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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원 대박 스타트업 한 눈에 알아본 비결은?

중앙일보 2017.11.28 16:30
중국 전역에 창업 열풍이 불어온 지난 2014~2016년. 중국에서는 약 2000여개의 벤처캐피털이 새롭게 생겼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VC보다 많은 숫자다.  
 
이들은 스스로를 3세대 VC라고 부른다. 중국 초기 인터넷 기업에 투자한 글로벌 VC가 1세대. 이들이 중국에 전문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현지에 만든 VC들이 2세대다. 그리고 1~2세대 VC에서 경험을 쌓고, 중국의 혁신 스타트업들을 직접 발굴하기 위해 뛰쳐나온 젊은 투자자들이 바로 3세대다.  
 
피터 마오(毛)는 이 같은 3세대 VC의 대표주자다. 지난 2015년 중국의 대형 VC인 치밍터우즈(启明投资)에서 나와 동료들과 함께 판다 캐피털을 창업했다. 1차 펀딩을 통해 총 64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 20여 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마쳤다. 지금은 기업 가치가 3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적인 공유 자전거 서비스 모바이크 투자가 판다 캐피털의 대표 작품이다. 피터는 포춘(중문판)이 뽑은 2017년 40세 이하 비즈니스 리더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벤처 투자자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21일 서울시 강남구의 한 PB 센터에서 피터 마오를 만났다. 이하 피터와의 일문일답이다.   
피터 마오 판다 캐피털 공동 창업자 [사진: 차이나랩]

피터 마오 판다 캐피털 공동 창업자 [사진: 차이나랩]

모바이크의 초기 투자자다. 어떤 점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나?
지난 2014~2015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글로벌 기업의 매니저급 중국 인재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들었다. 많은 VC들이 이들의 행보를 주목했다. 현재 모바이크의 CEO인 왕샤오펑 역시 당시 잘 나가던 우버 상하이 총경리 직을 박차고 나와 창업에 뛰어든 사람이었다.  
모바이크 [사진: 바이두 백과]

모바이크 [사진: 바이두 백과]

왕샤오펑이 새로운 창업 회사에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연락을 했다. 상하이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가 카페까지 타고 온 자전거를 가리키며 모바이크의 비즈니스 모델을 설명했다. 거치대가 필요 없는 공유 자전거라는 아이디어와 이를 실현하는 기술력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중국의 현재 교통 환경을 생각할 때 잠재 시장도 상당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당시는 모바이크가 이제 막 100대 정도의 자전거를 시범 운영할 때였다. 데이터를 신봉(?)하는 왕샤오펑은 자전거에 부착된 GPS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모든 이용자들의 탑승 시간, 이동 경로, 이용 패턴 등을 데이터화하고 있었다. 이 같은 데이터를 중시하는 회사 분위기도 투자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비즈니스 모델 혹은 아이디어보다 사람을 보고 투자했다는 것으로 들린다.
창업에 있어 사람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왕샤오펑과 같은 글로벌 기업 고위직 출신들의 경우 그들이 보유한 인적 네트워크만으로도 성공 가능성이 크게 올라간다. 아이템은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카이윈(开云)모터스'라는 전기 트럭 스타트업이 있다. 지난 2016년 6월 출시 이후 5000대가 넘는 차량을 판매했고, 현재 기업 가치도 수십억 위안에 육박한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왕차오가 바로 모바이크 자전거를 디자인한 사람 중 한명이다. 이를 계기로 카이윈 모터스의 존재를 알게 됐고, 첫번째 투자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듯 사람과 사람 간의 네트워크를 통한 투자는 중국 VC들이 선호하는 방식 중 하나다.
피터 마오가 공개한 모바이크 초기 디자인 스케치 [사진: 차이나랩]

피터 마오가 공개한 모바이크 초기 디자인 스케치 [사진: 차이나랩]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의향도 있나?
물론 있다. 한국의 업체들은 디자인, 엔터테인먼트, 패션, 화장품 등에서 전세계에서 충분히 통할 만한 강점을 갖고 있다. 현재 중국의 시장 구조는 물질적인 소비에서, 문화적인 소비로 중심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 업체들의 앞선 문화적 경험은 그 자체로 큰 메리트다.
 
