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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산물 선물 10만원까지 올린다더니..."허탈한 농어민들

중앙일보 2017.11.28 14:23
완도 전복. [중앙포토]

완도 전복. [중앙포토]

농ㆍ축ㆍ수산물에 한정해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규정한 선물 상한액을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이 막판에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결됐다는 소식에 농어축산 농가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권익위는 지난 27일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위원 15명 중 12명이 표결(찬성 6명, 반대 5명, 기권 1명)에 참여했지만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선물 상한액 5만원으로 10만원 상향 기대했던 농어가 실망
"설 명절 앞두고 시행령 가결되면 활기 전망했지만 우려"

 
이에 대해 한국전복유통협회 이정광(52) 부회장은 28일 중앙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내년 설을 앞두고 완도 전복 산업이 조금이라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완도 전복 어민들과 유통업자들은 다른 상품의 선물 상한액은 그대로 묶어둔 채 농ㆍ축ㆍ수산물만 상향 조정될 경우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하고 시행령 가결 여부를 주목해왔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프리랜서 장정필

 
이 부회장은 “물론 농·축산물도 마찬가지겠지만, 상품 특성상 고가인 전복은 김영란법상 선물 가능 액수를 상향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었다”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김영란법 적용으로 이어지고 있는 타격을 어떻게 극복할지 난감하다.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500여 개 전복 양식어가와 40여 개 유통업체가 있는 완도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가장 큰 피해를 받은 지역 중 한 곳이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굴비거리 상인들도 낙담하고 있다. 
강철(70) 영광굴비특품사업단장은 “여야가 (김영란법 때문에) 농ㆍ축ㆍ수산물 피해가 크다는 의견이 많다고 알았는데 개정안이 부결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영광군에 따르면 올해 10월 추석 대목 굴비 판매액은 810억원으로 지난해 1350억원에 비해 40%나 급감했다. 2011년 5만9000t에 달했던 국내 참조기 어획량도 해마다 줄어 지난해 1만9000t으로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던 상황이다.
한우 선물세트. [사진 현대백화점]

한우 선물세트. [사진 현대백화점]

 
법 개정을 기대했던 영광군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영광군 관계자는 “이번에는 부결됐지만 김영란법 개정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향후 추이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김영란법 개정 여부와 상관없이 기존에 계획한 굴비거리 지원 정책은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군은 올해 115억원을 확보해 2021년까지 참조기ㆍ부세 양식을 늘리는 등 ‘굴비산업 발전 5개년 계획’을 세웠다.  
 
화훼농가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농ㆍ축ㆍ수산물 선물 상한액이 10만원으로 올라가면 경조사 등에 쓰이는 화환이나 꽃바구니 등의 소비가 다소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했으나 법 개정이 불투명해져서다.
김해 화훼농가. 위성욱 기자

김해 화훼농가. 위성욱 기자

 
안채호 김해 대동화훼작목회장은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경조사 등은 물론 축하용 난이나 화분, 꽃바구니 등 소비가 급격히 줄었다”며 “상한액이 올라가면 다시 소비 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불투명해져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안 회장은 “법 개정이 되지 않으면 결국 화훼 농가 대부분은 농사를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이 농민들이 다른 작물로 갈아탈 수밖에 없고 결국 국내 농업 전체가 연쇄부도 현상을 맞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우 축산농가 유통업계도 허탈한 분위기다. 대구시 달서구에서 K&U한우 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종관(38) 사장은 “한우는 (가격이 낮은) 수입 쇠고기와 달리 선물세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10만원 이상의 고기가 들어간다”며 “(정부가 한우까지 5만원으로 제한했던 것은) 한우 자체는 육성하면서 명절 등 선물은 수입 쇠고기로 하라고 한 셈이다.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 잡아줬으면 한다”고 했다.
 
강원도 횡성에서 한우 360마리를 키우는 하덕분(60ㆍ여)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축산농가는 물론 한우 식당, 판매장도 어려움이 많다. 심지어 명절 대목도 사라진 상태”라며 “10만원으로 오르면 그나마 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하씨는 “농가 입장에서 소비가 줄면 도축이 적체돼 사료 값도 더 드는 만큼 농가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완도ㆍ김해ㆍ대구ㆍ영광ㆍ횡성=김호ㆍ위성욱ㆍ김윤호ㆍ김준희ㆍ박진호 기자 kimho@jo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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