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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인사이트] 중국서 돈 벌려면 한국서 성공한 경험은 잊어라

중앙일보 2017.11.28 01:00 종합 28면 지면보기
“1세대 관리자가 2세대 조직으로 3세대 전략을 실행하려 한다.” 미국 하버드대의 바틀릿 경영학과 교수가 기업들의 현실을 빗대 한 말이다. 남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 기업의 대(對)중국 비즈니스가 실제론 이런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품이나 시장(1세대), 기업의 핵심 역량(2세대)을 넘어 혁신과 아이디어 등이 요구되는 3세대의 전략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우리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우리 기업들 중국 시장 진출할 때
한국 내 사업모델 그대로 들고 가

설비 확대하고 생산성 제고하는
1세대 성공 방정식은 한계 봉착

아이디어와 사람으로 승부하는
3세대 전략 구사해야 희망 있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를 둘러싼 한·중 갈등 이후 중국의 민낯을 봤다는 비판이 많다. “제2, 제3의 사드 보복이 있지 않겠나” “중국에 더 투자해도 괜찮나” “중국이 거의 다 따라왔는데 우리가 거기서 무슨 사업을 할 수 있겠나”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나 정구현 연세대 명예교수는 “세계 최대 경제국가 미국에 인접한 멕시코처럼 우리도 대중국 의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멕시코의 대미 의존도는 70%를 넘는다. 우리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25% 수준이다. “2030년을 전후해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서 미국을 앞설 게 확실한 경제대국을 이웃에 두고 있다면 그걸 이용하는 게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한중 경제협력 발전 방안

한중 경제협력 발전 방안

문제는 우리 기업이 어떤 전략으로 대중국 수출과 투자를 늘려 성장과 발전을 이뤄갈 수 있느냐다. 미국과 멕시코는 서비스업과 제조업, 소비와 생산으로 높은 수준의 분업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은 그렇지 않다. 산업구조가 유사하고, 특히 제조업은 점점 경합이 심한 경쟁 관계로 변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처럼 서비스업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국이 되고, 한국은 멕시코처럼 저임금의 조립 생산지가 되는 것을 가정할 수는 없다. 한·중 경제 관계는 함께 고도화하면서 성장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5년 전 국내 한 자동차 회사의 중국 현지법인 임원에게 중국 전기차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그가 10여 곳의 중국 자동차 업체를 돌며 현황을 조사했기에 어떤 결과를 도출했는지 궁금했다. 돌아온 답변은 “중국의 과장된 선전일 뿐이고 곧 실패할 것”이란 예상이었다. ‘중국 업체의 형편없는 기술력’ ‘넓은 대륙에 충전소 같은 인프라를 언제 놓겠냐’ 등 전기차가 안 될 이유는 열 손가락에 가까웠다.
 
그러나 웬걸, 중국의 전기차 판매는 올해 이미 70만 대 수준으로 성장했다. 2020년엔 200만 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2019년부터는 완성차 업체도 의무적으로 연간 판매량의 8%를 전기차로 판매해야만 한다.
 
뭐가 문제였나. 그 한국 기업은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이 생태 문명을 국가의 기본 성장 전략에 포함시키고 환경 정책을 잇따라 강화하는 것을 간과했다. 또 비야디(BYD)가 고비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부품사를 계열화한 게 친환경 차 생산을 위한 자족적 공급체인 준비였음을 알아챘어야 했다. 그리고 그 한국 기업은 기존 라인 확장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전기차 확대에 대비한 전략을 검토했어야 마땅했다.
 
중국에 불고 있는 모바일 혁명은 소비재뿐 아니라 중간재 거래에도 새로운 전자상거래 패턴을 등장시키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연결한 물류와 창고보관 서비스는 물론 수많은 거래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와 그에 따른 맞춤형 여신을 제공한다.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양상이다.
 
아직까지 국내 기업 대부분은 중국의 이러한 시장 변화를 관망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우리 제품을 중국에 판매하려면 이 같은 중국의 트렌드 변화를 활용해야 한다. 현지 업체와의 제휴로 우리도 맞춤형 여신을 제공하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쌓이는 빅데이터 공유를 위해 지분 투자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생산시설과 유통채널의 확장에만 초점을 둔다면 중국이 다 따라와 더 이상 할 것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중국의 변화, 때로는 시장과 기술의 혁신을 우리 기업의 자원과 결합해 사업모델을 다양화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나타난다.
 
우리 기업이 중국 시장의 변화에 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그동안 우리 기업은 설비 규모를 확대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낮은 원가의 제품 생산으로 시장을 넓혀왔다. 기술 개발과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노하우로 쌓이며 경쟁력도 향상됐다. 이렇게 성장한 한국 기업은 저마다 1세대 전략에 근거한 성공 방정식을 갖고 있다.
 
성공 경험은 강한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을 형성한다. 새로운 시도와 모험보다는 이미 성공해본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 진출하면서 한국에서의 사업모델을 그대로 들고 가는 이유다. 한국과 같은 공장을 짓고 규모를 늘려 간다. 기술과 효율성, 노하우로 차별화를 위해 애쓰지만 1세대 전략이고, 그만큼 쉽게 경쟁자가 따라올 수 있는 모델이다.
 
이제 선진국의 다국적기업뿐 아니라 신흥국 기업들까지 경쟁의 대상으로 확장됐다. 신산업뿐 아니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까지 경쟁의 양상도 다양해졌다. 우리 기업들도 아이디어와 지식, 사람으로 승부를 거는 3세대 전략을 시도해야 한다. 한데 1세대 성공 방정식에 갇혀 있다면 제대로 된 전략 변화에 실패하고 더욱 방향감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 기업의 중국 전략에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같은 경로 의존성에서 탈피해 동적 역량(Dynamic capability)을 확보하는 것이다. 동적 역량은 변화에 대응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통합,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문제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외부로부터 필요한 지식을 빨리 획득하며, 기존 지식과의 통합을 통해 기업의 전략을 바꿔 나갈 수 있는 역량이다.
 
중국은 빠른 속도로 변하는 거대 경제권이다. 따라서 중국의 정책과 산업구조, 시장과 소비자 행동까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는 게 가장 기본이다. 단 우리의 경험에 근거한 편견을 내려놓고 새로운 상황과 지식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기업 전략의 변화로 전환할 수 있는 동적 역량을 스스로 점검해 보자. 중국 사업 전략에 대한 고민은 우리 기업의 새로운 역량과 패러다임을 통해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심상형
연세대 경영학과 박사과정 수료.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포스코경영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을 역임했다. 현재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중국 경제와 산업, 기업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심상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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