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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중국 한국행 단체 관광 부분 해제는 한국 길들이기

중앙일보 2017.11.28 16:07
 중국이 전면 금지해 온 한국행 단체 관광을 8개월만에 부분적으로 풀었다. 중국의 관광 주무 기구인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은 28일 베이징 시와 산둥(山東)성 지역의 오프라인 여행사에 한해서만 한국 단체관광 상품 판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체계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의 대표 사례로 여겨져 온 단체 관광 금지를 부분적으로 풀어준 것은 다음달 문재인 대통령의 국빈 방중과 지난달 한ㆍ중 관계 개선 합의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관광객 추이

중국관광객 추이

 
하지만 전면적인 해제를 기대한 국내 여론에는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는 중국이 사드 보복이란 고삐를 여전히 쥔 채 한국 정부의 사드 관련 조치를 봐 가며 자국의 필요에 따라 ‘죄고 풀기’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도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그룹 관련 업체는 일체 방문하지 못하게 한 조치는 도를 넘어섰을 뿐 아니라 대국 답지 않은 표적 보복이란 평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서울 명동의 매장들 앞에 내걸린 중국어 안내 간판.[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들이 즐겨 찾던 서울 명동의 매장들 앞에 내걸린 중국어 안내 간판.[연합뉴스]

 
중국 국가여유국(國家旅游局)이 이날 각 성ㆍ직할시 별로 대형 여행사 관계자를 소집해 통보한 새 지침에 따르면 3월 15일 이후 전면 금지했던 한국행 단체 여행을 베이징과 산둥에 한해 허용했다. 중국인 관광객(유커ㆍ遊客)수가 가장 많은 상하이와 광저우 등지의 여행사는 여전히 한국 관광객을 모집할 수 없다.  

 
중국 당국은 지역 한정 조치 외에도 여러가지 제약 사항을 뒀다. 비중이 훨씬 큰 온라인을 통한 상품 판매는 여전히 금지됐다. 또한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이 이용 가능한 크루즈 상품이나 전세기 운항은 여전히 금지했다. 전체적으로 한국행 유커 숫자를 일정 범위 이하로 제한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서울 명동 거리에 내걸린 중국 위안화 환전표시판.[연합뉴스]

중국인 관광객을 기다리는 서울 명동 거리에 내걸린 중국 위안화 환전표시판.[연합뉴스]

가장 문제되는 대목은 “어떤 항목에서도 롯데 그룹과의 협력은 금지한다”고 통보한 부분이다. 여행업계에선 단체 관광 일정에 롯데 호텔 숙박이나 면세점ㆍ백화점에서의 쇼핑을 포함시켜서도 안되고 롯데 계열 여행사와 협력해서도 안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중국은 성주 사드 기지의 부지를 제공한 롯데 그룹에 대해 중국내 마트 매장을 영업정지하는 등 전방위적인 제재를 가해왔다. 
 
 이날 중국의 선별적 보복 해제 조치는 최근 중국 당국이 “사드 반대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는 것에 비춰보면 메시지가 분명해진다. 10월 31일 양국이 공동으로 발표한 관계 개선 합의문에도 불구하고 사드 문제는 여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며, 한국이 풀어야 할 숙제란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10ㆍ31 합의로 중국이 사드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기로 ‘봉합’했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과는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다. 중국은 묶어놓은 양국 교류를 제한적으로 풀어주면서 군사당국간 채널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사드 해법을 보장받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8개월간 계속되어 온 유커 금지 조치가 제한적인 범위에서나마 해제된 것을 다행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베이징ㆍ산둥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풀릴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부분 해제에 그친 데 대한 실망감이 작지 않다. 
 중국에서 영업중인 여행업체 관계자는 “10ㆍ31 합의로 전면 해제가 임박한 걸로 봤는데 크게 실망스럽다”며 “중국이 여행 제한 해제의 범위와 속도를 계속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낸 셈”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행태에 대한 비판과 동시에 정부 당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페이스에 끌려가지 말고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질 전망이다.  
 
한편 이날 여유국 주재 회의에서는 북한 및 일본 여행 상품에 대한 지침도 내려갔다. 북한 관광 상품은 북한 접경 지역인 랴오닝(遼寧)ㆍ지린(吉林)성의 관광객에 대해서만 북한 관광을 허용했다. 북한의 외화수입원을 조이기 위한 압박 강화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일본에 대해서는 2018년도 관광객 수가 직전 2년간의 평균을 넘어서는 안된다고 규정했다. 중ㆍ일 관계 개선 속도를 앞질러 중국 국민들 사이에 높아진 일본 관광 열기에 제한을 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개인의 자유 의사와 시장의 선택이 존중돼야 할 관광 상품을 중국은 외교 압력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번 여유국의 조치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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