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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의사에 따라 5명 합법적 존엄사

중앙일보 2017.11.28 12:11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시범사업 실시 첫날인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의료원에서 한 부부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중앙포토]

연명의료결정법의 내년 시행을 앞두고 시범사업 실시 첫날인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의료원에서 한 부부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고 있다.[중앙포토]

지난달 23일 연명의료중단 시범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족 의견에 의해 5명이 연명의료 중단을 시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인의 명시적인 의사대로 중단한 사람은 2명이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합법적으로 존엄사를 택한 사람들이다. 2009년 5월 대법원이 세브란스 김 할머니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도록 판결한 이후 8년여만이다. 
 

연명의료중단 시범사업 한 달 치 공개
모두 7명이 심폐소생술 등 안하고 임종
4명은 가족 2명이 고인의 뜻 확인
1명은 가족 전원이 연명의료중단 원해
2명만 본인이 쓴 계획서에 따라 임종
연명의료계획서 활용 가능성 매우 낮아

연명의료중단

연명의료중단

 보건복지부는 28일 연명의료중단 시범사업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한 달 여 동안 7명이 연명의료를 유보하고 임종했다. 연명의료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핼액투석·항암제투여 등의 4가지 행위를 말한다. 7명은 임종과정에 접어들자 이런 행위를 하지 않거나 중단했다. 6명은 아예 시행하지 않았고(연명의료 유보), 1명은 인공호흡기를 제거(중단)했다.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

연명의료 중단 시범사업

 7명 중 4명은 가족 2명이 "부모님(남편 또는 아내)이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는 진술이 바탕이 됐다. 고인의 의식이 없어서 본인의 의사를 표명하지는 못하지만, 존엄사를 원했다고 가족들이 대신 추정한 게 받아들여졌다. 40대 남자 뇌출혈 환자는 본인의 의사를 알 수 없어서 가족 전원이 합의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하고 임종했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두 가지 방법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연명의료 중단(유보)를 선택한 7명 중 2명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 50대 남성 말기암 환자 두 명이다. 이들은 본인이 심폐소생술 등의 네 가지를 하지 않겠다고 연명의료계획서에 서명했고 이에 맞춰 심폐소생술을 받지 않고 임종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내년 1월 15일까지 시범사업을 하고 내년 2월에 정식으로 시행한다.  
 7명의 사례를 보면 내년 2월 후에 연명의료계획서는 활용하기 어렵고, 가족의 결정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다. 가족 2명이 "부모님(남편 또는 아내)이 평소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며 의식 불명 환자의 뜻을 대신해서 말하는 게 통용될 가능성이 크다. 세브란스 김 할머니 사건과 같은 유형이다. 
 
 환자의 평소 뜻을 모를 경우 가족 전원이 합의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생길 전망이다. 평소 가족 간에 연명의료에 대한 대화를 하지 않는 한국적 문화를 감안하면 이런 유형의 존엄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자 현황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자 현황

 이런 두 가지 유형보다 바람직한 것은 연명의료계획서(폴스트) 같은 문서에 명시적으로 본인의 의사를 미리 표시하는 것이다. 환자가 자기 목숨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한다는 면에서 바람직하다. 시범사업 기간 동안 건강한 사람이 주로 작성하는 사전의료의향서는 2197명이 작성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에서 폴스트는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의료진이 44명에게 폴스트 작성을 위해 상담했지만 11명 밖에 작성하지 않았다. 환자 1명당 2~3회 상담했고, 한 번에 30분~1시간 걸렸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내과 교수는 "환자나 가족에게 임종을 두고 대화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한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가능한 시기를 말기환자나 임종환자로 제한한 것도 걸림돌이다. 임종환자가 폴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말기환자도 소생 가능성이 떨어지는 시기이기 때문에 임종을 대놓고 대화하기가 쉽지 않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도 매우 꺼린다. 
 
 정부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말기 상태가 아닐 때도폴스트를 작성할 수 있게 완화하고 연명의료 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의사를 처벌하는 조항을 2019년 2월로 1년 유예하는 쪽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허 교수는 "폴스트에 환자가 직접 서명하라는 조항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가족이나 대리인이 대신 서명할 수 있게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가족이나 대리인 결정은 법률 제정 취지와 맞지 않다고 보고 추후 논의할 예정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백수진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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