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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블랙프라이데이 심리학

중앙일보 2017.11.28 01:50 종합 34면 지면보기
심재우 뉴욕특파원

심재우 뉴욕특파원

미국 최대 쇼핑 성수기인 블랙프라이데이. 천막을 쳐 밤샘 줄서기 경쟁을 벌이고,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100m 경주를 방불케 하는 ‘도어 버스터’ 행사 등 갖가지 진풍경을 빚어냈다. 올해 블랙프라이데이인 지난 24일에도 규모 면에서 예전만큼은 못하지만 이 같은 진풍경이 일부 백화점과 쇼핑몰에서 연출됐다. 뉴욕 맨해튼의 로드&테일러 백화점은 선착순 500명에게 20달러 기프트카드를 내걸기도 했다.
 
그동안 블랙프라이데이는 각종 연구의 대상이 됐다. 20%대 세일은 기본이고, 60% 이상을 웃도는 파격 세일이 난무하는 일종의 극한 상황이 연출되는 만큼 인간의 본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에게도 좋은 소재가 됐다.
 
인디애나대의 샤론 레넌 교수는 블랙프라이데이 쇼핑몰에서 일부 고객들이 남의 카트에 담긴 물건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에게 소리치는 비정상적 행위를 눈여겨봤다. 비슷한 경험을 지닌 189명의 쇼핑객에게 물은 결과 자신이 불평등한 상황에 처했다는 느낌이 비정상적인 행동으로 이끌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줄 서 있는 상황에서 새치기를 당했다고 느끼거나, 자신이 보는 앞에서 선착순 마감이 이뤄지는 경우 등이다. 이런 현상은 고학력 백인 여성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노던켄터키대 브리짓 니콜스 교수는 진열된 상품이 부족해 자신에게 기회가 오지 않는 현상이 닥칠 때 ‘경쟁적 흥분’ 상태를 촉발한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에서는 승자와 패자가 양산되는 만큼 경쟁적 흥분에 쉽게 빠져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니콜스 교수는 쇼핑객들이 쇼핑을 게임으로 받아들이면서 게임의 결과를 공유해 주변과 결속이 강해진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른바 SNS상에서의 ‘수다’와 ‘퍼 나르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불평등한 상황을 연출한 백화점이나 쇼핑몰은 대다수의 패자와 그 지인들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상을 심어 장기적으로는 손님 유치에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인식이 일부 반영된 측면도 있겠지만 올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의 대세는 온라인 쇼핑 중에서도 모바일 쇼핑이었다.
 
니콜스 교수는 파격 세일에 목매는 쇼핑객에게 “올해 부족했던 세일 상품은 내년 1월에 풍족하게 공급되는 수순을 밟아 온 만큼 크게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충고했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행사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게임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유통업체의 노림수에 놀아난 결과라고 덧붙였다. 안 사도 될 물건을 싸게 샀거나 또는 못 샀다고 흥분하는 국내 쇼퍼 홀릭들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심재우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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