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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감독이 말하는 소설과 달라진 점

중앙일보 2017.11.29 17:04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 감독 / 사진=라희찬(STUDIO 706)

[매거진M] 32년의 시간을 초월해 고민 상담이 이뤄지는 곳. 나미야 잡화점에는 오늘도 손으로 꾹꾹 눌러 쓴 편지가 도착한다. 환상적 이야기에 뭉클한 감동을 담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2018년 2월 개봉 예정, 히로키 류이치 감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일본에선 약 10억엔의 흥행 수입을 올리며 원작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국내 관심도 높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의 창 부문에 초청됐고, 11월 29일부터 12월 3일까지 열리는 메가스타 페스티벌(스타필드 하남)의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히로키 류이치 감독(63)과의 인터뷰를 전한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로키 류이치 감독 인터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도둑질을 하던 세 청년이 경찰을 피해 폐가가 된 옛 잡화점에 숨는다. 그때 가게 안으로 툭 떨어진 편지 하나. ‘생선가게 뮤지션’이라 밝힌 편지의 주인공은 음악으로 별 성공을 거두지 못한 자신의 처지를 토로한다. 세 청년은 답장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알게 된다. 바로 이 편지가 과거로부터 왔다는 것을. 이 영화는 원작에 나온 여러 에피소드 중 몇 개를 추려 한 편의 영화로 완성했다. 히로키 감독은 “갈 곳 없던 세 청년이 일면식 없는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며 성장하는 모습에 맞춰 영화를 구성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게 된 계기라면. 
“내가 참여하기 2년 전부터 사이토 히로시 작가가 각본을 쓰고 있었다. 제작진이 반쯤 완성된 각본을 주며 연출을 제안했다. 읽어 보니 상당히 공을 들인 각본 같아 욕심났다. 다만 판타지 색이 뚜렷해서,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원작보다 더 사실적으로 표현돼 더 와닿는 대목이 많더라. 
“극 중 세 청년은 보호 시설에서 자랐기 때문에 보통의 또래보다 더 힘든 환경에 처해 있다. 삶에 큰 기대가 없던 이들이 나미야 잡화점에서 고민 상담을 하며 자연스레 타인과 교감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된다. 이 모든 일을 겪은 아이들은 어떻게 변화할까. 그래서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이 과정을 잘 담아 원작이 가진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세 청년과 나미야(니시다 토시유키·사진), 그리고 편지에 등장하는 인물들까지 한 영화에 모두 엮었다. 
“그래서 젊은 배우부터 중년 배우까지 다양한 연기를 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건 작품의 톤을 균일하게 맞추는 거였다. 그래서 연기 조율이 중요했는데, 각 대목마다 배우들과 리허설을 많이 해야 했다. 그 작업이 매우 즐거웠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시간이 엉킨 나미야 잡화점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건 어땠나.
“여전히 잘 정돈돼 있지만 시간이 흘러 퇴색된 가게의 느낌을 미술팀이 잘 구현해 줬다. 촬영지도 중요했는데, 옛 정서가 남아 있는 거리를 찾아 다행이었다. 그 거리에서 30여 년 전 나미야 잡화점 앞을 지나던 전철이 현재에 있는 세 청년의 몸을 통과하는 모습이 나온다.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는 이런 판타지한 대목을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을까 많이 고심했다.”
 
-음악이 인상적이다. 생선가게 뮤지션인 마츠오카 가츠로(하야시 켄토)가 만든 곡에 가사를 붙인 ‘리본(Reborn)’이 마음을 울린다. 
“이 영화를 위해 가수 야마시타 타츠로가 직접 만든 노래다.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당신을 잊지 않아요. (중략) 언젠가 또 다시 만날 때까지 잠시 이별이에요’ 라는 가사 역시 그가 썼는데, 영화와 꼭 들어맞아 좋았다. 나 역시 마츠오카의 에피소드를 제일 좋아하기도 하고. 야마시타는 일본에선 아주 유명한 가수다. 크리스마스 시기마다 그의 캐롤이 도쿄를 가득 채울 정도다.”
 
-원작이 한국과 일본 모두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부담은 없었나. 
“유명한 작품을 영화로 옮기는 작업은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도 원작에 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했다. 원작을 읽었던 관객은 글자로 접한 세계를 눈으로 볼 수 있어 더 큰 감동을 받을 것 같다. 일본 개봉 당시 히가시노 작가가 영화를 보고 기뻐해서 다행이었다. 그가 ‘가족과 다시 보러 왔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말해줬다(웃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후쿠시마 출신인 히로키 감독은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이브레이터’(2003)를 비롯 60여 편에 이르는 영화를 연출해 왔다. 에로·코미디·드라마·멜로 등 장르의 스펙트럼도 넓다. 그중에서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 영화가 눈에 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과 함께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그녀의 인생은 잘못이 없어’(2017)도 그 중 하나. 후쿠시마에서 동일본대지진을 겪은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작품마다 여성적 감수성이 느껴진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많은 관객이 기억하는 ‘바이브레이터’는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이 원작이어서, 그런 느낌이 있다. 개인적으로 여자를 좋아해 항상 관찰한다(웃음). 여자 동료들에게 사소한 행동의 이유를 물어보기도 하고. 사실 여성과 남성 모두 느끼는 감정은 비슷한데, 여성이 감정 표현을 훨씬 더 잘하는 것 같다. 남자는 모호하게 굴 때가 많으니까. 그런 이유에서 정서적인 영화에 주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소재·장르면에서 다양한 영화를 오랜 시간 만들어왔다. 스스로 변화한 점을 느끼나. 
“예전엔 주인공 한 명이 이끌어 가는 영화를 선호했는데, 요즘은 다양한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영화가 좋더라. 각자의 기운이 자연스레 연결될 때 좋은 이야기가 되는 영화. 예전엔 인물들의 조화를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지금은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그런 맥락에 있는 영화다. 요즘엔 액션영화도 욕심이 난다.”
 
-1년에 두 편 이상 꾸준히 연출했다. 다작의 비결은. 
“매일 먹는 술? 하하. 특별한 건 없고 호기심과 의욕이 많다. 일터든 사석이든 만나는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걸 영화에 어떻게 써볼까 생각하는 버릇도 밑거름이 된다. 지금만 해도 당신이 머리를 쓸어 내리는 모습을 눈여겨봤다(웃음).”
 
-차기작은. 
“개봉이 정해진 건 ‘이토군 A to E’. 내년 1월에 일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미스터리 연인 이토’를 영화로 옮긴 작품인데, 이토라는 남자가 다섯 명의 여자와 연애를 하는 이야기다. 야할 것 같지만, 실제론 별로 야하지 않다(웃음).”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현대문학)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추리 소설로 유명한 히가시노 작가가 2012년 내놓은 판타지 소설. 추리 소설은 아니지만 여러 에피소드를 촘촘하게 엮은 구성 덕에 몰입도가 높다. 인간 내면의 선한 본성, 이타심 등 히가시노 작가 본연의 주제가 도드라지는 것이 특징. 세상의 수없이 많은 타인이 서로 연결되어, 함께 기적을 만드는 삶. 따뜻하고 희망적인 메시지가 일본 열도와 한반도를 사로잡았다. 국내 독자의 반응도 뜨거웠다. 지난달 6일 교보문고가 발표한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일본 소설 1위’에 올랐으며, 동명 연극이 제작되기도 했다.
 
  
 
부산=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사진=라희찬(STUDIO 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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