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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명 벗기까지 8년…'음주단속 경찰 폭행 사건' 50대 男, 재심 끝에 무죄 판결

중앙일보 2017.11.28 17:56
지난 2009년, 음주운전 단속에 나선 경찰의 손을 비틀었다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던 박모(54)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건이 벌어진지 8년만의 일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씨가 재심을 신청한 가운데, 재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박씨가 재심을 신청한 가운데, 재심 재판부가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

28일 청주지방법원 형사항소22부(부장판사 정선오)는 전날 열린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은 박씨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날 재심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가운데, 배심원 7명은 모두 박씨에 대한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찰관의 손을 비틀어 공무 집행을 방해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심원 평결 결과를 존중해 피고인의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8년전, 음주운전 단속에서 비롯된 사건 
박씨는 2009년 6월 27일 밤, 아내 최모씨가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가다 경찰의 음주단속 과정에서 경찰과 시비가 붙었다. 아내의 음주 여부를 확인하려던 박모 경사에게 박씨는 술김에 차에서 내려 욕설을 했고, 시비가 오가던 중 박 경사는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당시 동료 경찰관은 캠코더로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고, 영상엔 오른쪽 팔이 뒤로 꺾여 쓰러질듯한 자세로 있는 박 경사의 모습이 담겼다. 다만 박씨와 박 경사 사이 박씨의 아들이 서 있어 정확한 당시 정황은 담기지 않았다.
 
박 경사는 박씨가 자신의 팔을 비틀었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박씨를 벌금 2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에 박씨는 "경찰관이 내 손을 잡고 있다가 갑자기 혼자 넘어지는 상황을 연출했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지만 대법원까지 3심에 걸쳐 유죄가 확정됐다.
 
'제2의 인생'위해 귀농한지 1년만에 풍비박산 된 가정
이 사건으로 박씨 가정은 큰 어려움을 겪었다. "남편이 박 경사의 팔을 비튼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던 부인 최씨는 위증 혐의로 기소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고, 교사였던 최씨는 이 판결로 면직처리됐다. 또, 부인의 위증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남편 박씨도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가 마찬가지로 위증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박씨의 공무집행방해 혐의 재판에서 남편의 무죄를 주장한 부인이 위증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그러한 부인의 재판에서 자신의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부인한 박씨는 위증 혐의로 또 다시 재판에 남겨진 것이다.
 
일련의 사건으로 큰 가구점을 운영하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충북 충주로 귀농한 박씨 부부는 귀농 1년만에 꿈을 접어야 했다. 현재 박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로, 교사였던 최씨는 공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이 뒤바뀌게 된 것은 박씨에 대한 위증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다. 항소심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화질을 개선한 동영상 등을 근거로 "팔이 꺾이는 장면을 확인하기 어렵고, 박씨의 자세로 보아 박 경장의 상체를 90도 이상 숙이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며 박 경사의 '할리우드 액션'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검찰은 항소심의 판단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박씨의 위증 혐의 관련 재판은 대법원에서도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박씨는 자신의 공무집행방해 사건에 대해 지난 4월 재심을 신청했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황병호 판사는 "국과수 영상, 유도 전문가의 영상 분석 결과 등은 명백히 새로운 증거"라며 "재심 대상 판결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의 고도의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재심 청구를 받아들였다.
 
한편, 박씨 부부는 부인 최씨에 대한 위증 사건에 대해서도 재심을 신청한 상태다. 최씨에 대한 재심 결과에 따라 최씨에게 내려진 면직 처분 역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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