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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학금 폐지, 사립대 백기투항 이유는

중앙일보 2017.11.28 11:30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들이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생·교육부·사립대가 함께 결정한 입학금 폐지를 환영하며 입학금의 제도적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대표들이 2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대학생·교육부·사립대가 함께 결정한 입학금 폐지를 환영하며 입학금의 제도적 폐지를 위한 고등교육법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4년제 대학의 입학금이 2022년 전면 폐지된다. 당초 입학금 폐지를 반대한 사립대들이 정부의 압박에 못 버텨 결국 '폐지'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입학금 폐지에 대비한 대학 재정보전 대책이 부족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사립대·학생대표와 3자 합의" 발표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줄여 5년후 완전폐지
입학금의 20%만 장학금으로 대학에 지원
대학 수입 감소에 따른 보전책은 안 내놔

교육부는 28일 정부와 사립대, 학생대표가 참여하는 ‘입학금 제도 개선 협의체’에서 4년제 대학의 입학금을 전면 폐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국립대는 이미 폐지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22년에는 4년제 대학의 입학금이 완전히 없어진다.
 
교육부와 사립대 측의 합의안에 따르면 현재 받는 입학금 중 실비로 인정된 20%는 정부에서 지원한다. 나머지 80%는 대학 스스로 감축한다. 입학금이 평균(77만3000원)보다 높은 대학은 2022년까지 5년 동안 매년 16%씩 입학금을 감축한다. 평균 이하인 대학은 2021년까지 4년간 매년 20%씩 줄인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총장들이 입학금 폐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사립대총장협의회에서 총장들이 입학금 폐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022년 이후엔 입학금 실비(20%)를 등록금에 편입하게 하고 해당 금액만큼 정부가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신미경 교육부 대학장학과장은 “현재 입학금의 80%는 대학 스스로 감축하고 20%는 국가장학금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학생 입장에선 입학금 부담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년제 대학 156곳이 받는 입학금 총액은 현재 2431억원 정도다. 이게  2022년이면 0원이 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중 80%인 1944억원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사립대가 떠안게 된다. 정부는 일반재정지원 등을 통해 입학금 폐지에 따른 보전을 약속했지만, 구체적 규모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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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발표에 앞서 사립대는 입학금 중 실비 인정을 40%로 하고, 등록금 인상을 허용할  것을 교육부에 요구했다. 사립대 요구는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학금 폐지 문제가 갑작스럽게 합의점을 찾게 된 배경은 뭘까. 애초부터 교육부는 내년부터 입학금 폐지의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선공약이면서 국정과제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11월말까지 매듭을 지어야 했다. 12월엔 각 대학들이 내년도 등록금과 입학금을 결정해야 해서다
 
하지만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사립대와의 논의는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지난달 전국 80개 대학을 조사해 실제 입학 관련해 쓰이는 돈이 전체 입학금의 20%에 불과하다는 자료를 공개했다. 그 다음으로 지난 2일부터는 논의 테이블에 학생대표들을 참석시켰다.
 
입학금 실태조사

입학금 실태조사

효과는 컸다. 학생들과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학생 앞이라 대학 입장을 강하게 이야기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결국 사립대는 당초 요구했던 사항을 제대로 합의안에 넣어보지도 못한 채 백기투항 해야 했다. 위 2가지의 압박카드와 함께 정부의 재정지원사업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8년째 등록금을 동결해온 대학 입장에선 정부의 재정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사립대 수입총액은 2011년(22조5918억원)에서 2014년(23조7212억원) 5%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고보조금 비중은 13.1%(2조9661억원)에서 19.7%(4조6791억원)로 58%나 증가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정부재정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대학 자율성은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일각에선 이 같은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 몫으로 돌아올 것이란 우려가 많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규모가 큰 대학은 연간 수십억원씩 수입이 줄어든다, 등록금 인상도 불가피한 상황에서 재정지원마저 없다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가 대표적인 사례다. 2012년 반값 등록금 실시로 학생들에 대한 등록금 지원액이 급격히 늘었지만 학교에 대한 서울시의 재정지원액은 크게 줄었다. 박완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립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시립대의 세입액은 반값등록금 이전인 2011년에는 654억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301억원으로 절반이 줄었다. 세입이 줄면서 강좌 수는 같은 기간 18.6%, 시간강사 수도 39.6% 감소했다. 반면 100명 이상 대형 강의 수는 57개에서 112개로 늘었다.
 
교육부도 이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재정 보전 대책은 뚜렷이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악화로 교육이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현재로선 입학금 전액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차차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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