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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권 재진입 이번엔 성공했을까

중앙일보 2017.11.29 18:29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새벽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북한 조선중앙TV가 ICBM '화성-14'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공개한 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9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은 대기권 재진입에 성공했을까. 정보 당국은 “분석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1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ICBM 최종 완성 단계를 눈앞에 두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고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은 ICBM의 탄두부가 대기권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입한 뒤에도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도록 유도하는 기술이다. 재진입 과정에서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발생하는 고열 속에서 탄두부 표면이 고르게 깎이도록 하는 게 포인트다. 탄두부 모양이 일그러지면 목표를 벗어나거나 도중 폭발할 수도 있다.
 
화성-14형 2차 발사 지난 7월 28일 NHK의 CCTV에 잡힌 재진입 장면. [사진 NHK 캡처]

화성-14형 2차 발사 지난 7월 28일 NHK의 CCTV에 잡힌 재진입 장면. [사진 NHK 캡처]

 
북한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에 대한 국정원의 판단은 지난 7월 두 차례 ICBM급인 화성-14형 시험 발사에 대한 분석에 바탕을 뒀다. 지난 7월 28일 화성-14형의 2차 발사 때 일본 NHK는 홋카이도에서 탄두부의 낙하 영상을 페쇄회로(CC)TV로 촬영했다. 이 영상에 따르면 화성-14형 탄두부는 6~8㎞ 고도 상공에서 구름을 뚫고 섬광 모습으로 내려오더니 3∼4㎞ 상공에서 빛을 잃고 빠르게 사라졌다. 당시 탄두부가 마찰과 고열을 견디지 못해 여러 조각으로 분해된 것으로 판단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앞선 지난 7월 4일 1차 발사 때도 실제 탄착 지점이 당초 목표 지점과 상당히 멀리 떨어졌다는 의견(민간 정보 업체 ‘스트러티직센티널’)도 있다.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는 화성-15형이 “동해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처럼 목표 지점에 명중했다고 하더라도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 완성됐다고 보기 어렵다. 정점 고도 4475㎞까지 올라가는 고각 발사였기 때문이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제대로 검증할 수는 없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고각 발사는 거의 수직으로 쏴 수직으로 떨어지면서 정상각(30~45도) 발사보다 대기권 비행시간이 짧다”면서 “그러면 탄두부가 받는 에너지와 마찰열이 훨씬 낮아진다”고 설명했다.
 
고각으로 발사하면 사거리도 줄어든다. 그런데도 북한이 고각 발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주변이 한국·중국·일본·러시아로 둘러싸인 환경 때문이다. 북한이 이들 국가의 영해에 미사일을 떨어뜨리면 국제법적 문제가 발생하며, 또 이들 국가가 북한의 미사일을 찾아내 분석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북한은 태평양 해상으로 미사일을 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 8월 9일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 4발로 괌을 포위사격하겠다고 발표한 게 그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태평양을 향해 발사한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통과할 때 미국과 일본이 요격할 가능성이 있다. 북한으로선 대기권 재진입 기술 검증이 딜레마인 셈이다.
 
하지만 권 전 교수는 “전자기펄스(EMP) 공격의 경우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반드시 확보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MP는 핵무기 폭발 때 발생하는 강력한 전자기파로 지상의 전자기기 내부 회로를 태우는 공격 방법이다. EMP 공격을 받은 내부 회로는 완전히 타버리기 때문에 복구할 방법이 전혀 없다. 단 한 번의 EMP 공격으로 현대 문명을 순식간에 석기시대로 돌려보낼 수 있다. 권 전 교수는 “북한이 미국을 공격할 경우 고도 400㎞ 상공에서 핵폭탄 폭발로 미국 전역에 EMP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 때문에 미국 의회는 지난 9월 30일 해체한 ‘핵EMP 위원회’를 부활시키기로 결정했다. 이 위원회는 앞으로 20년 동안 미국에 가해질 수 있는 EMP 공격이나 이와 유사한 형태의 공격 가능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의회에 보고하고, 이에 대한 대비 전략을 담은 최종 보고서를 국방부 장관에게 제출한다. 이 위원회는 지난 2008년 발간한 보고서에서 “여러 개의 핵탄두로 미국이 전면적인 EMP 공격을 받을 경우 기간시설이 마비돼 18개월 내 미국민 90%가 식량 부족과 질병 등으로 사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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