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report] 가난 모르고 자란 주링허우 세대, 거침없이 지갑 연다

중앙일보 2017.11.28 01:00 경제 2면 지면보기
중국의 요구르트 프랜차이즈인 ‘러츈’은 2015년 사업을 시작했지만, 2년도 안돼 하루 10만개 이상 팔리는 인기 브랜드로 성장했다. 비결은 투명성과 신뢰다. 러츈 매장에서는 고객이 유리창 너머 주방에서 요구르트를 어떻게 만드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독일에서 공수한 제조장비와 해외에서 들여온 고급 식재료만을 사용해 맛과 품질을 높인 점도 포인트다. 러츈은 이런 제품 위생과 식품 안전성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방문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맥킨지, 중국 소비 3대 트렌드 분석
주링허우 세대, 모바일 쇼핑에 열광
환경친화적 상품, 여가활동 즐겨

소득 늘면서 ‘웰빙’에 관심 많아져
아디다스 등 스포츠 용품 매장 급증

해외 브랜드 선호도 갈수록 줄어
명품보다는 가격 대비 품질 따져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60%는 위생에 대한 걱정으로 최대한 집에서 요리를 해 먹고 있고, 41%는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서만 음식을 주문해 먹고 있다. 예전과 달리 중국 소비자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고 삶의 질이 향상하면서 이에 따른 소비 패턴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맥킨지는 27일 중국 44개 도시 18~65세 총 1만 명의 소비자를 설문 조사한 ‘2017년 중국 소비자 보고서’를 발간하고 향후 중국 소비를 이끌 주요 트렌드로 ‘주링허우’(90년대 출생자), ‘웰빙 라이프’, ‘탈(脫) 브랜드 국적’ 등을 제시했다.
 
중국의 소비 트렌드

중국의 소비 트렌드

◆중국의 신세대 ‘주링허우’(90년 이후 출생자)의 소비 유형=이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소비는 폭발적이다. 중국의 소비자 심리지수는 지난해 100에서 올해 8월 115로 최근 10년 새 최고 수준이다. 알리바바가 지난 11일 광군절에 올린 매출만 약 250억 달러로, 미국의 쇼핑 이벤트인 블랙프라이데이·사이버먼데이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많다. 중국 소비자의 20%는 보통 제품보다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사고 있는데 이는 미국(8%)·독일(12%)보다 높다.
 
이런 신소비를 이끄는 한 축은 ‘주링허우’(九零後) 세대다. 대부분 외동으로 태어나 행동에 거침이 없고 씀씀이가 크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 소비에 익숙하고 컴퓨터·인터넷에도 능숙하다. 최근 중국에서 대세가 된 ‘모바일 쇼핑’과 죽이 잘 맞는다는 의미다. 현재 중국 인구의 16%를 차지하는 이들은 2030년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는 이들을 특징별로 ▶행복 추구자(39%)▶성공 추구자(27%)▶만족형(16%)▶과소비형(10%)▶부모 의존형(8%) 5가지로 분류했다.
 
‘성공이란 행복한 삶’이라고 믿는 행복 추구자는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으며, 환경친화적 상품을 선호한다. ‘성공이란 부유해지는 것’이라고 믿는 성공 추구자는 절약하기보다는 원하는 것에 바로 지갑을 연다. 과소비형은 ‘비싼 것이 더 좋다’고 믿는 경향이 있으며, 럭셔리 브랜드와 여가 활동에 돈을 많이 쓰곤 한다.
 
맥킨지는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왕의 명예’는 행복 추구자형과 성공 추구자형을 모두 만족하게 한 덕분에 성공했다”며 “주링허우는 그룹별로 차이점이 명확하기 때문에 각기 다르게 타게팅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좋은 먹거리와 건강 등 이른바 ‘웰빙 라이프’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중국은 성인의 30%(약 3억 2000만명)가 비만이고 6%는 고도비만이다. 서양보다 비율은 낮지만, 절대적인 수로는 비만 인구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그러다 보니 건강에 신경을 쓰는 비율이 65%다. 1500만명은 피트니스 멤버십 카드를 소유하고 있고, 스포츠 관련 앱 사용자 수는 6500만명에 달한다.
 
이에 맞춰 유명 스포츠 브랜드 아디다스와 리복은 3년 내 각각 3000개·500개 이상의 매장을 중국에 추가로 열 예정이며, 나이키는 ‘나이키 런 클럽’ 앱을 이용해 중국 소비자들의 재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의 주요 음식 배달 앱들은 저지방·글루텐프리 등의 옵션을 제공하며 이들의 요구에 발을 맞춰가고 있다.
 
맥킨지는 “중국에서는 정신과 몸의 조화를 중요시한다는 게 서양식 ‘웰빙’과의 차이점”이라며 “건강 및 웰빙 정보를 가진 대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와 접촉하는 것이 효율적인 소비자 접근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브랜드 국적을 따지지 않는 점도 신소비 행태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해외 브랜드가 많아지면서 브랜드의 국적이 모호해지고, 중국산 제품의 품질이 올라오면서 예전과 같은 해외 브랜드 선호는 줄어들었다. 예컨대 개인 디지털 기기 분야에서 중국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2012년 43%에서 올해 64%로 껑충 올랐다.
 
그렇다고 애국주의적 소비행태로 흐르는 것만은 아니다. 영국의 고급 브랜드 다이슨은 가격이 훨씬 비싼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판매가 전년보다 두배 이상 늘었다. 화장품·유아용품 등은 해외 브랜드에 대한 선호가 뚜렷하다. 중국 소비자들이 품질 대비 가격 경쟁력을 중요시하고, 자신의 취향과 품질·AS 등 따지는 등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게 됐기 때문이란 게 맥킨지의 분석이다.
 
신정호 맥킨지 한국사무소 부파트너는 “사드 보복이 풀리면서 중국 내 한국 제품에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며 “한국산 제품은 가격에 비해 품질이 좋다는 인식이 자리잡혔고, 한국 기업들은 품질관리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중국의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