품을 좀 가져다 달라”는 A씨의 부탁을 받았다고 한다. A씨 동거남의 집에 들어가 A씨의 옷·가방 등을 챙겨 나왔다가 절도범으로 몰렸다. 
 
A씨 동거남이 신고해 경찰수사가 이뤄졌는데 A씨가 말을 바꿨다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 불구속 상태에서 경찰, 검찰 조사를 받던 이씨는 결국 절도죄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10년간 언니 동생으로 지내던 사이는 그렇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아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철원 아버지 집에 도착한 뒤 어머니는 아버지 집에 남아있고, 아버지와 내가 A씨를 텃밭으로 옮겨 땅에 묻었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경찰은 지난 29일 아들 박씨가 지목한 장소에서 A씨의 시신을 수습했다.
검거 이미지. [중앙포토]

검거 이미지. [중앙포토]

 
시신의 부패가 이뤄져 육안으로 외상 등이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A씨 시신을 부검 중이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추가적인 범행동기 등을 밝힌다는 계획이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지난 29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이씨와 아들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30일 오전 11시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된다. 이 모자는 분당경찰서·수정경찰서 유치장에 각각 수용돼 있다. 입을 맞추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성남=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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