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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예약 사절' 바가지 숙박요금…공실 우려되는 올림픽 개최도시 강릉·평창

중앙일보 2017.11.28 09:39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 펜션에 걸려있는 현수막. 박진호 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한 펜션에 걸려있는 현수막. 박진호 기자

 
회사원 손운태(34·경기 남양주시)씨는 평창겨울올림픽 기간 가족들과 강릉 여행을 계획 중이다. 손씨는 올림픽이 한창인 2월 12일~2월 13일 1박 2일 일정으로 여행 일정을 짜고 있다. 

하루 숙박 강릉·평창 40~50만원, 원주·속초 10~20만원
바가지요금에 주변 도시 숙소요금 알아보는 관광객 늘어
장기투숙객 기다리다 오히려 올림픽 기간 방 안 나갈 수도
강원도 바가지요금 근절하기 위해 신고센터도 운영하기로

 
이날은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에서 남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0m 경기가 있다. 그는 가족과 함께 빙상경기를 보고 평소 좋아하는 횟집에도 갈 계획이다.
 
하지만 손씨는 이번 여행 숙소를 강릉이나 평창이 아닌 속초에 잡았다. 경기장 주변 호텔과 펜션에 예약을 문의했는데 “단체 예약만 받는다. 12월 말쯤 전화해 달라”며 번번이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햐얀 눈 뒤덮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 개폐회식장. 연합뉴스

햐얀 눈 뒤덮힌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올림픽 개폐회식장. 연합뉴스

 
일부 숙박시설은 예약이 가능했지만 26㎡ 크기의 방 가격이 40~50만원에 달하는 데다 시설도 오래된 곳이었다. 손씨는 두살과 세 살 된 아들, 아내까지 4명의 가족이 자기엔 무리가 있어 인근 도시 숙박업소를 알아봤다.
 
손씨가 예약한 속초시 조양동의 한 호텔의 경우 성인 2명과 4세 이하 아이 2명이 묶을 경우 하루 숙박료가 16만7000원이었다. 경기장과의 거리도 60㎞로 차로 50분이면 도착이 가능하다.
 
손씨는 “강릉에 방을 잡고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B석 15만원, 24개월 이하 아동 입장료 무료)를 관람하려면 80~100만원이 든다”며 “속초에서 자면 절반 가격인 46만7000원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평창올림픽 입장권 가격. [사진 평창군 공식 블로그]

평창올림픽 입장권 가격. [사진 평창군 공식 블로그]

 

강릉과 평창 올림픽 개최도시 숙박업소들이 요금을 과도하게 받거나 예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관광객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7일 기자가 평창과 강릉지역 둘러보니 상황은 더 심각했다. 
 
설상 종목이 개최되는 알펜시아에서 5㎞가량 떨어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한 펜션의 경우 올림픽 기간 숙박을 문의하자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는다. 한 달 단위 고객만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펜션은 12개의 객실이 있는데 평수에 따라 한 달 이용요금이 900~2500만원이다. 펜션 관계자는 “올림픽을 앞두고 리모델링 비용으로만 2억을 투자했다”며 “장기 투숙객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일반 고객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숙박업소. 올림픽을 앞두고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에 있는 숙박업소. 올림픽을 앞두고 리모델링 작업이 한창이다. 박진호 기자

 

300m 인근에 있는 펜션에 들어가 예약을 문의했지만, 이곳 역시 일반 투숙객을 받을 경우 장기 투숙객을 받지 못해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강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경포 해변 인근 숙박업소는 가는 곳마다 외국인 단체 관광객이나 장기 투숙객을 기다린다며 예약을 거절했다. 
 
