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명의료 중단 총 7명이 선택, 5명은 가족이 결정

중앙일보 2017.11.29 01:00 종합 14면 지면보기
지난달 23일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족 의견에 의해 5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에 따라 중단한 경우는 2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합법적으로 존엄사를 택한 사람들이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 제거를 판결한 이후 8년여 만이다.
 

시범사업 도입 한 달 돌아보니
4명은 “본인 뜻” 가족 진술에 근거
확인 곤란 1명은 가족합의로 시행
2명은 계획서 직접 작성해 존엄사

보건복지부는 28일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네 가지 행위를 말한다. 총 4개 병원의 7명의 환자가 임종 과정에서 이런 행위를 하지 않거나 중단했다. 중단(유보) 이후 일주일 이내에 숨졌다.
 
7명 중 4명은 “부모님(남편 또는 아내)이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가족 2명의 진술이 바탕이 됐다. 환자의 의식이 없어서 뜻을 확인할 순 없지만 존엄사를 원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환자의 뜻을 추정했다. 또 의식이 없는 40대 남자 뇌출혈 환자는 평소의 뜻을 추정할 수 없어 대신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 유보에 합의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았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가족 2인의 진술’ ‘가족 전원의 합의’라는 방식을 인정한다.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

존엄사를 택한 7명 중 2명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50대 남성 말기암 환자 두 명이다. 이들은 “심폐소생술 등의 네 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했고 본인 뜻대로 임종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하고 내년 2월에 정식으로 시행한다.
 
7명의 사례를 통해 내년 2월 법 시행 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연명의료계획서 활용은 어렵고 ‘가족 2인의 진술’ 방식이 통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과 같은 유형이다. 이런 가족의 결정 방식보다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활용해 본인이 결정하는 게 바림직하다. 한 달여 동안 사전의향서는 2197명이 작성했다. 대부분 건강하고 70대가 가장 많다. 연명의료계획서는 천덕꾸러기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이 계획서는 의료진이 연명의료 중단 제도를 설명한 뒤 환자가 서명하는 문서다. 의료진이 상담한 환자 44명 중 11명만 작성했다. 환자 1명당 2~3회, 한 번에 30분~1시간 상담했는데도 25%만 작성했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말기 상태가 아닐 때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게 완화하고 연명의료 규정을 위반한 의사 처벌을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료기관이 현재 활용하고 있는 심폐소생술 금지요청서(DNR)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이다.
 
박미라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연명의료결정법과 관계없이 응급상황에서 의료기관이 DNR을 자체적으로 판단할 수 있겠지만 연명의료결정법의 보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