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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양어선서 권총 1정 실탄 10발 … 또 총기에 뚫린 부산항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12면 지면보기
부산시 사하구 감천항에 입항한 원양어선에서 권총과 실탄이 발견되면서 허술한 입항 허가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남미서 참치조업하다 수리하러 와
선주·선원 불러 입수 경위 조사

올해 원양어선 2000여 척 입출항
구두로 금지품 확인, 입항 허가 허술
전문가 “검색 장비·인원 보강해야”

27일 부산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감천항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 K호(289t급) 기관장 윤모(52)씨는 출항에 대비해 선원 침실에 있는 에어컨을 수리하다 에어컨 덕트 안에서 권총 1정과 실탄 10발을 발견했다. 윤씨는 선주인 안모(60)씨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안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K호는 지난 15년간 우루과이, 영국령 포클랜드 등지의 해상에서 참치 조업을 해오던 어선으로 국내의 한 선박회사가 소유하다 지난 7월 현재의 선주 안씨에게 매각됐다. 포클랜드에 있던 K호는 선체 수리를 위해 지난 7월 감천항에 입항했다.
 
해경은 안씨의 신고 직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총기·실탄 종류와 지문 감식을 의뢰한 상태다. 권총과 실탄의 입수 경위는 배 소유주와 선원을 상대로 조사할 계획이다. 해경 관계자는 “이전 배 소유주는 국내에 있지만 선원 대부분은 외국에 나가 있어 권총과 실탄 입수 경위를 조사하는 게 쉽지 않다”며 “우선 전화 등을 활용해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 지역에서 항구를 통해 총기류 밀반입이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마약 밀거래 혐의 등으로 부산경찰청 마약수사대에 붙잡힌 재일동포 A씨(44)의 몸에서 러시아제 권총(TT-33)이 발견됐다. A씨는 당시 경찰에 2015년 9월 여객선 화물에 숨겨 부산항으로 들여왔다고 진술했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된 총기는 9정, 실탄은 150여 발에 이른다.
 
수입 금지 물품인 총기가 밀반입될 수 있었던 것은 원양어선의 입항 허가 절차가 허술하기 때문이다. 배가 항구에 들어가려면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관세청·법무부 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세관 관계자 등이 배에 올라가기는 하지만 엄격한 검사가 아니라 제출된 서류를 살펴보고 구두로 금지 물품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게 현실이다.
 
부산본부세관의 한 관계자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컨테이너가 하루에만 5만 개 정도 된다”며 “이 가운데 위험 화물로 분류되거나 요주의 업체 및 화주의 화물을 중심으로 10%가량 선별 검색을 한다. 사전 입수한 정보가 없으면 단속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상 배는 해당 국가의 영토로 간주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적의 원양어선은 국내에 들어와도 한국 정부 당국이 마음대로 수색할 수도 없다.
 
국내에는 통상 한 해 3500척의 원양어선이 입출항한다. 부산항이 이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부산항에는 2015년 2209척(255만3125t), 2016년 2323척(294만8637t), 올해 현재 2173척(271만7701t)의 원양어선이 입출항했다.
 
총기를 사용한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주요 항만을 통한 총기류 밀반입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장비와 인원을 보강해 원양어선이 입항할 때 검색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법경찰학부 교수는 “인원을 늘리고 첨단 장비를 보강하는 한편 국제 사법·정보기관과의 공조를 강화해 총기류 밀거래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석윤 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는 “안전을 위해 검색을 너무 강화하고 통제하면 여객들의 불편이 가중되는 만큼 안전과 자유를 어느 선까지 보장할 것인지는 정책적으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입항과 통관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와 항만공사 등 관계기관끼리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다”고 강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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