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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박근혜 없이 '궐석 재판' 결정…국민들 "착잡·걱정"

중앙일보 2017.11.28 17:17
“심리할 사안이 많다는 점과 제한된 구속기한을 고려하면 더이상 심리를 늦출 수 없어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 없이 공판 절차 진행하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김세윤 부장판사가 28일 남은 재판을 ‘궐석 재판’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틀 연속 재판 출석을 거부하자 내린 결정이다.
 
김 부장판사는 “어제(27일) 박 전 대통령에게 ‘계속 출석하지 않을 경우 (궐석) 재판을 할 수 있고,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으니 심사숙고 하라’는 안내문을 보냈다”며 “하지만 오늘도 출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소송법(277조2)에 의하면 구속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인치가 불가능하거나 곤란하면 피고인 없이 재판을 할 수 있다”며 “구치소가 보낸 보고서에 따르면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구치소도 인치가 곤란한 여러 이유를 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날인 27일 기존 변호인단 총사퇴 이후 42일 만에 재개된 재판에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작성한 불출석사유서와 구치소 측의 건강상태 보고서에는 허리 통증과 무릎 부종 등의 증상이 포함됐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국선변호인단 모두 “특별한 의견이 없다”며 동의했다. 지난달 26일 선정돼 이날 두 번째로 재판에 출석한 변호인단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보좌관이었던 김건훈 전 행정관을 상대로 첫 증인신문을 했다. 국정 농단 사건의 중요 증거인 안 전 수석의 업무수첩을 검찰에 제출한 인물이다.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접견은 한 번도 하지 못했지만 변호인단은 100여 개에 달하는 질문을 준비해왔다. 강철구 변호사는 “업무 수첩을 검찰에 여러 번 나눠서 제출했는데, 탄핵이나 검찰 수사 진행 상태를 관망하다가 기회를 봐서 순차적으로 낸 것 아니냐”고 따지기도 했다.
 
5명의 국선변호인은 12만 쪽에 달하는 수사·재판 기록을 각 혐의 별로 나눠 아직 심리가 진행되지 않은 부분을 위주로 검토했다고 한다.
 
피고인 없이 재판을 이끌어 가게 된 새 변호인단은 기존 변호인단이 제출한 변론요지서 등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향으로 변호 활동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 변호인단은 300여 명에 대한 검찰 조서 등 진술 관련 증거를 채택하는 데 부동의했다. 
 
원칙적으로는 이들을 모두 직접 불러 신문해야 하기 때문에 검찰이 심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증인 상당수를 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직 대통령의 재판이 궐석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이르게 되자 사회 각계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조동근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궐석 재판까지 오게 된 이유는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선 재판이 불리하게 진행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20~30년 지난 뒤 후대가 피고인이 반론조차 못한 재판 결과를 어떻게 평가할지 회의적이다”고 지적했다.
 
정치 풍자그림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연재하고 있는 작가 최지훈(36)씨는 “일반인도 재판 받기 싫다고 저렇게 출석 거부할 수 있는 건지 의문”이라며 “전 국민에게 영향을 준 중대한 사건인 데다 본인이 출석을 거부한 만큼 더 기다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궐석으로라도 재판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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