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회사 내부비위를 폭로한 환경미화원의 명예훼손 무죄, 왜?

중앙일보 2017.11.29 13:09
불꽃축제 끝난 뒤 쓰레기를 정리하는 환경미화원.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연합뉴스]

불꽃축제 끝난 뒤 쓰레기를 정리하는 환경미화원.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연합뉴스]

 
“회사가 폐수를 무단 방류했다”는 내부고발을 했다가 명예훼손죄로 피소돼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환경미화원들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내부고발로 인한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공공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1심과 다른 판단을 내렸다. 

집회현장서 폐기물 업체 부조리 확성기로 폭로했다 1심서 벌금형
항소심 재판부 "내부고발로 인한 명예훼손 판단시 공공성 고려해야"

 
청주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구창모)는 29일 자신이 일하는 폐기물 업체 대표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A씨(49)와 B씨(51) 등 2명에 대해 각각 벌금 5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충북의 한 폐기물 수집·운반업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A씨와 B씨는 2015년 10월 26일 오후 4시쯤 관공서 정문 앞에서 노동조합 일원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확성기를 통해 “회사가 불법으로 폐수를 방류한 것도 모자라 아예 통을 제작해 폐수 방류를 지시했다”며 “폐기물관리법에 반하는 불법 폐기물 수거를 지시하고 근무시간에 직원들을 사장의 개인적인 일에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이 업체 대표는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A씨 등 직원 2명을 고소했다.
청주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청주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재판에 넘겨진 A씨 등은 “주장한 것은 모두 사실이고, 일부가 사실과 다르더라도 허위라고 인식할 수 없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와 B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며 “피고인들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는 만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행위”라고 판시했다.
 
A씨와 B씨는 이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항소심은 A씨 등의 내부고발을 명예훼손으로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과 같은 ‘내부고발’ 행위를 수사처럼 엄격한 확인을 요구하면 명예훼손죄에 얽매어 내부의 부조리를 제기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내부고발은 조직 차원에서 보면 불복종과 규범의 일탈이지만 사회전체로 보면 범죄예방에 기여하는 옳은 행위”라며 “법원도 내부고발의 명예훼손 여부를 판단할 때 공공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들이 허위사실이라는 점을 인식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피고인들의 폭로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위로 위법성 조각(阻却) 사유”라고 덧붙였다.
 
위법성의 조각이란 범죄 행위의 조건이 인정돼도 특별한 사유가 있어 위법하지 않다고 결정하는 것을 말한다. 형법 제310조에는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검찰은 이 판결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