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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연기 기술자 … ‘애교 동일’ 별명 얻었죠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25면 지면보기
가족예능을 통해 가족을 공개하기도 했던 성동일은 ’세 자식한테 등 떠밀리는 기분으로 사는 것 같다. 그게 배우로서는 좋은 힘이 된다. 그래서 게을러질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가족예능을 통해 가족을 공개하기도 했던 성동일은 ’세 자식한테 등 떠밀리는 기분으로 사는 것 같다. 그게 배우로서는 좋은 힘이 된다. 그래서 게을러질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 전소윤(STUDIO 706)]

성동일(50)이 출연한 영화가 올해만 여섯 편째다. 그의 말대로 “술 먹는 조건으로 딱 하루 가서 촬영한 것도 있고(‘더 킹’), 조연으로 나오는 것도 있고(‘청년경찰’), ‘반드시 잡는다’처럼 주연을 맡은 것”도 있다. 어떤 범주에도 함부로 집어넣을 수 없는 다작 배우. 29일 개봉하는 ‘반드시 잡는다’(김홍선 감독)에서 그는 60대 전직 형사 박평달을 맡았다. 열혈 70대인 심덕수(백윤식 분)와 콤비가 돼, 달동네의 연쇄 노인 살인사건을 파헤치며 ‘노익장’을 과시한다.
 

영화 ‘반드시 잡는다’ 주연 성동일
전직 형사역, 코미디 추적극 오가
상대역 백윤식 콤비플레이 펼쳐
주연 중 막내라 신인 된 기분

캐릭터 코미디와 진지한 추적극을 오가는 독특한 분위기의 작품인데.
“진지함을 한 60% 가져간다는 느낌으로 연기했다. 쉬운 말로 힘 빼고 인물의 진심을 툭툭 던지듯 연기한 거다. 그래야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저거 진짜야, 장난이야?’ 호기심을 느낄 것 같았다.”
 
조연으로 다작인데 이 영화는 주연이다.
“제작사 AD406의 차지현 대표가 술자리에서 이 영화의 무슨 역이라도 좀 하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읽었다. 난 어디 가서든 나 자신을 ‘연기쟁이’ ‘기술자’라 말한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그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공구가 몇 가지 필요하다 치면, 배우로서 내가 그중 몇 개를 가졌는지 따져 본다. 어떤 경우에는 그 공구를 다 갖고 있을 때도 있고, 어떤 때는 하나도 안 가지고 있을 때도 있다. 전자면 하는 거고, 후자면 안 한다고 한다. ‘반드시 잡는다’의 평달 역에 필요한 연장을 몇 개는 갖고 있더라. 그걸 밑천으로 이 역을 하다 보면, 나한테 없는 전기톱이나 모터도 구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 하나, 백윤식 선배님하고 꼭 한 번 같이 해보고 싶었다. 한국 배우 중 연기 호흡이 가장 독특한 분이니까.”
 
60~70대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영화는 정말 오랜만인데.
“보통은 어느 촬영장에 가나 내가 제일 고참인데, 이 촬영장에서는 내가 주연 중 막둥이였다. ‘애교 동일’이라는 별명도 생기고, 백 선배님이 ‘너 연기 많이 늘었다’ 하시면 ‘고맙습니다’ 했다. 신인으로 돌아간 기분이라 즐거웠다. 백 선배님을 곁에서 뵈니까, 연기는 물론이고 촬영장에서 후배 배우들, 스태프들을 절대 불편하게 하지 않으시더라. 그들에게 자기한테 맞추라고 하지 않고, 당신이 먼저 움직이신다. 그런 여유를 많이 배웠다. 선배님이 저 연세까지 자리를 지키고 계신 이유가 있구나 싶었다.”
 
성동일, 백윤식 주연의 ‘반드시 잡는다’. 캐릭터 코미디와 진지한 추적극을 오간다. [사진 NEW]

성동일, 백윤식 주연의 ‘반드시 잡는다’. 캐릭터 코미디와 진지한 추적극을 오간다. [사진 NEW]

‘탐정 : 더 비기닝’ ‘청년경찰’ 등에 이어 ‘반드시 잡는다’까지 형사·경찰 역을 숱하게 해 왔다.
“모든 캐릭터가 내 주변에 다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역을 맡는다고 하면,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직업과 성격이 그 캐릭터와 맞을 것 같은 사람한테 연락한다. ‘너 나랑 이제부터 의무적으로 술을 몇 번 먹자.’ 그렇게 만나서 극에 나오는 전문 용어나 상황에 관해 물어 보고, 그 사람의 특징을 빌려 온다. 어떤 때는 내 연기를 보고 누가 전화할 때도 있다. ‘너 내 흉내 낸 거야?’ 하고(웃음). ‘반드시 잡는다’의 평달은 원래 표준어를 쓰는 인물이었는데, 감독이 촬영 들어가기 며칠 전 충청도 사투리를 쓰자고 하더라. 그때 TV 다큐 ‘인간극장’에서 봤던 어떤 인물이 떠올랐다. 그분을 많이 참조했다. 내가 뭐 특별한 게 있어서 연기하는 게 아니다. 다 이렇게 주변에서 꿔 오는 거지.”
 
십수 년째 평범한 중년 사내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내 나이 되면 동네 아저씨처럼 배도 나오고 얼굴에 주름도 있어야지’ 생각했을 때가 있었다. 한마디로 게을렀던 거지. TV 드라마 ‘파리의 연인’(2004) 찍을 때 몸무게가 98㎏이었는데, 한동안 쭉 그 상태였다. 그러다 영화 ‘미스터 고’(2013)를 찍으면서 운동을 해서 두 달 반 동안 16㎏을 뺐다. 그 이듬해에 중국 상하이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갔다가 주윤발, 유덕화를 가까이서 봤는데 나보다 몇 살 많지 않은데도 관리를 열심히 한 것 같더라. 그때 ‘난 저들보다 재산도 없고 인기도 없는데 뭘 믿고 이렇게 관리를 안 하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하루에 한 시간씩 운동하고 있다. 근데 아는 사람들은 안다. 술 먹으려고 운동한다는 걸(웃음).”
 
연극 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해 수십 년째 연기하고 있다. ‘연기의 발전’이란 무엇일까.
“내가 80년대에 했던 연기와 지금 하는 연기가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이 먹고 연기를 오래 했다고 해서 연기가 고급스러워지는 건 아니다. 공부처럼 유학 갔다 온다고 해서 연기가 느는 것도 아니고. 난 ‘갤러리 연기’는 못하고, 기껏해야 ‘재래식 연기’ ‘오일장 연기’하는 배우인 거다. 물론, 배우로서 버티다 보면 적금처럼 쌓이는 게 분명 있을 거다. 근데 그건 정확히 말해 연기의 영역이라기보다, 사람됨의 영역 아닐까.”
 
장성란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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