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수대] 발리의 화산 폭발

중앙일보 2017.11.28 01:44 종합 35면 지면보기
나현철 논설위원

나현철 논설위원

태평양을 둘러싼 화산대인 ‘불의 고리’에는 452개의 화산이 있다. 이 중 30%인 130여 개가 인도네시아에 몰려 있다. 유라시아판과 태평양판·필리핀판·호주판·인도판 등 여러 지각층이 맞물려 있어서다. 더구나 유라시아 남쪽을 잇는 알프스-히말라야 조산대까지 인도네시아를 지난다. 불의 고리 중에서도 ‘핫 스폿’이 될 요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선 대규모 화산 폭발과 지진이 끊이지 않는다. 1883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소리는 너무 커서 반경 16㎞ 이내에 있던 사람들의 귀가 멀 지경이었다. 1815년 폭발한 탐보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산 폭발이었다. 온 지구로 퍼진 화산재가 햇빛을 막아 1816년을 ‘여름이 없는 해’로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유럽, 특히 아일랜드에서 대기근이 발생해 미국 이민이 쇄도했다. 중국에서 아편이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도 화산 폭발로 인한 기근 때문이라고 한다. 길런 다시 우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는 저서 『세계사를 바꾼 화산 탐보라』에서 “1815년 4월 10일 이후 인류 사회는 완전히, 깡그리 변했다”고 평하기도 했다. 유전학자들은 약 7만5000년 전 ‘수퍼 화산’ 토바 분출 때 인구가 1만~3만 명으로 급감해 절멸의 위기에 내몰렸다고 추정한다.
 
그렇다고 화산이 꼭 재앙만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장기적으로 땅속의 미네랄을 지표로 끄집어내 순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화산 지역은 딱히 비료를 쓰지 않아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 화산이 많이 자리 잡은 주요 지각판 경계에는 석유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심심찮게 지진을 일으키는 샌안드레아스 단층은 피해보다 경제적 혜택이 20배가량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인도네시아 발리섬에 있는 아궁 화산이 분화해 12만 명이 대피하고 관광객들의 발길이 묶였다. 지난 9월부터 연기를 내뿜더니 본격적인 분화가 시작된 모양이다. 발리 공항이 폐쇄돼 모든 항공편이 결항되는 등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했지만 화산 폭발과 같은 거대한 자연의 이치를 인간이 거스를 방법은 없다는 진리를 새삼 느낀다. 인명이나 삶터가 파괴되는 큰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나현철 논설위원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