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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개 팔린 경기도 생존배낭…절반 가격, 뭐 들었길래

중앙일보 2017.11.28 15:18
겉모습은 영락없는 시계다. 건전지를 넣자 '똑딱똑딱' 시침과 분침이 움직인다. 빨간색·파란색·회색빛의 시계는 인테리어용 벽걸이·탁상시계로도 손색이 없다.
하지만 내부는 다르다. 시야 확보와 구조요청에 도움을 주는 조명봉과 체온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보온포, 구조요청과 위치를 알리는 호루라기·깃발, 응급처치를 위한 압박붕대가 들어 있다.

경기도가 만든 재난안전키트 라이프클락 1만개 팔려
경주·포항 지진 이후 재난 용품에 대한 관심 증가 탓
라이프 클락은 평소엔 시계, 재난시 안전용품으로 변신
방수포·응급붕대·호루라기 등 6개 구호용품 담겨
전문가 자문 구해 꼭 필요한 필수품만 담아
제작에는 도내 중소기업 18곳 참여
구급약품 등 새로운 재난안전키트도 개발할 예정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선보인 한국형 재난안전키트인 '라이프 클락'이다. 경북 포항 지진 이후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출시 4개월도 안 돼 1만개가 판매됐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김은아(44·여) 경기도주식회사 대표는 "재난은 실제로 겪지 않는 이상 그 위험성을 체감하지 못한다"며 "무겁고 구석에 방치하는 재난 안전용품이 아닌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재난 시 바로 가지고 나올 수 있는 재난 안전용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라이프 클락'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경기도와 지역 경제단체들이 출자해 만든 기관이다. 제품력과 기술력은 뛰어나지만, 디자인과 마케팅 능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을 발굴해 이들이 자생할 수 있도록 컨셉 기획부터 제품 디자인, 홍보전략, 유통 채널까지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었는데 이 회사의 첫 프로젝트가 '라이프 클락'이다. 
김 대표는 "회사를 알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경주지진이 떠올랐다"며 "안전제품에 대한 관심은 커졌는데 상품시장은 작아서 재난에 대비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 김은아 대표.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 김은아 대표.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제품 개발에만 무려 7~8개월이 걸렸다. 재해·재난 안전 전문가는 물론 소방, 재난 용품 개발자, 의사 등 10여명의 전문가를 직접 만나 제품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전문가들이 제안한 물품을 모두 담으려면 부피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 대표는 "어떤 것을 추가할까가 아니라 어떤 것을 빼야 할지를 고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재난대비용으로 많이 알려진 생존(재난) 가방은 평균 무게가 5㎏ 이상이라 어린이나 노인들이 사용하기엔 불편하고 가격도 비싸다"며 "가볍고 실용적인, 저렴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전문가들과 상의해 재난안전 키트를 채웠다. 재난 발생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온 조절이다. 노약자와 상처를 입은 환자의 경우 특히 체온유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보온포를 넣고 조난자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조명봉, 구조 요청을 위한 호루라기와 깃발, 응급치료를 위한 압박붕대 등을 넣었다. 긴급상황 연락 카드인 ICE카드(인적사항·혈액형·연락처 등을 기재)도 포함했다. 일회용품이 아닌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라이프 클락은 한국형 재난 상황에 특화된 제품으로 구성됐다. 아파트 거주 비율이 높은 국내 상황을 반영해 구조 요청 깃발은 30m 길이로 가볍게 만들었다. 주간·야간 반사 기능이 있어 재난 상황에 구조자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12시간 이상 발광하는조명봉에 첨가된 은박 집광판을 조명 갓처럼 끼우면 광도를 높여 좀 더 먼 곳까지 구조 신호가 도달하고, 손전등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특히 가로·세로 21㎝에 높이 4.5㎝, 무게 1.07㎏으로 재난 시 쉽게 들고나올 수 있다.

아이들이나 노약자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진 매뉴얼도 만들고 재난 시 생존을 위한 유용한 정보를 담은 재난 대처 매뉴얼도 포함됐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의 내용물.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의 내용물.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김 대표는 "지진에 대비할 수 있는 헬멧 등을 넣자는 의견도 나왔는데 헬멧은 방석 등으로 대신 할 수 있다"며 "대신 할 수 있는 물품이 아닌, 없으면 안 되는 제품 6종을 선택해 넣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가격도 기존 생존배낭(10만원 이상)의 절반 이하 가격(3만9000원)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라이프 클락의 가장 큰 장점은 실용성이다. 집에 모셔두는 재난안전용품이 아닌 자주 보는 '시계' 모양이다. 평창 올림픽 메달을 디자인한 유명 산업디자이너 이석우 SWNA 대표가 여기에 참여했다. 초반엔 '안전 제품'이라는 것에 착안해 빨간색으로만 제작했지만, 파란색, 회색 등 다양하게 만들었다. 
특히 선물용이나 인테리어 용품으로 인기라고 한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법을 사진으로 만들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글을 읽지 못하는 어린이 등을 위해 사용법을 사진으로 만들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물품 제작에는 경기도 내 18개 중소제조업체가 참여했다. 바닥에 떨어져도 파손되지 않고 사람 위로 떨어져도 다치지 않게 푹신한 재질인 데다 값싼 수입 제품이 아닌 국내 기업들이 직접 제작한 물건들로 채워져 있다. 
김 대표는 "전국 중소기업의 22%가 경기도에 밀집되어 있는데 대부분 대기업의 주문을 받아 물건을 만드는 OEM회사"라며 "이들의 기술을 알리고 자립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들의 참여시켰는데 완성된 제품들이 너무 좋다 보니 오히려 '이 제품을 만든 회사가 어디냐?'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경기도주식회사는 '라이프 클락' 출시 이후 한국스카우트연맹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전국의 초등학교 등을 대상으로 재난 안전 교육도 하고 있다. 현재까지 경주 내남초등학교 등 전국 18개 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했다.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가 지난 8월 출시한 한국형 재난안전키트 라이프 클락. 평소엔 시계처럼 사용하지만 안을 열어보면 재난 대비 용품이 들어있다. [사진 경기도주식회사]

경기도주식회사는 라이프클락 출시를 기점으로, 향후 우수한 기술력을 지닌 경기도의 중소기업들과 협력해 재난 상황별 맞춤 구성 재난대비 키트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존 '라이프 클락'을 업그레이드한 제품도 내놓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포항 지진 등으로 재난 용품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중소기업들의 제품은 여전히 판로가 어렵다"며 "도내 유망 기업들이 많이 알려지고 자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한편, 라이프 클락은 경기도주식회사 홈페이지(kgcbrand.com)와 네이버 스토어팜 등에서 구매가 가능하다.
성남=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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