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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경력직·임기제·특채 … 공직 입문 길 다양하게 열려 있죠

중앙일보 2017.11.29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2017 공직박람회’가 12월 6~7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다. 박람회에 참석하는 선배 공무원 3인의 얘기를 들어봤다.
 

공직박람회 멘토 나선 공무원 3인
사시·행시 합격한 김태형 사무관
“ 현장을 많이 경험한 게 큰 도움돼”

시민단체 출신 이수연 주무관
“전문 지식·정보 꾸준히 습득해야”

특채 김근식 중앙소방학교 소방경
“남 위해 헌신·봉사하는 마음 필요”

농촌의 고령화 추세가 가파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특히 농번기에는 손이 모자라 제때 수확을 못 하는 일도 벌어진다. 인근 지역에서 급하게 인력을 충원하기도 하지만 비싼 인건비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경우도 생긴다. 상당수 농민이 외국인 근로자를 원하지만, 문제는 또 있다. 외국인이 한국에 입국해 일하려면 보통 1년 단위의 고용계약을 맺어야 한다.
 
그러나 농촌에서는 수확기와 파종기에 집중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하다.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나온 이유다.
 
지방자치단체가 중국·베트남 등 해외 지자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하는 것으로 해당 근로자는 농번기에 최장 3개월 동안만 일하고 돌아간다.
 
법무부가 2015년부터 경북 영양 등 10개 지자체에서 봄·가을로 나눠 시범사업을 진행 중인데 일손 부족에 고심하던 농민들이 효과가 있다며 좋은 반응을 보인다. 주로 관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가족을 불러들이기 때문에 불법체류 등 이탈 문제가 적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사시·행시에 모두 합격한 김태형 국무조정실 일반행정정책관실 사무관. [사진 인사혁신처]

사시·행시에 모두 합격한 김태형 국무조정실 일반행정정책관실 사무관. [사진 인사혁신처]

현장의 문제를 정책으로 해결한 대표적 사례다. 이 제도의 틀을 설계한 건 김태형(42) 국무조정실 일반행정정책관실 사무관이다. 지금은 국조실 파견 근무 중이지만 그의 원소속은 법무부다.
 
그는 “공직자로서 정책을 만들 때 공급자, 즉 국가 중심으로 사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다 보면 사각지대가 생기고, 국민의 불편을 초래한다”며 “기계적인 출입국 관리보다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게 시급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김 사무관은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2008년 사법고시에 합격한 그는 사법연수원 입학을 유예하고 이듬해 행정고시를 치러 합격했다. 주변에선 법조인을 권했지만 공직에 대한 갈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뤄뒀던 연수원을 수료하고 2012년 법무부에 들어온 그의 첫 보직이 출입국관리였다. 이후 난민·관광비자·외국인 근로자 등을 다뤘다. 2013년 경찰과 함께 외국인 조직범죄와 불법체류 브로커 단속을 담당하기도 했다.
 
김 사무관은 “거제도에서 용의자를 체포하다 칼에 맞을 뻔한 적도 있었다”며 “출입국 업무를 다루면서 다양한 현장을 경험한 게 정책 설계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경제학 공부를 시작했다. 김 사무관은 “사람들이 국경을 오가는 걸 단속이나 범죄의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싶었다”며 “우수한 외국인이 한국으로 오고,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이 나라 전체에 어떤 이익을 가져오는지 분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에 관한 여러 부정적 인식이 있다. ‘고지식하다’ ‘책상 앞에 앉아서 현장을 모른다’ ‘변화를 싫어한다’ 등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그러나 김 사무관의 사례에서 보듯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채로 입문한 김근식 중앙소방학교 소방경. [사진 인사혁신처]

특채로 입문한 김근식 중앙소방학교 소방경. [사진 인사혁신처]

현장이라고 하면 소방공무원을 빼놓을 수 없다. 1995년 특채로 입문한 김근식(44) 소방경은 23년 차 소방공무원이다. 그는 아직도 문틈에 끼여 손가락이 절단된 4세 아이를 병원으로 후송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김 소방경은 “그 위급한 순간, 구급차 안에서 아이가 눈물을 흘리는 엄마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고 울컥한 적이 있다”며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구나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13년 지방 소방서를 떠나 본청으로 이동한 그는 지난해부터 중앙소방학교 인재채용팀에서 일하고 있다. 인재채용팀은 소방간부 후보생, 소방사 등의 신규채용과 의무소방원 선발, 소방공무원 자격시험 등을 관리하는 곳이다. 그는 공직자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로 ‘헌신’을 꼽았다. 김 소방경은 “소방직의 핵심 가치인 헌신·봉사와 민간의 가치인 이익창출은 공존할 수 없다”며 “이런 책임감을 가진 후배들을 선발하는 건 굉장히 보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보통 공무원이 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하는 것으로 안다. 그러나 예전과 달리 공직사회에도 다양한 채용 방식이 도입돼 있다. 특정 기간만 채용하는 임기제 공무원이 많아졌고, 경력직 채용도 민간기업 못지않게 활발하다. 주로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민간 전문가의 역량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인 물’이란 비판을 받은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는 효과도 있다.
 
시민단체 출신 이수연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실 주무관. [사진 인사혁신처]

시민단체 출신 이수연 서울시 사회적경제담당관실 주무관. [사진 인사혁신처]

이수연(37) 서울시 사회적 경제담당관실 주무관이 그런 경우다. 이 주무관은 2007년 대학을 졸업한 뒤, 시민단체(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에서 7년간 일했다. 정부 정책을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게 그의 주 업무였다.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을 깨달은 그는 일찌감치 관련 연구를 진행했고,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도 받았다. 마침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추진 중이던 서울시가 민간 전문가 채용에 나섰고, 임기제 6급에 응시한 이 주무관이 합격했다.
 
2014년 11월부터 서울시에 일하는 그의 주 업무는 사회적 경제에 관한 중장기 정책을 수립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일이다. 올해 초까진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중 하나였던 ‘사회적 경제특구 육성사업’을 담당했다.
 
지금은 공익 성격을 가진 소셜 벤처를 발굴해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 주무관은 “훨씬 더 자유롭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에서의 생활이 그리울 때도 있지만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매력도 분명히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사업도 법과 조례가 있어야만 집행할 수 있고, 정해진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모두가 공감할 약속을 만드는 보람이 있다”며 “민간기업에서 일하더라도 관련 지식과 정보를 꾸준히 습득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잘 유지하면 공직사회에 입문할 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세종=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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