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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가맹점주 70% “제빵사 직접 고용 반대”

중앙일보 2017.11.28 01:32 종합 2면 지면보기
“차라리 직접 빵을 만들겠다.”
 

정부 ‘본사가 직접고용’ 명령에 반발
직접 빵 굽겠다며 고용부에 탄원서

대구 제빵사들도 “직접고용 안 된다”
노조와 반대 입장에 상황 점점 꼬여
29일 시정지시 가처분 판결이 고비

파리바게뜨 가맹점의 제빵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정부의 명령에 가맹점주들이 반기를 들며 이렇게 말했다. 야심 차게 시작한 정부 조치가 갈수록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27일 파리바게뜨 가맹점주들은 ‘제빵사의 본사(SPC) 직접 고용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했다. 다수의 가맹점주는 제빵사 직접 고용에 우려를 표시해왔지만 단체 행동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탄원서를 작성한 가맹점주는 전체(3300명)의 70%에 달하는 2368명이다.
 
가맹점주들은 “고용부의 제조기사(제빵사) 직접 고용 지시로 가맹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고 가맹점주와 제빵사의 관계도 악화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가맹점주가 직접 작성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밝혔다.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 논란

파리바게뜨 제빵사 직접 고용 논란

고용부는 지난 9월 파리바게뜨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협력업체에 소속된 제빵사가 가맹점에서 근무하는 걸 불법 파견으로 판단하고 본사가 제빵사를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 본사는 고용부의 명령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라며 시정명령 취소와 집행정지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탄원서를 제출한 가맹점주는 “제빵사가 본사 소속 직원이 될 경우 가맹점주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당할 우려가 있으며 경영자율권이 침해돼 본사와의 갈등·분쟁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제빵사가 본사 소속이 되면 점주가 직접 빵을 굽거나 직접 제빵사를 고용하겠다는 가맹점이 1000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가맹점주인 김일선씨는 “임대료·인건비 상승에 따라 경영난이 심각한데 제빵사 직접고용 이슈까지 겹쳐 가맹점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생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고용부 장관이 가맹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대구 지역 제빵사 3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 직접고용만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니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에 참여한 제빵사들은 “직접 고용되면 본사의 지시가 늘어 업무 강도와 업무량이 지금보다 늘어날 것”이라며 “본사 지시가 없다면 새로 추진하는 상생 기업(3자 합자회사)도 좋은 대안”이라고 말했다.
 
탄원서 작성에 참여한 가맹점주들도 “가맹점과 협력사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상생 기업을 통한 고용이 최선의 방법”이라며 “제조기사들이 원하는 고용 안정성 확보, 임금과 복리후생 개선, 일하는 방식 개선 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 기업이란 본사와 가맹점주, 인력 파견업체 3자가 참여해 제빵사를 고용하는 형태의 업체다. 본사 주도로 설명회가 열리고 있지만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노조가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사들에게 강제로 참여 동의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등 순탄치 않다. 화학섬유 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인 임종린씨는 “인력파견업체 소속이었을 때도 본사 지시를 받았던 만큼 직접고용이라고 업무 형태가 바뀌거나 업무 강도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빵사 직접고용 사태의 분수령은 29일께가 될 전망이다. 파리바게뜨 본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직접고용 시정지시 처분 취소소송을 심리 중인 서울행정법원은 이날 본안소송에 앞서 집행정지 가처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인용되면 파리바게뜨는 본안소송 판결까지 약 1년을 벌게 된다.
 
이 기간 파리바게뜨는 3자 합작사 설립과 제빵사 전직 작업 등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가처분이 기각될 경우 파리바게뜨 본사는 당장 다음달 5일까지 제빵사 5300여 명을 직접고용하거나 530억원 상당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전영선·김영주 기자 az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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