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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에게 적용된 성년후견제, 가난한 노인들한테도 필요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소순무 회장은 노령화가 심화되는 한국에서 성년후견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소순무 회장은 노령화가 심화되는 한국에서 성년후견제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재산이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어서 이 제도가 필요한 겁니다.” 소순무(66)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아직은 이름이 생소한 ‘성년후견제’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한국성년후견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시행 5년차를 맞은 성년후견제는 질병·장애·노령 등으로 사무처리 능력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법원의 결정으로 의사결정을 거들 후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노령화가 심화하는 한국에서 사회복지 시스템의 한 축으로 인식되고 있다.
 

소순무 한국성년후견협회장
“수급비 갈취, 부동산 멋대로 기부 등
재산 노리는 이들 접근 막는 효과도
내년 서울 세계대회서 로드맵 제시”

지난 23일 서울변호사회관에서 열린 ‘후견제도의 현주소와 제도 발전 과제 세미나’가 끝난 뒤 서울 삼성동 법무법인 율촌 사무실에서 소 회장을 만났다. 그는 “성년후견 3000건 시대를 앞두고 있다”며 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성년후견제는 최근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 등이 건강상의 이유로 그 대상이 되면서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2013년 하반기 195건에 불과하던 지정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1472건이었다.
 
최근까지 ‘자산가의 전유물’로 인식됐던 제도이기도 하다. 소 회장은 “가난한 노인들에게도 수급비를 빼앗으려 하거나, 한 채뿐인 부동산을 요양원 등이 서약서 한 장만 받고 마음대로 기부해 버리는 일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후견인이 있으면 이런 일을 감시할 수 있다. 그 존재만으로도 재산을 노리는 사람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법무사·회계사·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역의 전문가들이 성년후견에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어느 한 직역의 사람이 후견인의 역할을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 법률 전문가는 요양 등의 문제를 결정하는 데 취약하고, 사회복지사는 재산 관리 등 법률적 의사 결정을 돕기 어렵다. 제대로 된 후견을 위해서는 이들 사이의 정보 교류와 상호 교육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가 협회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조세 소송의 대가’로 한국법률문화상을 받기도 한 소 회장이 성년후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법무법인 율촌 산하의 공익 사단법인 온율 때문이다. 지난 5월 온율 주도로 협회가 발족하면서 협회장을 맡았다.
 
소 회장은 “우리보다 10년 먼저 성년후견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후견 제도 이용촉진위원회’를 만들어 스스로 위원장을 맡고 위원회에 후생성 장관 등 유관 부처 장관들을 참여시켜 보완 입법과 네트워킹에서 큰 성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내년 10월에는 서울에서 세계 성년후견 대회가 열린다. 40여 개국의 성년후견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후견제의 운영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로 올해가 다섯 번째다.
 
소 회장은 “5년 전 일본에서 열린 1회 대회 때 성년후견제 정착 로드맵을 발표하는 ‘요코하마 선언’이 나왔다. 우리의 성년후견제의 틀을 제시하는 ‘서울선언’을 내년에 해보려고 한다”는 포부를 밝혔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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