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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 부서진 아파트에 몰려드는 부동산 투기꾼…왜?

중앙일보 2017.11.28 12:57
"지금이야 한 채에 한 5000만원 할까? 하지만 워낙 입지가 좋은 곳에 있어서 재건축만 되면 3억 넘을지도 몰라요."
 

헐값에 주택 사들인 뒤 재건축되면 차익 챙길 의도
포항시·포항세무서 "이재민 울리는 투기 단속 강화"

지난 15일 규모 5.4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계기 관측 이후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서 28일 오전 기준 404건의 공공시설이 파손되고 3만878건의 사유시설 피해가 접수됐다. 이 중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 6개동 중 3개동,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는 심한 파손으로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건물이 됐다.
지난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짐을 빼내 트럭에 싣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외벽이 부서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지난 17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대성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짐을 빼내 트럭에 싣고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5일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외벽이 부서지는 등 큰 피해가 났다. [연합뉴스]

 
사람이 살 수 없는 건물. 이곳에 살았던 주민들에게 최근 부동산 투기꾼들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포항시와 포항세무서가 강력 단속에 나섰다. 수십년된 노후 주택이 지진으로 다 부서져 버렸는데 부동산 투기꾼들이 접근하는 이유는 뭘까.
 
이유는 간단하다. 대성아파트와 대동빌라 재건축 계획에 대한 소문이 나돌면서다. 최근 포항시는 대성아파트(D·E·F동 170가구)와 대동빌라(4개동 81가구) 일부 건물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철거된 뒤의 재건축 계획은 아직 나온 것이 없지만 포항시가 "시민이 원하고 조건이 갖춰지면 재개발·재건축을 확대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투기꾼들은 집을 잃고 대피소로 몸을 피해 있거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원한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주민들에게 접근해 주택 매매를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 헐값에 주택 소유권을 얻은 뒤 추후 재개발이 되고 나면 차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다.
지진 피해를 본 이재민들이 지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에서 짐을 빼 이사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 피해로 집이 부서지거나 기울어져 철거 대상인 대동빌라, 흥해읍 대성아파트 등 328가구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로 옮기기로 했다. [연합뉴스]

지진 피해를 본 이재민들이 지난 22일 오전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동 대동빌라에서 짐을 빼 이사하고 있다. 포항시는 지진 피해로 집이 부서지거나 기울어져 철거 대상인 대동빌라, 흥해읍 대성아파트 등 328가구를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대아파트로 옮기기로 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포항시 측은 "투기꾼들이 고통을 분담하기보다는 오갈 데 없이 대피소 생활을 하고 있는 이재민들을 더욱 실의에 빠지게 하고 있다"며 포항세무서와 강력한 단속을 펼치겠다고 했다. 재건축 붐으로 인해 현 소유자들이 이중·삼중으로 피해 보는 것을 막고 안정적인 부동산 거래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포항시 재정관리과 관계자는 "대성아파트는 흥해읍에서 영덕군으로 이어지는 큰길 가에 위치해 있는 데다 주변에 초·중·고·대학교가 골고루 갖춰져 있고, 대동빌라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좋은 입지를 갖고 있어 투기꾼들이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포항시는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분양권 불법전매를 단속하고 분양권 거짓계약서(금액 업다운)작성 시 1세대 1주택 비과세 배제, 신고불성실 가산세 40% 등 양도소득세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관할청의 단속을 피하려고 미등기 전매를 한 경우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 과세표준의 70%, 취득세 산출세액의 80%를 가산한 금액을 추징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방문해 피해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4일 오전 지진 피해 이재민이 머물고있는 경북 포항시 흥해실내체육관 대피소를 방문해 피해 이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또 포항시는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해서는 사실상 소유자에게 취득세 부과 및 과징금(부동산 평가액의 30%까지)을 부과할 뿐만 아니라 사법기관에 형사고발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해 이재민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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