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8년 4개월 만에 경찰폭행 누명 벗은 50대…재심 끝에 무죄 선고

중앙일보 2017.11.28 21:32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씨가 재심을 신청한 가운데, 재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009년 사건 발생 당시 캠코더에 찍힌 영상. [연합뉴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씨가 재심을 신청한 가운데, 재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009년 사건 발생 당시 캠코더에 찍힌 영상. [연합뉴스]

음주 단속 경찰관의 팔을 비튼 혐의로 기소돼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50대가 사건 발생 8년 4개월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2009년 경찰 폭행 혐의로 벌금 200만원 확정 후 8년간 법적 공방
"경찰관 혼자서 쓰러졌다" 말해 위증 추가…부인은 교사직 잃어
위증 재판 항소심서 폭행 누명 벗어…지난 4월 재심 청구

청주지법 형사항소22부(재판장 정선오)는 28일 공무 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모(54)씨의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전날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재심에서 7명의 배심원은 만장일치로 박씨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손을 비틀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을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 평결 결과를 존중해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충북 충주시에 사는 박씨는 2009년 6월 27일 오후 11시쯤 아내 최모(52)씨의 승용차를 타고 집에 가던 중 경찰의 음주단속을 받게 됐다. 당시 술에 취한 박씨는 음주단속을 하던 경찰관 박모(48) 경사와 언성을 높이며 시비가 붙었다. 이 과정에서 박 경사가 팔이 뒤로 꺾인 자세를 취하며 고꾸라지듯 넘어지는 자세가 됐다. 이 장면은 동료 경찰관의 캠코더에 찍혔다. 이 영상에는 오른쪽 팔이 뒤로 꺾이며 쓰러질 뻔한 자세의 박 경사 모습이 담겨 있었다.
 
박 경사는 박씨가 자신의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 돼 2011년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이 확정됐다. 박씨는 “경찰관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혼자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내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남편이 경찰관의 팔을 비튼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다가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0년 12월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이 판결로 최씨는 교육공무원직에서 면직되기까지 했다.
청주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청주지방법원 전경. [중앙포토]

 
박씨는 아내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또 다시 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 역시 위증 혐의로 기소돼 2012년 4월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폭행 동영상과 경찰의 진술 등을 볼 때 공무집행방해 혐의가 인정되고 이를 부인한 법정 진술은 위증”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2015년 8월 열린 박씨의 위증 재판 항소심에선 상황이 달라졌다. 변호인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화질 개선을 요구한 사건 동영상을 제시하며 박씨가 경찰관의 팔을 꺾지 않았다고 증명한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 경사의 팔을 잡아 비틀거나 한 일이 없음에도 박 경사가 폭행을 당한 것인 양 행동한 것으로 볼 여지가 높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기각돼 박씨의 위증 혐의는 무죄가 확정됐다.
 
박씨는 이를 근거로 자신의 공무 집행 방해 사건에 대해서도 지난 4월 재심을 청구해 8년 4개월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는 부인 최씨의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박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법원이 경찰의 공권력을 지나치게 믿었던게 문제였다”며 “재판과정에서 과학적인 증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사례”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