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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 경제] 비트코인은 ‘화폐’라는데 왜 가격이 변하나요

중앙일보 2017.11.28 01:00 경제 9면 지면보기
Q. 비트코인은 대표적인 암호화폐(일명 가상화폐)라고 합니다. 그런데 가격이 연초 100만원대에서 최근엔 10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돈인데 왜 가격이 달라지죠?
 

애초 2100만개로 공급 제한 설계
연초 100만원대서 1000만원 돌파
정부는 화폐 아니라 ‘통화’로 불러
현재는 화폐 기능 수행엔 한계

발행량 한정돼 있고 투기수요도 많아 … 금 같은 희귀 자산"

 
A.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6일 1000만원을 돌파했습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1000만원 돌파는 단 45일 만에 66% 상승한 수치입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초 100만원 남짓이었으나 지난 10월 12일 600만원대, 10월 22일 700만원대, 11월 2일 800만원대, 11월 21일 900만원대를 넘어섰습니다.
 
해외에서는 비트코인처럼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한 화폐를 암호화폐(cryptocurrency)라고 부릅니다. 해외에서도 초반에는 눈에 보이지 않고 컴퓨터상에 표현되는 화폐라고 해서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나 가상화폐(virtual currency) 등으로 불렀지만, 최근에는 암호화 기술을 사용하는 화폐라는 의미로 암호화폐라고 부릅니다.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김회용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여기서 ‘currency’라는 말을 우리말로 바꾸면서 약간의 오해가 생겨납니다. 번역하자면 화폐 혹은 통화일 텐데, 우리는 ‘화폐’라고 하면 돈을 떠올립니다. 영어에서는 money와 currency는 분명히 어감이 다른데 말이죠. 그래서 정부는 ‘가상통화’라는 표현을 공식 용어로 씁니다. 비트코인을 화폐라고 하면 국민이 비트코인을 진짜 돈으로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우려해서죠(아직 우리 정부는 비트코인에 대한 정의조차 내리지 못했습니다).
 
돈이라는 느낌을 지우고, 블록체인을 활용한 암호화 기술 기반이라는 걸 표현하기 위해 ‘암호통화’라고 하자니 역시 뭔가 어감이 이상합니다. 마치 국가정보원이 비밀 전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주로 암호화폐라고 부릅니다.
 
비트코인이 화폐냐 아니냐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화폐의 기능을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등장하더군요. 화폐의 기능 3가지(교환의 매개를 교환 수단과 지불 수단으로 나눠 4가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첫째는 ‘교환의 매개(medium of exchange)’입니다. 1만원을 내면 어떤 가게를 가도 1만원에 상당하는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둘째는 ‘가치의 척도(unit of account)’입니다. 커피 한 잔 값을 5000원으로 표시하는 것처럼, 어떤 물건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숫자로 나타내는 거죠. 셋째는 ‘가치의 저장(store of value)’입니다. 오늘 지갑에 둔 1만원은 1년 뒤에도 1만원입니다.
 
그런데 비트코인이 화폐의 기능을 제대로 못 하기 때문에 화폐로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먼저, 화폐로서 기능 하려면 교환의 매개가 돼야 하는데 현실에서 비트코인으로 결제해 본 분들이 있나요? 해외에는 비트코인을 취급하는 매장이 꽤 있다곤 하지만, 국내에서는 10여곳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나마 그곳에서 비트코인으로 물건값을 지불하려고 하자 종업원들조차 어떻게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했다는군요. 게다가 비트코인의 초당 결제 처리 건수는 7건에 불과합니다. 신용카드업체 비자의 초당 결제 건수는 2000건입니다.
 
가격이 워낙 널뛰기 때문에 가치의 척도로 쓰기도 어렵습니다. 오전엔 분명히 0.0005비트코인이면 커피 한 잔을 살 수 있었는데, 오후엔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해 0.001비트코인이 있어야 한다고 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비트코인이 가치의 척도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실제로 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365일 24시간 열려 있습니다. 또 상·하한가 제한폭이 없습니다. 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만든 비탈릭 부테린 역시 지난 9월 방한 때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가 법정화폐(한국의 원, 미국의 달러, 일본의 엔 등)를 대체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야 가격이 오르니 가치의 저장 기능이 있다고 하지만, 가격이 내려가면 상황이 다릅니다. 2013년 말 1000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1년 뒤인 2014년 말엔 300달러 선으로 주저앉았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원래 가치의 70%가 날아간 거죠.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보증을 서 주는 게 아니라 사용자들의 신뢰에 기반을 둔 화폐이기 때문에, 지금은 가격이 1000만원을 넘지만 어느 순간 모든 사용자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가치가 0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비트코인을 화폐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지금은 비트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는 가게가 많이 없지만, 앞으로는 점점 늘어날 거라는 거죠. 그리고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술 등이 도입되면 결제 처리 속도도 빨라질 거라고 주장합니다. 지금은 시장이 초기라 가격이 널뛰기하지만 시장이 성숙하면 가격도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요. 미래에는 달러 대비 원화 수준의 변동성 정도가 되지 않을까 예측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특히 가치의 저장 부분과 관련해서는 비트코인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커집니다. 법정화폐는 과연 온전히 가치를 저장할 수 있느냐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앞서 화폐의 기능 중 가치의 저장을 설명하면서 지갑 속 1만원은 1년 뒤에도 1만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하자면 1만원의 가치가 그대로 저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고요? 1년 새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죠. 지금은 5000원인 커피가 1년 뒤엔 6000원이 될 수 있습니다. 1만원을 주고 커피 두 잔을 사 먹을 수 있지만, 1년 뒤 두 잔을 사 먹기엔 2000원이 모자랍니다.
 
물가가 올랐다는 건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돈이 그만큼 흔해졌다는 겁니다. 그만큼 돈을 새로 찍어내 시중에 돈이 많이 풀렸기 때문에 물건값이 오른 거죠.
 
그런데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정해져 있습니다. 마음대로 더 찍어낼 수 없습니다. 앞으로 쓰임새가 많아질 것으로 보고 사람들은 점점 더 비트코인을 찾습니다.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사기보다는 비트코인을 소유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죠. 그 결과 시장에서 유통되는 비트코인 물량은 점점 줄어듭니다. 희소성은 가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비트코인이 귀해지면서 가격이 오릅니다.
 
이렇게 보면 비트코인은 화폐라기보다는 금을 닮았습니다. 매장량은 한정돼 있고, 수요와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과거 나라가 망하면 종잇조각이 됐던 지폐보다 금이 재산을 저장하는데 최고의 수단이었던 것처럼, 지금은 비트코인이 최적의 가치 저장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의 별칭이 ‘디지털 골드’인가 봅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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