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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한 달 앞…빨라진 ‘무인점포 시대’

중앙일보 2017.11.28 01:00 경제 1면 지면보기
CU 바이셀프. [사진 BGF리테일]

CU 바이셀프. [사진 BGF리테일]

최저임금 인상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통점의 ‘무인점포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편의점 CU는 모바일 기반의 셀프결제 애플리케이션 ‘CU 바이셀프’를 27일 선보였다. 무인점포로 가는 단계에서 가장 핵심적인 무인결제 시스템이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 들어 앞다퉈 무인점포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5월 서울 롯데월드타워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을 열었으며, 이마트24도 지난 6월부터 무인점포 네 곳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CU, 셀프 결제용 모바일 앱 개발
이마트24는 무인점포 4곳 시범 운영
셀프주유소 1년 만에 77개 늘어

기업·점주 최저임금 큰 폭 인상 부담
임시직 등 고용 줄일 가능성 커져

유통업계의 ‘무인점포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설치된 정맥인증 결제시스템. [중앙포토],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유통업계의 ‘무인점포 시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의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설치된 정맥인증 결제시스템. [중앙포토],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유통점의 무인화 추세는 기술 개발과 최저임금 상승에 기반한 측면이 크다. 최영홍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급속한 최저임금 상승은 결국 무인화·자동화를 통해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단순노무직이 많은 유통 채널에서 이런 현상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바이셀프를 개발한 이은관 BGF리테일 경영혁신팀장은 “점주 입장에선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향후 스마트도어·폐쇄회로TV(CCTV)와 연계해 무인편의점 실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마트24 성수백영점.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 성수백영점. [사진 이마트24]

 
이마트24 무인점포의 경우 매출 측면에서도 효과를 보고 있다. 조두일 이마트24 상무는 “전주교대점의 경우 무인화 전(3~6월)에 비해 무인화 후(7~10월) 하루 평균 매출이 43% 증가했다”며 “무인화 이후 냉장식품 등 간편식의 비중을 높였는데 최근 이 카테고리의 제품 구매가 늘면서 매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편리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9월 문을 연 이마트24 서울 조선호텔점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윤영지씨는 “카드를 긁어 편의점에 들어가고 물건을 사서 바코드를 찍는 게 이제는 익숙해졌다”며 “여성용품의 경우 직원과 대면하지 않아 오히려 편리하다”고 말했다.
 
무인화 바람은 유통뿐 아니라 서점·우체국·카페 등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고 있다. 무인서점·무인카페, 우체국의 무인우편접수기가 그 예다. 셀프주유소도 확산 추세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으로 셀프주유소는 2275개로 1년 전과 비교해 77개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주유소 대비 셀프주유소 비중은 17%에서 19%로 증가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주유소는 영업이익률이 1% 안팎인데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줄일 수 있는 부분은 인건비밖에 없다”며 “최저임금이 매년 15~16% 이상 상승한다고 할 때 셀프주유소 비중은 전체 30%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셀프주유소 4대를 설치하는 데만 비용이 1억원에 달해 영세한 업체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김 회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대부분의 주유소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무인화 바람이 유통·서비스를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는 “미국의 경우 패스트푸드를 시작으로 금융 등 서비스업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맥도날드는 단순작업을 하는 직원을 고용할 때 3만8500달러(약 4200만원), 자동화기기를 설치할 때 3만5000달러(약 2800만원)가 든다는 보고서가 있다”고 말했다. 또 “자동화설비를 갖춘 점포가 늘어날수록 설비비 단가는 떨어지게 되므로 이런 추세는 더해질 것”이라며 “임시직이나 아르바이트 등 단순노무직이 직접적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외식·쇼핑 분야에서 자동·무인화가 늘어남에 따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도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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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전체 직업 종사자 중 12%는 인공지능·로봇으로 대체할 수 있다. 4년 뒤인 2020년에는 대체율이 41%, 2025년엔 7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저임금 일자리나 단순반복 노동 일자리는 빠르게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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