동시에 중국인들의 소비 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소비 업그레이드라고 부른다. 과거 한국과 일본에 여행을 간 중국인들은 물가가 비싸다고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다.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의 제품과 서비스가 가성비적인 면에서 중국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이같은 변화는 한국 업체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많은 중국 자본들이 차세대 뉴발란스(운동화·이랜드가 브랜드 전개권 소유), MCM(가방 브랜드),YG·SM(연예 기획사)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판다 캐피탈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토니 량(梁), 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판다 캐피탈의 또 다른 공동창업자 토니 량(梁), 오른쪽 [사진: 차이나랩]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혹은 관련 기술 스타트업도 중국에서 승산이 있나?
이 질문에 답하기 앞서 먼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VC는 상당히 특수한 분야라는 것이다. 다른 투자 기관들이 적당한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게 목표라면, VC는 한번의 대박을 노리고 움직인다. 야구로 따지면 지속적인 단타와 홈런의 차이다.  
 
결국은 VC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고성장 스타트업이 등장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회사들은 상상하기 힘든 큰 잠재력과 빠른 성장 속도다. 그런데 이를 결정하는 건 시장의 크기다. 시장이 작으면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와 팀이 있어도 폭발적인 성장이 힘들다. 일본의 소프트 뱅크가 자국의 스타트업이 아닌, 알리바바, 우버와 같은 중국, 미국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특히 인터넷 서비스는 시장 크기를 먹고 성장한는 분야다.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이용자들이 쉽게 옮겨 타는 가장 낮은 수준의 수요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볼 때, 잠재 시장의 가치가 최소 1조 위안(약 165조원)이 되야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 관련 기술 스타트업에 쉽게 투자하기 힘든 이유다.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한국 스타트업팀이 중국 현지에서 창업하는 것은 어떤가?
중국인들과 함께 창업한다면 가능하다. 실제로 최근 중국에서 잘나가는 스타트업 팀의 초기 멤버를 보면 외국인들을 쉽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끼리의 창업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당연한 말처럼 들리지만 생각보다 이 장벽은 더 높을 수 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뷰티 크로스보더(해외 직구)회사가 있었다. 근데 잘 안됐다. 아이템이 문제가 아니였다. 중국 대륙 곳곳에 제품을 보내야 하는 물류에서 막힌 것이다. 중국은 하나의 국가이지만, 1선 도시와 2선 도시가 다르고, 성(省)마다 다 시스템이 제 각각이다. 외국인 창업가들이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또한 오늘 출시하면 바로 다음날 유사 서비스나 제품이 출시되는 카피캣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앞에도 말했듯이 상당수의 VC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 대상을 찾고, 투자를 결정한다. 외국인 창업자들은 이런 점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나?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다. 현지 파트너와 합작을 하면 유통 채널 확보, 브랜드 관리, 물류, 투자 유치 등 다양한 문제로부터 자유로워 질 수 있다.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한 아이템은 중국에서도 성공하지 못한다. 반면 한국에서 통했다면, 그만큼 중국 투자자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인 젠틀 몬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이 회사는 중국의 대표적인 VC인 IDG 캐피탈 차이나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젠트몬스터가 상하이, 베이징 등 고급 백화점 1층의 고급 수입 브랜드들 옆에 자리를 잡고, 후속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이유다.  
 
또한 아이템을 선정할때도 최대한 현지 문화와 충동을 일으키지 않는 분야가 좋다. 모바일 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클린마스터, 360 시큐리티 등 중국 스마트폰 보안 앱들이 일찍이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것도, 현지 문화나 이용습관에 영향을 덜받는 보안 앱이라는 특성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판다캐피탈이 투자한 여성 전문 모바일 금융 서비스 머머따이 [사진: 판다캐피탈 홈페이지]

판다캐피탈이 투자한 여성 전문 모바일 금융 서비스 머머따이 [사진: 판다캐피탈 홈페이지]

모바이크 외에 어떤 스타트업들에 투자했나?
1차 펀딩에서는 O2O, 모바일 서비스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모바이크, 모바일 차량 공유 서비스 아오투주처(凹凸租车), 여성 전문모바일 금융 서비스 머머따이(么么贷) 등이 대표적이다. 모바일 서비스는 초기 비용이 작지만 확장성은 거의 무한대다.  
 
예를 들어보자. 전통 은행이 한 사람에게 20만 위안을 대출해주기 위해서는 은행 지점, 창구, 응대 직원 등 다양한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징둥(京东,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소액 대출 서비스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대출을 심사하고, 모바일 결제 앱으로 대출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사실상 비용이 '제로'다.  
 
방대한 수요가 존재하고, 동시에 기술적 혁신으로 기존의 산업 판도가 전복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곳에서 유니콘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VC들이 지난 몇년 O2O 등 모바일 서비스에 주목해 온 이유다.  
 
2차 펀딩부터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하이 테크놀로지 분야와 물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등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차이나랩 이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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