바다가 보이는 한 호텔의 경우 현재 네덜란드 단체 관광객과 협상을 하고 있어 예약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평창과 강릉지역 숙박업소들이 올림픽 기간 한 몫 챙기자는 분위기 속에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고 일종에 ‘버티기’를 장기간 이어가고 있다.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인근에 있는 숙박업소들. 박진호 기자

강원도 강릉시 경포해변 인근에 있는 숙박업소들. 박진호 기자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속초·원주·횡성·양양에 숙소를 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평창·강릉에서 1시간 안팎의 거리에 있는 데다 숙박요금이 대체로 평소와 비슷하거나 더 저렴한 곳도 있어서다.
 
양양의 한 호텔의 경우 올림픽 기간 예약률이 80%에 육박하고 있다. 호텔이 보유한 124개 객실 중 내년 2월 8일~25일까지 하루평균 100개 이상 객실이 예약을 마친 상황이다. 
 
원주시 문막읍에 있는 호텔 역시 4인 기준 1실 가격이 17만6000원으로 올림픽 기간에도 같은 요금을 받아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2018평창겨울올림픽을 70여 일 앞두고 과다한 숙박가격과 개별 관람객 예약거부 등 숙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평창올림픽 바가지 요금 숙박업소 잡는다“ 단속 나선 강원도

2018평창겨울올림픽을 70여 일 앞두고 과다한 숙박가격과 개별 관람객 예약거부 등 숙박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평창올림픽 바가지 요금 숙박업소 잡는다“ 단속 나선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있는 한 호텔은 올림픽 기간 객실 요금을 기존과 같이 25만원만 받고 추가로 2인 조식을 무료 제공한다.
 
김기훈(63) 대한숙박업중앙회 원주시지부장은 “앞으로도 강릉과 평창 숙박업소 요금이 떨어지지 않으면 원주 지역 숙박시설로 일반 관람객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후도시에서 10~20만원으로 비교적 시설이 좋은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만큼 막연한 기대로 단체예약이나 장기투숙객을 기다릴 경우 공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올림픽 개최도시와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주변 도시에만 1415곳(객실 2만770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사진 국토교통부]

[사진 국토교통부]

 
더욱이 다음 달에 개통하는 서울∼강릉 KTX의 요금과 거리, 시간 등을 고려하면 관광객이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실제 KTX 개통이 임박하자 입장권 판매율 서서히 오르고 있다.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림픽 개·폐회식을 비롯한 종목별 입장권이 지난 24일 기준 55만5000여장이 팔렸다. 이는 전체 티켓 107만장의 51.9%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예약 가능 업소 확대와 합리적 가격정책 동참 등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호텔·리조트업계와 협의를 통해 인근 도시 17개 시설 4904실을 12월부터 예약할 수 있도록 협의를 완료했다. 대명·한화리조트 등이 운영하는 27개 시설 1만418실도 조기예약 활성화를 위해 설득할 예정이다. 올림픽 배후도시 숙박 시설을 연결하는 무료 셔틀버스 운영도 강화한다.
지난 24일 강원 춘천시 베어스호텔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숙박협회 회원들이 겨울올림픽 손님맞이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평창올림픽 바가지 요금 숙박업소 잡는다“ 단속 나선 강원도

지난 24일 강원 춘천시 베어스호텔에서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숙박협회 회원들이 겨울올림픽 손님맞이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출처: 중앙일보] ’평창올림픽 바가지 요금 숙박업소 잡는다“ 단속 나선 강원도

 
모텔·여관·펜션 등 중소규모 숙박시설은 올림픽 통합안내 콜센터(국번 없이 1330) 등을 통해 예약 가능 업소를 안내할 방침이다. 콜센터는 오는 30일 문을 연다.
 
바가지 숙박요금 근절을 위한 신고센터도 운영된다. 위반업소가 적발될 경우 시설개선 등 모든 지원사업을 배제할 계획이다. 또 관할 세무서에도 해당 내용을 통보해 세무조사 등을 의뢰할 방침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예약 가능 업소가 확대되고 요금이 정해지면 자연스럽게 중소규모 숙박업소도 적당한 가격을 책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평창·강릉=박진호·최종권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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