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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비뼈 금 가고도 금 딴 조현민, 평창으로 난다

중앙일보 2017.11.28 01:00 경제 10면 지면보기
조현민은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도 (스노)보드를 타고 싶다“고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멋진 연기를 펼치는 꿈을 이룬다면, 그다음은 뭘까. 그는 ’아빠 선물을 기대하겠다“며 웃었다. [오종택 기자]

조현민은 ’나중에 할아버지가 돼도 (스노)보드를 타고 싶다“고 했다.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해 멋진 연기를 펼치는 꿈을 이룬다면, 그다음은 뭘까. 그는 ’아빠 선물을 기대하겠다“며 웃었다. [오종택 기자]

2007년 2월, 자신의 키보다 큰 스노보드로 슬로프를 가르던 만 4살짜리 꼬마가 있었다. 어른에게도 어려운 슬로프에서 자유자재로 회전기술을 구사했다. 또 아마추어 대회에서 어른들을 제치고 상도 받았다. 별명도 ‘보드 신동’. “무섭지 않냐”는 물음에 꼬마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라고 대답했다.
 

15세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대표
만 4세 때 어른들과 겨룬 신동
집안 어려워져 운동 힘들었지만
종일 스노보드 타며 재능 키워

평창 올림픽 출전권 확보 유력
조현민 “저 스스로가 롤모델
대회마다 더 높이 올라 갈 것”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보드 신동’은 무럭무럭 자라 2017년 스노보드 최연소 국가대표가 됐다. 그의 무대 모습만 좀 바뀌었다. 원통을 반으로 갈라놓은 모양의 슬로프에서 점프와 회전 등을 겨루는 종목, 스노보드 하프파이프(half pipe)다. 하프파이프가 자신의 모든 것인 소년 보더, 조현민(15·부인중)을 최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났다.
 
스노보드 대표팀 최연소 국가대표인 조현민은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도 한국 선수단의 최연소 국가대표가 유력하다. 2002년 11월생인 그는 내년 1월 21일 국제스키연맹(FIS)의 평창올림픽 출전 마감시한까지 올림픽 출전 포인트 관리만 잘하면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하프파이프는 세계랭킹 상위 30명에게 올림픽 출전권이 주어지는데, 국가당 4명으로 출전자 수를 제한한다. 그는 지난 9월 뉴질랜드 카르도나에서 열린 FIS 스노보드 월드컵에서 42명 가운데 17위를 했다. 난생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 김호준(27·전남스키협회), 이광기(24·국군체육부대), 권이준(20·한국체대) 등 대표팀 형들을 모두 제쳤다.
 
지난 9월 뉴질랜드 훈련 당시 모습. [사진 대한스키협회]

지난 9월 뉴질랜드 훈련 당시 모습. [사진 대한스키협회]

평소엔 웃음 많은 중학생이지만 슬로프에 서면 눈빛이 달라진다. 국가대표 꿈나무였던 조현민은 올 초 무섭게 떴다. 지난 2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유로파컵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정상에 섰다. 3월 스위스 락스에서 열린 FIS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선 2015년 권이준에 이어 한국 선수로는 두 번째 우승자가 됐다. 그는 올 시즌부터 국가대표 멤버에 포함돼 평창올림픽 출전을 꿈꾸고 있다. 다카미 기구치(일본)·크리스토퍼 클라크(미국) 등 외국 코치진의 도움으로 기술도 업그레이드 중이다.
 
조현민의 스노보드 경력은 독특하다. 스노보드 동호회를 했던 아버지 조원채(45) 씨를 따라 생후 28개월부터 스키장을 누볐다. 그가 기억하는 스노보드 관련 첫 장면은 5살 때 한 스키장에서 주최한 이벤트 대회에 나가 4위를 한 것이었다. 그는 “아빠가 웬만한 성인 대회에 날 출전시켰다. 나이가 안 되면 전 주자(대회 전 슬로프를 테스트로 타보는 사람)로라도 보드를 타게 했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기술을 보여주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해 뜰 때 스키장에 갔다가 해질 때 집에 돌아온 일도 많았다. 그는 “하루 10시간 정도 탄 적도 있다. 아빠가 ‘그만 타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집에 와서도 기술을 더 알기 위해 이불을 깔고 그 위에 서서 자세를 교정했다.
 
보드를 잡고 높이 뛰어오르며 활짝 웃는 조현민. 진천=오종택 기자

보드를 잡고 높이 뛰어오르며 활짝 웃는 조현민. 진천=오종택 기자

 
스노보드와 함께 조현민은 꿈을 키웠다. 전국동계체육대회에선 7년 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5년에는 대한스키협회 스노보드 영재 육성사업 1기 멤버로 뽑혔다. 어려운 일도 있었다. 사업에 실패한 뒤 부인과 이혼한 아버지 조씨는 스키·스노보드를 가르치고 번 돈으로 생계를 꾸렸다. 집이 어렵다고 아들의 재능까지 포기하게 할 순 없었다. 조씨는 아들의 장비를 마련하기 위해 차도 팔았다. 아들이 대회를 나갈 때면 서포터를 자처했다. 조현민은 NGO단체 굿네이버스와 기업 도미노피자, 그리고 자신의 거주지인 부천지역 사업가 등의 후원을 받았다. 조현민은 "아버지의 헌신과 이웃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 자리까지 오기 힘들었을 것이다. 도와준 분들을 위해서라도 난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초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조현민(오른쪽 셋째). [사진 대한스키협회]

올해 초 미국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조현민(오른쪽 셋째). [사진 대한스키협회]

 
올해 초 국제대회에서 괄목할 성적을 냈지만, 그 이면에는 아픔도 있다. 주니어세계선수권 땐 수시로 쏟아지는 코피와 싸워야 했다. 대회 전날 훈련 도중 착지를 잘못해 뇌진탕을 겪었다. 조현민은 “한 번도 안 해본 기술을 시도하다가 파이프 위에 보드가 걸려 몸이 날아갔다. 정신을 잃었다 깼는데 후유증으로 코피가 계속 났다”고 말했다. 유로파컵에선 갈비뼈에 금이 간 채로 대회에 나섰다. 고통을 참고 거둔 값진 우승이었고, 조현민은 그만큼 배운 게 많았다.
 
보드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조현민. 진천=오종택 기자

보드에 자신의 모든 걸 걸고 밝은 미래를 다짐하는 조현민. 진천=오종택 기자

 
조현민은 하프파이프에 대해 “바이킹(놀이기구)처럼 짜릿하다”고 표현했다. 그의 주특기는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080(공중에서 뒤로 두 바퀴 반과 옆으로 한 바퀴 도는 기술)이다. 그는 “(평창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경기가 열릴) 휘닉스 스노우파크의 파이프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걸 다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에게 롤모델을 물었다. 당찬 대답이 돌아왔다. “롤모델요? 저 스스로가 돼야죠. 대회마다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스노보드 샛별’ 조현민(15)
● 출생 : 2002년 11월 4일
● 종목 :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 체격 : 1m72㎝, 72㎏
● 출신학교 : 부광초-부인중(3학년)
● 입문 : 생후 28개월 때 아버지 따라 시작
● 주요 기술 : 프런트사이드 더블콕 1080
● 주요 이력
- 2017 유로파컵 1위
- 2017 세계주니어선수권 1위
- 2017~18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1차 월드컵 17위
 
진천=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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