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정부는 낙태 줄었다고 발표했지만 글쎄? "추정건수보다 많을 것" 주장 나와

중앙일보 2017.11.28 11:31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을 계기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뜨겁다. [중앙포토]

청와대 홈페이지의 '낙태죄 폐지' 청원을 계기로 낙태 합법화 논란이 뜨겁다. [중앙포토]

국내 인공임신중절(낙태)이 줄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낙태가 줄었다는 정부 발표와 다소 배치되는 주장이다. 
 

배재대·연대 원주의대 연구팀
네이버 검색량 분석해 낙태 경향 분석
최근 9년간 낙태 증가·감소세 확인 못 해

복지부 2005년 34→17만 건 감소 발표와 대조
“과소 추계 가능성 높아 실제 건수는 추정보다 많을 것”
“낙태 검색량, 11월 말 최저 5월 말 최고”
“학기 초 피임 교육하면 청소년 낙태 예방에 효과적”

박명배 배재대 실버보건학과·김춘배 연대 원주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소셜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국내 낙태 경향을 분석한 결과를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소셜 빅데이터란 인터넷, SNS, 유튜브 등의 검색 건수와 메시지 내용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말한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는 임상 빅데이터와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현황을 예측하는 사례가 많다. 이번 연구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진이 2007년 10월~2016년 10월 24일 소셜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낙태 검색량이 뚜렷이 증가하거나 감소하지 않았다. 연구진은 “정부의 발표와 달리 실제 낙태 시술 건수가 대폭 감소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까지 비슷한 현황을 유지할 것이란 다른 전문가들의 기존 예측을 지지하는 연구 결과”라고 했다. 특히 낙태 건수는 과소 추계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실제 낙태는 추정 건수를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명배 배재대 교수는 “2005년 추정 건수(34만 건)를 기준으로 했을 때 실제 낙태는 1.5~2배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낙태 수술 추정 건수가 2005년 34만2433건에서 2010년 16만8738건으로 크게 줄었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낙태 허용 국민청원에 따라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도별 낙태 검색량 시계열 현황

연도별 낙태 검색량 시계열 현황

논문에 따르면 특정 시점에서 낙태 검색량이 갑자기 폭증했는데, 사회적으로 낙태 문제가 크게 부각됐을 때였다. 불법 낙태수술을 한 병원 3곳 적발(2010년 2월), 인기 힙합 가수의 낙태 관련 기사 논란(2010년 3월), 임신한 여고생의 낙태수술 중 사망 사건(2012년 11월), 낙태 처벌 강화 입법예고로 시민단체에서 벌인 낙태금지법 폐지 운동(2016년 10월) 등이다.    
 
낙태 검색량은 월별로 차이를 보였다. 중앙값 기본 분석 방법으로 월별 추세를 관찰했더니 평균적으로 5월(50.5%)이 낙태 검색량이 가장 많았고, 6월과 4월(46%), 3월(44.5%) 순이었다. 가장 검색량이 적은 시기는 12월과 1월(32.3%)이었다. 연구진은 “낙태 관련 검색량은 11월 말을 최저점으로 서서히 증가해 5월 말에 최고점을 찍었고 6월을 기점으로 다시 감소하는 추세였다"고 분석했다.   
건강한 가족- 피임약

건강한 가족- 피임약

연구진은 그동안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낙태 예방 전략을 제시했다. 낙태 예방의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는 것을 꼽았다. 원치 않는 임신을 줄이려면 피임이 중요한데 나이가 어릴수록, 여성보다 피임 지식이 낮은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시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낙태를 가장 많이 시도할 것으로 예측되는 5월 이전에 집중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학기 초인 3~5월 사이에 집중적인 피임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연구진은 “산발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학교의 성교육을 개선해야 한다”며 “새 학년이 시작되는 시기에 성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침을 마련한다면 청소년 낙태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