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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 중국, 중동부유럽에 집중 투자해 EU 공략

중앙일보 2017.11.28 01:00 경제 8면 지면보기
중국 일대일로 사업
넘쳐 나는 돈 지갑을 꿰찬 중국이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일대일로(One Belt, One Road: OBOR) 사업을 펼치면서 아시아·중동·유럽, 그리고 아프리카의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여기에서 유럽이 빠질 리가 없다. 육상 비단길은 중앙아시아와 중동, 러시아를 거쳐 유럽 대륙이 종착지다.

16개국과 ‘16+1’ 협력체제 출범
EU와 갈등 헝가리에 대규모 투자
그리스엔 동유럽 항만 허브 추진
EU, 회원국 입장 달라 대응 못 해

 
유럽 루트는 폴란드와 헝가리,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등의 중동부유럽(Central and East European Countries: CEECs)을 거쳐 이탈리아의 베니스가 종점이다. 중국은 CEECs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EU는 중국의 투자에 공동대응하려 하지만 CEECs 국가의 반대로 쉽지 않다.
 
2012년 4월 중순 당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는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방문했다. 이 정상회담에서 원 총리는 중국과 CEECs 간 투자와 무역 촉진, 문화와 스포츠 교류 등에 합의했다. 여기에서 중국과 16개 중동부유럽 간의 협력 체 ‘16+1’이 출범했다. 발트 3국과, 비세그라드 4개 국(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는 EU 회원국이다. 비EU회원국은 5개 발칸 국가인 알바니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세르비아다. 16개국은 한 블록으로 묶기에 너무 다양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구 소련 당시 중동부 유럽은 유고 등 일부를 제외하고 소련의 위성국가였다. 1990년대 냉전 붕괴 후 이들 국가는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에 돌입했고 발칸 5개국을 제외하고 현재 EU 회원국이다. 5개 발칸국도 EU에 가입하려 노력 중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중국은 외무부에 이를 담당하는 상설 사무국을 설치했고 왕차오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이 협의체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2012년 첫 정상회담 후 연례 정상회담이 열렸다. 올해는 12월에 헝가리에서 16+1 정상회담이 열린다. 두둑한 돈주머니를 지닌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의 하나로 CEECs에 돈을 풀고 16개국과 관계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이 집중투자하는 국가와 사업에서 EU를 분리 지배하려는 중국의 셈법이 드러난다.
 
중국 경제가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중국 자본이 해외에 투자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말 약 2000억 달러, 세계 FDI의 10% 정도를 차지했다. 2006년 180억 달러, 세계의 1% 비중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에 따라 중국의 EU 회원국에 대한 FDI도 계속 증가해 지난해 말 350억 달러를 기록했다. EU가 2010년 그리스 경제위기 등으로 대중국 FDI를 줄이는 반면, 중국은 EU 회원국에 투자를 늘려 2013년 투자 규모가 역전되었다. 이 해를 기준으로 중국의 대EU 투자가 그 반대보다 커져 2016년 말에는 그 차이가 270억 달러나 되었다.
 
지난해의 경우 중국 유럽 투자의 절반 정도는 독일과 영국에 집중되었다. 독일의 로봇제작업체 쿠가(KUKA)를 44억 유로에(중 구매자는 Midea), 영국의 데이터센터 운영업체 글로벌 스위치에 28억 유로를 투자해 지분 49%를 획득했다(중 컨소시엄 Elegant Jubilee).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따라 2025년에 글로벌 제조 강국으로 등극하겠다는 야심을 실현하기 위해 주로 중국의 국영기업이 유럽의 첨단 제조업체 등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중국의 FDI가 특정 국가의 특정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CEECs 투자는 전체 유럽투자의 8%에 불과하다. 그러나 헝가리와 폴란드는 지난해 전체 투자 유치 규모 중 중국에서 유치한 비율이 각각 40%와 20%를 차지했다.
 
두 국가 모두 민족주의 정권이 들어서 EU와 난민문제 등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또 EU 회원국이 아닌 세르비아는 비EU 회원국 가운데 중국 투자의 3분의 2를 유치했다. 이처럼 중국은 EU와 갈등을 겪는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중국의 CEECs 투자는 외교정책에 도움이 돼왔다. 지난해 7월 12일 헤이그주재 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이 유엔의 해양법을 위반한다며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었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국제법을 존중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EU는 사흘 후 나온 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 않은 채 분쟁의 평화적 해결만을 강조해 미·일의 성명서와 대조를 이루었다. 이 성명서 작성에 관여한 한 EU 외교관은 로이터통신과의 익명 통화에서 “중국의 투자에 크게 의존해온 헝가리와 그리스, 폴란드 등이 중국을 거명하는 데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발칸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다. 비록 16+1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중국은 급진좌파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와 전략적 관계를 강화했다. 일대일로 계획은 그리스의 아테네를 거쳐 육상 종점인 이탈리아의 베니스에 도달한다. 중국은 거점 지역의 하나인 그리스에 집중 투자했다. 중국 국영 해운회사 코스코(Cosco)는 지난해 4월 그리스 최대 항만운용회사 피레우스의 지분 51%를 80억 유로에 매입했다.
 
중국은 그리스를 아시아와 동유럽의 항만 허브로 만들려 한다. 중국은 또 그리스 공공전력업체 지분 51%를 인수했다. 2010년 발발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느라 민영화에 여념이 없는 그리스와 싼값에 매물을 챙기는 중국의 잇속이 맞아 떨어졌다. 당시 유럽의 상당수 언론은 중국의 투자를 단순한 경제적 거래가 아니라 지정학적 측면에서 해석했다. 외교적으로도 그리스는 중국을 매우 신경 쓰는 모양새다.
 
지난 6월 EU 28개국은 공동외교안보정책의 하나로 중국의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제네바 소재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리스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EU가 중국 인권 규탄 안을 제출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EU가 보기에 중국은 EU 시장에 거의 제한 없이 진출하는데 유럽기업의 중국 시장 진출은 그렇지 못하다. 중국의 투자에 대해 EU 회원국의 입장이 달라 중국은 이런 차이점을 적절하게 이용해왔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제작·진행자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제작·진행자

중국의 CEECs와 그리스 투자를 계기로 EU는 항만과 전력과 같은 전략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에 공동 대응하는 안을 마련 중이다.
 
안병억 대구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팟캐스트 ‘안쌤의 유로톡’제작·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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