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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한 대와 함께하는 독일 가곡의 매력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처음 만났지만 소리의 색깔, 음악적 해석에서 호흡을 선보인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김선욱.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함께 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처음 만났지만 소리의 색깔, 음악적 해석에서 호흡을 선보인 베이스 연광철과 피아니스트 김선욱. 2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 함께 선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 노래의 해석은 둘로 할 수 있어요. 화자가 자신의 연인과 바람피운 남자를 죽인 걸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화가 나서 자결한 걸 수도 있죠. 난 두 번째라고 생각해요. 그럼 노래가 달라지죠.”
 

24년 유럽 활동 성악가 연광철
오늘 김선욱 반주로 서울 데뷔
슈베르트 등 ‘독일 가곡의 밤’

22일 오후 서울 대학로 JCC홀. 베이스 연광철(52)이 피아니스트 김선욱(30)과 독일 가곡들을 연습하고 있었다. 브람스 ‘배신’(Verrat)을 부르던 참이었다. 연광철은 자신의 해석을 김선욱에게 전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김선욱 앞에는 독일어 단어마다 영어로 해석해 적어온 악보가 놓여있었다. 김선욱이 성악가와 공연하는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2009년 연광철이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로 ‘겨울 나그네’를 부르던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김선욱은 객석에 앉아 노래를 들었다. 그리고 9년 만에 한 무대에 선다.
 
두 음악가 처음 만난 이 날 연광철은 김선욱에게 여러 제안을 했다. “여기에서는 하프 소리니까 좀 더 세밀해도 좋겠다” “이 부분은 그렇게 느리게 할 필요는 없다”는 식이었다. 다른 악기와 실내악 연주를 즐기는 김선욱은 그때마다 기민하게 반응하며 노래를 완성해 나갔다. 연광철의 음색은 낮지만 섬세했다.
 
연광철은 1993년 독일 라이프치히 국립 오페라의 솔리스트로 계약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를 무대로 노래하고 있는 성악가다. 특히 베를린·바이로이트 등의 무대에서 독일 작품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바그너 오페라 작품으로 바이로이트에서만 100회 넘게 공연을 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 유력한 오페라 극장의 섭외가 잇따르는 연광철은 피아노 한 대와 함께하는 독일 가곡에도 애정을 보이고 있다. 특히 28일 서울에서 여는 무대에서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모아 부른다. 슈베르트 ‘저승으로의 여정’ ‘타르타루스의 무리’ 등 그리스 신화를 다룬 노래로 시작해 브람스 ‘들판의 적막’ ‘배반’, 볼프의 미켈란젤로의 시에 의한 3개의 가곡까지 총 18곡이다. 연광철은 “기교가 있는 테너·바리톤에 비해 베이스의 독창회는 지루할 수도 있다. 그래서 베이스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주려 선곡한 곡들”이라고 설명했다.
 
연광철이 생각하는 독일 가곡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그는 “가곡엔 화음이 밝아도 가사는 어두운 부분들이 있다. 불편한 느낌을 주는 화음이 해결되지 않은 채 그냥 진행될 때는 가사에 숨은 의미가 있다는 것”이라며 “음악과 가사가 다양한 색을 만드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했다. 오페라와 비교해서도 독일 가곡의 매력을 짚어냈다. 그는 “오페라가 영상이라면 가곡은 수많은 사진이 들어있는 압축적 예술로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등장인물과 스토리를 중심으로 흘러가는 오페라와 달리 가곡은 2~3분에 수 천장의 정지된 그림을 그려낸다”는 것이다.
 
두터운 화음, 긴 호흡, 깊은 소리에 강점을 보이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22일 연습에서 연광철의 낮은 음색과 안정적인 조화를 보여줬다. 연광철은 “좋은 성악곡 피아니스트는 무엇보다 노래하는 사람의 숨 쉬는 방법과 언어에 민감해야 한다”며 “김선욱은 독일 가곡의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광철과 김선욱이 함께 하는 독일 가곡의 밤은 28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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