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복지부 발표와 상반된 빅데이터 “낙태 연간 50만건…줄지 않았다”

중앙일보 2017.11.28 10:54
낙태

낙태

국내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에 대해 연간 최대 50만 건까지 낙태시술이 이뤄졌을 수 있다는 빅데이터 조사가 발표됐다.
 
박명배 배재대학교 실버보건학과 교수는 연세대 원주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최근 9년간 네이버 빅데이터 포털 데이터 랩(DATA LAB)을 활용한 분석 결과를 28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07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낙태에 대한 검색 결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해보니 뚜렷한 증가 및 감소 추세가 관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 입장과 상반되는 결론이다. 복지부는 낙태 건수가 2005년(34만2000건)보다 2010년(16만8000건)에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밝혔지만 해당 조사 결과는 증가나 감소 없는 ‘유지’ 상황이다.  
 
박명배 교수는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도 연평균 낙태수술 건수를 70~80만 건으로 추정하는 등 복지부 추산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대부분의 낙태수술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2005년 복지부 발표자료를 기초로 해도 연간 50만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낙태를 비롯해 자살ㆍ흡연ㆍ음주와 같은 공중보건학적 문제는 응답자들이 거짓 답변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설문조사의 신뢰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런 설문조사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구진은 구글 등에서 이미 활용하고 있는 소셜 빅데이터(social big-data) 분석 기법을 이용했다. 이 기법은 인터넷ㆍ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ㆍ유튜브 등에서 검색된 단어 및 메시지 내용과 같은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유용하게 변환해 분석하는 방식이다. 
 
복지부가 인공임신 중절수술 실태조사를 발표한 시점은 2005년과 2010년으로 이때 당시 연간 국내 낙태수술 건수는 각각 34만2000건, 16만8000건으로 눈에 띄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복지부는 2005년 하루 평균 낙태수술이 1000건 정도 시행됐으며 2010년에는 이보다 낙태수술이 훨씬 감소한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지난 26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추정한 현재 우리나라의 하루 평균 낙태수술 건수는 보건복지부 공식집계의 3배 이상인 일평균 약 3000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한산부인과학회가 2009년 발표한 중ㆍ고등학생의 성(性) 행태 조사결과를 보면 임신을 경험한 여학생 중 85.4%가 낙태 시술을 받았다고 답할 정도로 청소년 낙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박 교수는 “청소년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율이 상당히 높아 매우 적극적인 예방전략이 필요하다”며 “대부분 낙태수술이 임신 12주 미만에 시행되므로 3월과 5월 사이에 집중적인 피임 교육과 낙태 예방 홍보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그는 “낙태 예방은 여성만이 아닌 남성도 함께 교육받고 책임져야 할 문제”라며 “낙태법 폐지에는 찬반 의견이 엇갈릴 수 있으나, 낙태수술 자체에는 모두가 반대할 것이라고 본다.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한 낙태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정확한 실태조사 촉구 및 낙태 예방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번에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보건행정학회지(Health Policy and Management) 최근호에 게재됐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