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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조 발목잡은 0.005% 예산, 혁신 읍면동 사업 논란 왜?… “좌파 완장부대 사업” vs “주민자치 강화”

중앙일보 2017.11.28 16:39
 “좌파 완장부대 사업이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
 ”주민자치 강화 사업이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429조 원 규모의 2018년도 국가예산 중 0.005%인 205억 6200만원인 ‘혁신 읍면동 시범사업’을 놓고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반드시 사수해야 한다며 기를 쓰고 있고 한국당과 국민의당은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이 사업은 전국 200개 읍ㆍ면ㆍ동에 주민자치회를 설치하고 운영비, 주민자치회 간사 급여 등을 지원한다는 것이 골자다. 풀뿌리 민주주의 확대와 주민자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가 제출한 내년도 18개 신규사업(590억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사업이다.
26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실에서 여야 3당 간사들이 참여하는 '조정 소소위' 개시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후덕 의원, 백재현 예결위원장,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연합뉴스]

26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실에서 여야 3당 간사들이 참여하는 '조정 소소위' 개시에 앞서 취재진을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간사 김도읍 의원, 더불어민주당 간사 윤후덕 의원, 백재현 예결위원장, 국민의당 간사 황주홍 의원, 김용진 기획재정부 2차관. [연합뉴스]

 
 야권이 문제삼는 것은 두 가지 이유다. 현재 운영 중인 주민자치위원회와 별도의 조직을 따로 만든다는 점과 세금으로 운영비와 인건비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사업 계획안에 따르면 200개 읍ㆍ면ㆍ동 주민자치회 간사(200명)에게는 연간 2500만원, 20개  시ㆍ군ㆍ구 ‘중간 지원조직 전문가’(60명)에게는 연간 3000만원씩 지급하도록 돼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정치적 목적의 관변단체 설립일 뿐이라며 전액 삭감을 고수하고 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이미 주민자치위원회가 있는데 별도의 주민자치회를 만들고, 어떻게 뽑는지도 모르는 간사에게 3000만 원씩 주겠다는 건 재정으로 관변단체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도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9년엔 마을 1500개 1537억 원, 2020년엔 마을 3500개 3600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라며 “주민자치회가 아니라 주민관치회를 만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당초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조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때문에 예산 6개월치를 삭감했지만 예결위에서 아예 제동이 걸린 셈이다.  
 

반면 예결위 소속 박재호 민주당 의원은 “실력있고, 자격 조건이 되는 사람을 주민이 선출하고 활동력을 키워야 진정으로 주민자치가 되는 것”이라고 맞섰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 사업은 관이 아닌 주민이 주도하는 ‘주민자치 강화’ 사업”이라며 “ 선거운동을 하거나 정치적 중립을 위반할 경우 위원에서 해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유승희 의원은 "기존 주민자치위는 교육과 행사 프로그램 위주여서 진정한 주민자치기구로서의 역량이 부족했던 반면 주민자치회는 마을의 발전 사업을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도록 해 자치 역량을 키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27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열린 '2017년 서울특별시 자원봉사 유공자 표창 수여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연 편지를 읽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열린 '2017년 서울특별시 자원봉사 유공자 표창 수여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연 편지를 읽어 주고 있다. [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을공동체 사업의 전국판 버전으로 보고 있다. 
 박 시장은 마을공동체 975개 설립, 마을활동가 3180명 양성을 목표로 2012년부터 사업을 추진해왔다. 선거법 위반 등이 적발된 적은 없지만 시의회 야당 측에서는 세금으로 좌파 운동가들을 위한 정치적 사업이라고 비판해왔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주도한 것은 전 서울시 정무수석이었던 하승창 청와대 사회혁신수석이다. 현재 논란에 휩싸인 혁신 읍면동 사업을 기획한 것도 하 수석이다. 이 때문에 국회에서 이 예산을 놓고 여야가 거세게 다투자 청와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김수현 사회수석(왼쪽에서 두번째)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 수석, 하 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장하성 정책실장. [연합뉴스]

김수현 사회수석(왼쪽에서 두번째)과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20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 수석, 하 수석,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 장하성 정책실장. [연합뉴스]

  하 수석이 직접 민주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의원과 전화통화를 하며 해당 예산의 심사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한 때 하 수석이 국민의당 예결위 간사인 황주홍 의원에게까지 전화를 하는 방안도 수석실 내부에선 검토됐다고 한다. 김도읍 한국당 예결위 간사는 ”당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에서는 격론 끝에 전액 삭감으로 의견이 모아졌는데도 청와대 측 압박이 거셌는지 여당 측이 26일 예결위 보류사업 및 증액소소위원회에서 다시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한편 사회혁신수석실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아닌 자치단체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무슨 좌파 양성이냐”며 “자치단체장이 운영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야당 소속 자치단체일 경우 여당 일색으로 채워지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과의 유사성에 대해선 “서울시에서 정착이 잘 됐기 때문에 더욱 수월하게 시범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운ㆍ위문희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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