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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쩡한 전립선 떼어놓고…합의금 제시한 병원 “흥정은 없다”

중앙일보 2017.11.28 08:30
 경기도 수원의 한 대학병원이 다른 환자와 검체가 뒤바뀐 사실을 모른 채 멀쩡한 사람의 전립선 제거 수술을 시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소변이 줄줄 새는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병원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속앓이하고 있다.
 
전립선암 오진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A(68)씨는 수술 후 소변이 새 성인용 기저귀를 차는 등 고통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립선암 오진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A(68)씨는 수술 후 소변이 새 성인용 기저귀를 차는 등 고통받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병원과 피해자에 따르면, 지난 8월 A(68)씨는 혈뇨 증상으로 입원해 조직검사를 받은 결과 전립선암 3기 진단을 받았다. 급하게 수술날짜를 잡고 지난달 11일 7시간 넘는 수술 끝에 전립선 대부분을 떼어낸 뒤 20일 퇴원했다.
 
지난 1일 수술 후 첫 외래진료에 온 A씨는 주치의로부터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병원이 조직검사 과정에서 A씨와 다른 암환자의 검체가 바뀐 사실을 모르고 A씨를 수술했다는 것이다. 수술 중엔 맨눈으로 정상세포와 암세포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A씨는 조직검사를 다시 했지만, 암세포는 나오지 않았다. 결국 엉뚱한 수술로 소변이 줄줄 새는 후유증만 남게 됐다. A씨는 성인용 기저귀를 차고 생활하고 있다. 복부 주변에 다섯 군데의 수술 자국도 그대로 남아 있다.
 
전립선암 오진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A(68)씨는 수술 후 소변이 새 성인용 기저귀를 차는 등 고통받고 있다. [연합뉴스]

전립선암 오진으로 절제 수술을 받은 A(68)씨는 수술 후 소변이 새 성인용 기저귀를 차는 등 고통받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병원 측의 태도였다. 오진 사실을 들은 후 A씨는 지난 7일 아들 두 명과 함께 의료진의 안내에 따라 병원 고객상담실을 찾았다. 그런데 병원 측은 합의금이 적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없는 피해자와 가족에게 “(흥정은) 없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A씨가 공개한 당시 녹취 파일에 따르면, 상담실 직원은 대화 초반에 “하여튼 뭐 종합적으로 저희 병원에서 그 실수로 그렇게(오진) 한 부분에 대해서는 병원에서 종합적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도록 할게요”라고 말한다.
 
이어 “저희 안은 치료비(수술비) 1000만원 다 되돌려드리는 거로 결정했고요. 위자료 성격으로 대략 2000만원 정도를 제시해드립니다”라며 “보호자들이나 이런 분들은 간혹가다 보면 ‘거기에 300만(원) 더 해봐 그럼 우리가 합의할게’(하시는데) 우린 이런 저기는(흥정은) 없습니다. 이미 의사결정이 된 거기 때문에”라고 강조한다.
 
A씨의 아들은 “합의금보다 먼저 책임자의 진정한 사과와 소변이 새는 후유증을 어떻게 해줄 건지 등 건강상의 후속 조치를 안내받을 줄 알고 갔더니 마치 ‘우린 이것밖엔 못 주니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측은 “A씨의 전립선 절제 수술은 병원의 과실이 명백하다”라며 “고객상담실 직원이 상담 기술이 부족해 환자분께서 화가 나신 것도 인정한다. 개선하겠다”라고 해명했다.
 
병원은 조직검사 과정에서 실수한 병리과를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는 한편, 의료사고 책임을 물어 주치의와 병리과 관계자에 대한 징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편 피해자와 가족들은 의료진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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