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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없는 소방차로 화재 현장 달려간 황당한 의용소방대

중앙일보 2017.11.28 10:30
소방차 이미지. 이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소방차 이미지. 이 사진은 기사와 상관없음. [중앙포토]

 
충북 영동의 한 의용소방대가 소방차에 물을 싣지 않고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2800L 물탱크 텅 빈채 불 끄러…물 사라진 원인 오리무중

 
지난 25일 오전 8시 23분쯤 영동군 추풍령면의 한 정미소에 불이 났다는 신고 접수됐다. 화재 발생 메시지를 받은 관할 의용소방대는 3분 뒤 5t 소방차(펌프차)를 끌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 소방대는 화재 현장과 300m 정도 거리에 있었다. 의용소방대원 4~5명이 불을 끄기 위해 급히 소방호스를 뽑았지만, 방화수가 나오지 않았다. 소방차 물탱크(용량 2800L)에 물이 채워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의용소방대원들이 인근 소화전으로 차를 돌려 물을 채워 넣었지만 8시35분 황간119안전센터의 소방차가 도착한 뒤에야 진화작업을 할 수 있었다. 이 불로 정미소 건물(295㎡)과 도정기계, 벼 2t 등이 전소해 50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빈 물탱크를 소방차에 싣고 화재 진화에 나선 사람들은 정식 소방관이 아니다. 출동 건수가 많지 않고 소방관서가 없는 시골에 조직된 의용소방대원들이다. 29명의 대원은 농업이나 자영업에 종사하는 마을 주민들이다. 영동소방서 관할하는 13개 의용소방대 중 5곳은 소방대원이 없이 주민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전담 의용소방대’로 구성됐다. 소방장비 관리 규칙상 이런 곳은 의용소방대장 책임 아래 장비 상태와 출동 태세 등을 매일 점검하게 돼 있다.
 
윤기열 추풍령면의용소방대장은 “20일 자체 점검과정에서 소방차에 물이 가득 차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화재 발생 이틀 전인 23일에도 소방차를 몰고 119센터 들러 물탱크를 확인했다. 2800L나 되는 방화수가 왜 없어졌는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방차가 출동 대기하는 지역소방대 건물 주변에 폐쇄회로TV(CCTV)가 없어 원인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동소방서 관계자는 “철저하게 조사한 뒤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하겠다”며 “다만 의용소방대원들이 자원봉사자 성격의 민간인 신분이어서 문책 등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영동=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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