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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된 영덕원전1,2호기 땅 보상하라" vs "못한다" 법정 공방

중앙일보 2017.11.29 16:44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백경서 기자

천지원전이 지어질 계획이었던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 백경서 기자

"5년 동안 원전 예정지로 묶여 재산권 행사를 못했는데, 이제 와서 땅을 못 사겠다니…한국수력원자력이 책임지고 토지보상을 해줘야 한다." (경북 영덕 천지원전 예정 부지 소유주들)
"소송을 낸 38명의 지주(부지 소유주) 중 일부는 실소유주가 아니다. 원고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 행정재판은 아예 무효다." (한수원 측)

천지원전 1·2호기 2027년 완공 예정
탈원전 정책 이후 건설 백지화
땅주인 38명 "예정대로 땅 사야"
한수원 "소송 자체가 무효" 맞서

 
29일 대구 수성구 대구지법 신별관 제303호. 
경북 영덕 천지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건설 예정지의 토지 소유주들이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소송의 첫 재판이 열렸다. "한수원이 계획대로 땅을 사지 않으면 위법"이라며 지주들이 제기한 소송이다. 
 
이날 지주 38명의 대표로 나선 조혜선 천지원전총지주연합회 회장은 "정부의 정책이 한순간에 뒤집히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보게됐다"며 "한수원은 2년 전 낸 보상공고를 이행해 땅을 모두 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 측은 소송 자체가 무효임을 주장했다. 
한수원 측 변호사는 "소송을 건 원고 38명의 지주 중 5명이 실제 땅 소유주인지 불분명하다"며 원고가 일치하지 않는다 주장을 뒷받침 하기 위한 자료를 제시했다. 
 
하지만 원고 측 조 회장은 "해당 문건은 5년 전 작성했기에 그동안 재산 상속 등으로 실제 주인이 바뀌었다. 등기부등본을 확인하면 모두가 맞다"고 맞섰다. 
 
천지원전 건설부지

천지원전 건설부지

천지원전 1, 2호기는 영덕군 영덕읍 석리 일대 319만㎡ 부지에 2027년께 완공될 예정이었다. 2012년 9월 원전 예정구역으로 고시되면서 지주들은 땅에 대한 일부 재산권을 마음대로 행사하지 못하게 됐다. 한수원은 2015년 11월에 보상공고를 냈다. 천지원전 부지의 땅 지주는 850여 명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7월 매입공고에 들어가 같은 해 12월까지 전체 부지 중 18.2%(59만여㎡)를 매입한 상태다.  
 
이날 재판에 참석한 이광성 천지원전추진대책회장은 "나는 지난해 한수원에 땅을 팔았지만, 그 사이에 탈원전 정책이 나와 나머지 지주들은 날벼락을 맞은 기분일 것"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천지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데, 왜 피해는 주민들의 몫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대구 수성구 대구지방법원 전경. 대구=김정석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탈원전 정책'이 추진되자 지난 7월 초 산업통상자원부는 지주들에게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이에 지난 7월 21일 영덕 천지원전 땅 주인 38명은 대구지법에 '부작위위법 확인'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은 행정기관이 일정한 처분을 해야 하는 법률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 위법인지 여부를 가리는 것이다. 
 
땅 주인들은 한수원이 천지원전이 들어서 땅을 매입하겠다고 했다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약 18%정도만 매입하고 그만둔 것이 위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전 사업 예정지의 땅 매입을 주민들이 직접 요구한 소송으로는 첫 사례다.
 
조 회장은 "사실 우리가 승소를 해도 이것은 위법이라는 것일 뿐 이행을 하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지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변호인도 없이 재판장에 섰다. 한수원에서 재판을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시간을 끌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1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회관에 주민이 모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마을회관에 주민이 모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정부가 건설을 백지화한 원전은 총 6기다. 2기는 아직 이름과 장소가 정해지지 않았고, 경북에만 4기의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올해 착공 예정이던 울진군 신한울 3·4호기와 2019년 착공 계획이었던 영덕군 천지 1·2호기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발표 직후인 지난 6월부터 이들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은 모두 멈췄다. 신한울 3·4호기는 용지를 다 매입한 뒤인 실시설계 중에, 천지 1·2호기는 용지 매입 과정 중에 있었다. 
 
대구=백경서·김정석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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