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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아마존 모시기 대작전’이 남긴 것

중앙일보 2017.11.29 01:39 종합 34면 지면보기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의 제2 본사를 유치하려는 각 도시의 야단법석이 일단 마무리됐다. 지난달 19일이 도시들로부터 공개 제안서를 받는 마감시한이었는데 미국·캐나다·멕시코의 238개 도시가 제안서를 냈다. 아마존은 이들이 낸 제안서를 꼼꼼히 검토해 내년 안에 최종 결론을 낼 방침이다.
 
인구 5000여 명의 텍사스주 깡촌 도시 록데일에서 알래스카주 앵커리지까지 각 도시가 아마존을 향해 편 절박한 구애작전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아마존 유치에 꼭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미 부동산정보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Apartment List)’는 아마존이 오면 일부 도시의 경우 부족한 주거시설 등의 이유로 월세가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Raleigh)’는 월세가 매년 1.5~2%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새너제이도 매년 1~1.6%, 피츠버그는 1.2~1.6%, 볼티모어는 1~1.3%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은 이미 이를 경험했다. 치솟은 월세로 시애틀 킹카운트 한 곳에서만 노숙자가 1만 명이 넘는다. 시애틀 전체의 올해 월세 상승 폭은 2위 도시를 두 배 차이로 가볍게 따돌렸다. 한 기업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도시경제 모델이 위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시애틀에 본사를 둔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이 재채기할 때 독감에 걸렸던 과거를 시민들이 기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런데도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린 구애작전이 벌어진 이유는 그만큼 각 도시의 경제 사정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이 내건 조건에 턱도 없이 못 미치는 도시들도 제안서를 내밀었다.
 
구애작전은 몇 페이지짜리 제안서에 그치지 않았다. 캔자스시티의 슬라이 제임스 시장은 아마존닷컴 사이트에 올라온 1000개의 상품에 직접 리뷰를 남기고 일일이 별점 5개를 줬다. 매사추세츠주의 5개 시골 도시가 연합한 로어 메리맥 밸리 지역은 “우리 결혼해요”란 문구가 적힌 대형 가짜 다이아몬드 반지까지 아마존에 보냈다. 제안서 마감 하루 전날 뉴욕 맨해튼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원월드트레이드센터는 아마존의 상징색인 주황색 조명을 밝혔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소상공인들은 제안서를 마감일 직접 시애틀 아마존 본사까지 가서 제출했다. “앵커리지가 조건에 딱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다른 기업이라도 올 수 있게 앵커리지가 이런 장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다.” 제안서를 직접 들고 간 메간 스테이플턴 사장의 말이다.
 
한국의 도시들은 우량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이렇게 절박한 유치전을 펼 용의가 있을까.
 
최지영 라이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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