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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국 미얀마 처음 간 교황, 무슬림 로힝야족 문제 꺼낼까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18면 지면보기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차가 지나가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교황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27일 미얀마 양곤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 차가 지나가자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교황이 미얀마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27일 로마 가톨릭교 수장으로서 처음으로 미얀마를 방문했다. 이날부터 6박7일간 예정된 미얀마·방글라데시 순방의 일환이다. 미얀마가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 ‘인종 청소’로 국제적 비난에 휩싸인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에 세계인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인종 청소’ 악명 흘라잉 사령관 면담
NYT “인종 청소로 지지기반 다져”
대주교 “교황, 로힝야 언급 자제를”

미얀마인들은 최초로 자국을 방문한 교황에 열렬한 환영을 보냈다. 이날 교황이 도착한 양곤 국제공항에선 꽃다발을 든 미얀마 어린이들이 전통의상을 입고 교황을 맞이했다. 교황이 공항 밖으로 나와 차를 타고 이동하자 길가에 몰려든 군중들이 미얀마 국기를 흔들며 “교황님 사랑해요”를 외쳤다.
 
민 아웅 흘라잉. [AP=연합뉴스]

민 아웅 흘라잉. [AP=연합뉴스]

교황은 이날 하루 미얀마에서 휴식을 취한 뒤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과 군부 실세 민 아웅 흘라잉(사진) 최고사령관 등 주요 인사들을 만나고 미얀마 내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이어 다음달 1일엔 방글라데시로 이동해 로힝야 난민 대표들과도 면담한다.
 
미얀마 라카인주에 거주하는 무슬림 소수 민족 로힝야족은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 탄압에 시달려왔다.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반군 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을 소탕한다는 명분 아래 집에 불을 지르고 국경에 지뢰를 설치했다. 로힝야족을 향한 무차별적인 강간과 살인도 벌어졌다. 지난 8월 이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로힝야족은 62만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탄압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교황을 초청한 미얀마 양곤 대주교도 “교황께서 로힝야라는 말을 쓰실 때 매우 조심하셔야 한다. 상당히 정치적이고 논란이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인구 90%가 불교 신자인 미얀마 내 65만 명(약 1%)에 불과한 가톨릭 신자들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교황의 한마디 한마디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인종 청소’로 국내 지지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힝야 사태를 두고 노벨상 수상자인 수치에게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지만 이번 사태의 주역은 흘라잉 장군이기 때문이다.
 
수치는 2015년 11월 총선에서 자신이 속한 민족민주연합(NLD)을 승리로 이끌어 미얀마 군부 독재를 끝냈다. 하지만 외국인을 배우자로 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법 조항 탓에 측근 틴 초를 대통령에 앉히고 자신은 국가자문역이라는 이름으로 실질적인 지도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수치에겐 군 통수권이 없다. NYT에 따르면 흘라잉 장군이 주도한 인종 청소가 오히려 그의 인지도를 높이고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 국민 사이에서 지지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흘라잉은 2009년 미얀마 북동부 접경 담당 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샨주 ‘반역자’ 수만 명을 몰아낸 전력이 있다. 그 과정에서 군인들은 살인과 강간, 조직적인 방화를 저질렀다. 흘라잉은 반군 단체를 강경 진압해 군부 내 신임을 얻으며 2013년 미얀마 군대의 정점에 섰다. 이 전략은 올해 로힝야족을 탄압하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확대·재현됐다.
 
흘라잉의 야심은 2020년 차기 대선을 향하고 있다. 미얀마는 상원과 하원, 군부에서 각 1명씩 3명의 대통령 후보를 낸 뒤 국회 표결을 통해 선출하는 간선제다. 그에겐 군부 몫의 대선 후보를 지명할 권한이 있다. 
 
이경희·이기준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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