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솎고 절이고 씻고 … 괴산 절임배추 생산공장, 하루가 짧다

중앙일보 2017.11.29 01:51 종합 25면 지면보기
22일 오전 충북 괴산군 문광면 송평리 ‘괴산 시골 절임배추 영농조합’. 절임배추 생산 공장의 창고에 가보니 800~1000㎏짜리 대형 마대 자루에 배추가 가득했다. 택배차는 절임배추를 가득 싣고 서둘러 공장을 나섰다. 공장 안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직원들이 절인 배추를 탱크에서 꺼내 컨베이어 벨트에 쉴새 없이 올려놨다. 자동 세척기로 줄줄이 옮겨진 배추를 4차례 세척을 마친 뒤 반으로 썰어 비닐봉투에 담았다.
 

1996년 국내 첫 상품화 전국 유통
주부 일손 줄여 히트상품 자리매김
김장시즌 맞아 공장 12시간 풀가동
주문 전화 폭주 … 매출 300억 거뜬

오경(46·여) 차장은 “오늘 절임배추 1만4000㎏을 납품해야 한다”며 “일반 가정뿐만 아니라 기관에서도 절임배추 주문이 쇄도해 온종일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손기용(오른쪽) 괴산시골절임배추 대표가 대형 절임통에서 절임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공장은 하루 최대 3t의 절임배추를 생산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손기용(오른쪽) 괴산시골절임배추 대표가 대형 절임통에서 절임배추를 보여주고 있다. 이 공장은 하루 최대 3t의 절임배추를 생산한다. [프리랜서 김성태]

산골 마을 괴산이 김장철 대목을 맞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 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한 절임배추 덕분이다. 집집마다 갓 재배한 배추를 손질해 도시에 납품하고, 절임배추를 대량 생산하는 공장도 들어섰다. 작황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소득을 얻게 된 농민들은 “절임배추가 괴산의 효자 특산물이 됐다”며 입을 모은다.
 
괴산은 ‘절임배추의 원조’다. 1996년 절임배추를 가장 먼저 상품화하고 전국에 유통했다. 98년 괴산의 절임배추 농가들이 생산자협의회를 구성한 데 이어 2012년 절임배추를 전문으로 납품하는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국내산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이고 천연 암반수로 씻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는 방식이다. 절임배추의 등장으로 도시 주부들은 김장이 한결 쉬워졌다. 택배로 받은 절임배추에 양념만 넣고 버무리면 손쉽게 김치를 담글 수 있어서다.
 
괴산에선 올해 660개 농가, 482㏊ 농지에서 절임배추 104만 상자(1상자당 20㎏)를 생산할 예정이다. 예상 매출액은 약 312억원이다. 이는 괴산군 한 해 예산(4500억원)의 7%에 달한다. 최한균 괴산군 유통가공팀장은 “절임배추는 10㏊당 농가 평균 소득액이 647만원으로 다른 농작물보다 월등히 높다”고 말했다.
 
김장배추의 구매 형태별 선호도

김장배추의 구매 형태별 선호도

이날 찾은 공장은 괴산 절임배추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11월 달력은 주문 물량을 적은 글자로 빼곡했다. 생산라인 직원들은 오전 8시에 출근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12시간 동안 끊임없이 절임배추를 생산했다.
 
절임배추는 반자동시스템으로 만들어진다. 15~16도로 유지되는 저온 저장 창고에서 배추를 보관했다가 기계로 잎 솎아내기 작업을 한다. 이후 배추 500포기가 들어가는 대형 절임통(총 20곳)에서 하루 동안 배추를 절인다. 이튿날 오전 컨베이어 벨트에 배추를 올려놓으면 공기방울 세척기가 자동으로 배추를 씻는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손을 거쳐 세척한 배추는 금속검출기로 이물질 잔존 여부를 확인한 뒤 포장한다.
 
괴산시골절임배추 영농조합 손기용(54) 대표는 “해썹(HACCP)인증을 받은 공장에서 깨끗하게 생산된 절임배추만을 선별해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며 “크기가 작은 배추는 따로 모아 불우이웃에게 준다”고 말했다.
 
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