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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문재인 한반도정책' 방미 설명회 날 ICBM …통일부의 좌절

중앙일보 2017.11.29 17:15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외교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외교협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북한의 3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압박과 남북대화 병행'을 골자로 한 대북 정책을 또 한 번 좌절하게 만들었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지난 21일 공개된 ‘문재인의 한반도 정책’을 미국 정부와 싱크탱크 등에 설명하러 워싱턴을 방문한 도중 3차 발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천 차관은 27일(현지시간) 토머스 섀넌 미 국무부 정무차관을 만나 한반도 정책을 설명한 데 이어 28일 미국외교협회와 아산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한반도국제포럼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공개 설명회를 가졌다.

천해성 차관 "원숭이도 나무에 떨어지지 않게 꼭 매달릴 때"

그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한국과 동맹인 미국의 확고한 공조 아래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면 북한 핵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인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충분히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 제재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남북 간 대화 채널을 만들고 비정치적 분야에서 교류ㆍ협력 노력을 일관되게 하는 것이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를 유인하고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다.
천 차관은 “평화를 정착하기 위한 노력이나 남북 관계를 위한 노력도 핵 문제 해결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진전시킨다면 거꾸로 이런 것들이 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제재ㆍ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며 단계적인 접근을 통해 해결하는 동시에 남북 간 대화와 교류도 함께 진전시켜 나간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의 핵심을 설명한 것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두어 시간이 지나지 않아 북한의 역대 최고 고도, 최장 비행시간, 1만 3000㎞로 추정되는 최장 사거리를 가진 3차 ICBM 발사 소식이 CNN 등 미국 방송과 신문 속보와 헤드라인 기사를 채웠다. 지난 7월 17일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적십자 회담 및 군사회담을 동시 제안했으나 북한의 2차 ICBM 발사와 연이은 6차 핵실험으로 무산됐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천 차관은 이날 저녁 워싱턴 특파원과 간담회도 ICBM 발사에 따라 별도의 발언이나 질의응답 없이 참석자들에게 ‘문재인의 한반도정책’이란 책자를 나눠주는 것으로 마쳤다.  
천 차관은 “지금 대화를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나로선 아무 얘기를 하지 않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하지만 장차 국면이 바뀔 때를 대비해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분위기는 나무가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꼭 붙들고 있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짤막하게 소회를 전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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