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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세수 6배 늘었지만 교통망 열악 … “버스 잡기도 힘들다”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23면 지면보기
10개 혁신도시 10년의 명암 ④ 전주·완주혁신도시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12개 기관이 들어선 전주·완주혁신도시. [프리랜서 장정필]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12개 기관이 들어선 전주·완주혁신도시.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23일 전북도청이 있는 전주시 효자동 도심에서 완주군 이서면 호남고속도로 서전주 나들목 쪽으로 승용차를 몰고 10분을 달리니 공공기관 건물과 아파트 단지가 나타났다. 지난 9월 한국식품연구원을 마지막으로 농촌진흥청 등 12개 기관이 둥지를 튼 전주·완주혁신도시다.

농촌진흥청 등 12개 기관 새 둥지
농생명·금융·지식 3각 허브 기대

나 홀로 부임 많아 지역 상권 위축
부동산 거품으로 상가 절반이 공실
지역인재 채용 상대적 불리 지적도

 
전주·완주혁신도시는 전주시 만성동·중동과 완주군 이서면 일원에 985만2000㎡ 규모로 2008년 3월 착공, 지난해 12월 준공됐다. 이들 기관 주변으로는 아파트 등 16개 공동주택 단지(총 9236가구)와 주거지역이 조성됐다. 인구도 크게 늘었다. 전북도에 따르면 전주·완주혁신도시에는 지난 9월 말 기준 2만6431명이 산다. 완주군 이서면의 경우 2007년 7236명에서 지난달 1만5422명으로 10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혁신도시 효과’로 지난해 4월에는 삼례읍을 제치고 봉동읍에 이어 완주에서 인구가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이 됐다. 혁신도시 인근에서 농사를 짓는 여성만(59·완주군 이서면)씨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인구가 늘기는 했지만 이서면 원래 주민의 3분의 1은 터전을 잃고 뿔뿔이 흩어졌다”고 말했다.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지방세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전주·완주혁신도시에서 거둔 지방세는 386억9700만원이었다. 혁신도시가 완공되기 전인 2012년에는 63억5200만원에 불과했다. 땅값도 치솟았다. 2007년 당시 한국토지공사(현 LH)가 제시한 전주·완주혁신도시의 ㎡당 평균 보상가는 전주 지역이 16만원, 완주 지역이 13만원선이었다. 지난 1월 현재 전주혁신도시의 평균 공시지가는 33만6900원으로 뛰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혁신도시 내 상가 매매가는 3.3㎡당 2200만~2800만원 수준으로 가장 상권이 발달한 효자동 서부신시가지(3000만원)에 육박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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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부동산 거품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인중개사 김모(62)씨는 “부동산 실거래보다 전매 차익을 노린 가수요가 거품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며 “뒤늦게 원룸이나 상가를 지은 건물주들은 분양이 안 돼 속앓이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날 찾은 전주·완주혁신도시의 상가 곳곳에는 ‘매매’ ‘임대’ 등이 적힌 현수막이 나붙었다. 부동산 업계는 이곳의 상가 공실률을 50% 이상으로 보고 있다.
 
상가지역에는 곳곳에 ‘임대’ ‘매매’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상가지역에는 곳곳에 ‘임대’ ‘매매’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영업난을 겪는 상인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혁신도시에 식당을 연 박모(33)씨는 “모 기관 6~7개 과에서 후불식으로 점심·저녁을 먹지만 장사가 잘되는 편은 아니다”고 말했다. 혁신도시 상가들이 허덕대는 배경에는 이전 기관 임직원의 낮은 가족 동반 이주율도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주·완주혁신도시 이주 직원 3406명 중 가족 동반 이주자는 1304명(38.3%)에 그쳤다.
 
부실한 정주 여건에 불만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정부산하기관 직원 유모(44·여)씨는 “서울로 출장을 갈 때마다 전주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시내까지 가는 버스 잡기가 힘들다”며 “여가를 즐길 문화시설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주·완주혁신도시

전주·완주혁신도시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도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자체적으로 교육·문화·의료·쇼핑 등을 자족할 수 있는 ‘콤팩트 시티(compact city·자족형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최근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비중을 2022년까지 30% 높이도록 의무화했다. 하지만 전주·완주혁신도시는 이전 기관 12곳 중 지역 할당제가 적용되지 않는 정부산하기관이 7곳(58%)으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에서 비중이 제일 높아 불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북도는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을 농생명과 제3 금융, 공간·문화 지식서비스 등 세 가지 기능으로 묶어 성장 거점으로 키우는 ‘트라이앵글 허브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김동영 전북연구원 박사는 “이전 기관들이 가진 뛰어난 연구·개발 역량을 어떻게 지역의 부가가치로 활용할지가 성공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주·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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