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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대법관 후보에 ‘서오남’ 아닌 현장 법관 발탁

중앙일보 2017.11.29 01:13 종합 6면 지면보기
안철상(左), 민유숙(右)

안철상(左), 민유숙(右)

김명수(58) 대법원장이 28일 안철상(60) 대전지법원장과 민유숙(52)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대법관 후보로 제청했다. 내년 1월에 퇴임하는 김용덕(60)·박보영(56) 대법관의 후임 인사이자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첫 제청권 행사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두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 임명 동의를 요청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동의 여부를 표결한다.
 

건국대 나온 안철상 대전지법원장
여성 민유숙 서울고법 부장판사
기존 승진 필수코스 행정처 안 거쳐

이번 인선은 대법관 후보의 전형성을 지적하는 용어인 ‘서오남(서울대 졸업한 50대 남성)’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대법원장과 사법연수원 동기(15기)인 안 후보자는 건국대 법대를 졸업했다. 민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18기로 서울 배화여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두 후보자 모두 대법관 승진 필수 코스로 여겨지는 법원행정처 근무 경험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앞서 진행된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 과정에서 김 대법원장은 ‘의견 제시’를 통해 대상자를 사전에 통보하는 관행을 깼다. 세 차례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 제청 여부에 관심이 쏠렸던 민변 회장 출신의 김선수(56·17기) 변호사는 최종 제청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안 후보자는 1986년 마산지법 진주지원 판사를 시작으로 31년의 법관 생활을 하면서 24년간 현장에서 재판을 했다. 민 후보자도 미국 조지타운대 교육 파견과 대법원 재판연구관 생활을 제외하면 1989년부터 대부분의 재직 기간을 재판 현장에서 보냈다.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두 후보자 모두 행정 업무보다 재판 실무 경험이 많다는 점에서 김 대법원장이 지향하는 ‘좋은 재판’ 실현과 코드가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 후보자 남편은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이다. 문 전 의원은 지난해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활동하며 문 전 대통령을 수차례 공격했다. 문 대통령 아들 준용씨 취업 관련 의혹도 제기했다.
 
안 후보자는 행정법과 민사집행 분야 전문가로 기본권 보장과 사회적 약자 보호를 중시하는 판결을 많이 했다. 2011년 노랫말에 ‘술’이 들어간 가요를 청소년 유해매체로 지정한 여성가족부에 결정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또 ‘품행이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중국동포에게 내려진 귀화 불허 처분을 취소시켰다.
 
민 후보자는 2013년 서울고법의 유일한 여성 재판장으로 성폭력전담 재판부를 이끌었다. 지난 9월엔 2011년 우면산 산사태 때 차를 몰고 가다 매몰된 피해자에게 국가와 서초구청이 4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했다.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여성·아동·장애인 등의 권리 보호에 관심을 보였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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