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10분 만에 샤오미 회장을 사로잡은 창업 아이템은?

중앙일보 2017.11.27 18:00
10분 만에 레이쥔(샤오미 회장)으로부터 투자 유치
기업가치 2억 달러(2180억 원) 이상
연간 총 거래액(GMV) 8240억 원
시장 점유율 80% 이상
알리바바 출신
...
 
중국 최대 B2B2C 육아용품 플랫폼 하이파이커(海拍客, Hipac)와 창립자 자오천(赵晨)의 얘기다.  
 
*B2B2C: 기업과 기업과의 거래, 기업과 소비자와의 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
자오천 하이파이커 창립자. [사진 중국기업가망]

자오천 하이파이커 창립자. [사진 중국기업가망]

하이파이커는 자오천이 2015년 2월 창립한 B2B2C 육아용품 업체로, 창립 당시 자오천을 포함해 직원 단 두 명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알리바바 출신으로 순웨이(顺为)캐피털에서 일하고 있는 리루이(李锐)로부터 전화가 왔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하이파이커에 관심이 있다는 내용이었다. 순웨이캐피털은 레이쥔 샤오미 회장이 만든 벤처투자사(VC)다.  
 
자오천은 당장 항저우에서 베이징 순웨이캐피털로 날아갔다. 도착하니 레이쥔을 포함해 1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있었다. 레이쥔은 자오천에게 다짜고짜 프레젠테이션을 시켰다. 단 10분간의 발표 후 레이쥔은 당일 저녁 투자를 결정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6분 만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에피소드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레이쥔 샤오미 회장/순웨이캐피털 창립자. 샤오미는 얼마 전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사진 baike.so.com]

레이쥔 샤오미 회장/순웨이캐피털 창립자. 샤오미는 얼마 전 세계 2위 스마트폰 시장 인도에서 삼성전자와 함께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사진 baike.so.com]

엔젤투자를 잘 하지 않는 순웨이캐피털로선 무척이나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순웨이캐피털은 이후에도 하이파이커의 A, B 라운드 투자에도 참여하며 지원사격을 이어갔다.  
 
시장성과 사업성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창업자 자오천에 대한 믿음이 컸던 이유도 있다. 리루이 순웨이캐피털 파트너는 자오천을 "신중하면서 논리적이고 뚝심이 있다"고 평가했다. 자오천을 포함한 하이파이커 창업팀에 대해서는 "계획에 빈틈이 없다"는 평을 내렸다.  

하이파이커 동업자들은 모두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친한 지인이다.20년 지기도 있고, 가장 짧게 알고 지낸 사람도 7년간 알고 지낸 사이다.

마케팅 총괄(CMO) 우타오(吴涛)는 알리바바에서 10년을 근무했고, 최고기술경영자(CTO) 샤오젠타오(肖建涛)는 알리바바 산하 공동구매 플랫폼 쥐화쏸(聚划算)에서 사업 초기부터 근무했으며, 최고운영책임자(COO) 쉬훙(徐虹)은 알리바바 타오바오 캐시(淘金币) 사업을 일군 경험이 있다. 구매를 담당하는 니환(倪欢)은 자오천의 오랜 친구다.  

우리(창업팀)는 서로 신뢰하고 소통하는 데도 상대적으로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 속도가 상당히 빠르고, 추진도 빠르죠. 웬만해선 결정을 번복하는 일도 없습니다. - 자오천.

자오천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 산하 티몰 인터내셔널에서 9년을 근무했다.
사업 초기의 업무 방향을 정했고, 2년 만에 연간 거래액을 20억 위안(약 3300억 원)까지 끌어올리는 성과를 냈다.
자오천 하이파이커 창립자. [사진 하이파이커 홈페이지]

자오천 하이파이커 창립자. [사진 하이파이커 홈페이지]

자오천은 티몰 인터내셔널에 있으면서 수많은 해외 육아용품 브랜드가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중에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분유 업체와 호주에서 잘 나가는 치약 브랜드 등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티몰 인터내셔널에서는 이들 브랜드의 중국 내 마케팅에 그다지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 자오천이 알리바바를 떠나 하이파이커를 창업한 주된 이유다.  
 
중국 내 입점/마케팅이 필요한 해외 브랜드와 중소 업체가 많다는 것도 하이파이커 창업을 결심한 이유였다. 수백조 원(올해는 약 500조 원에 달할 전망)에 육박하는 중국 육아용품 시장에서 전자상거래 부문은 15~20%, 프랜차이즈가 20%, 나머지 중소기업이 50~60%를 차지한다.  
 
이중 20만 곳에 달하는 중소 육아용품 업체들은 매장 입점에 애를 먹고 있었는데, 상품은 공급하려면 매장마다 일일이 가격, 입고 빈도, 배송, 결제 방식, 공동 마케팅 등을 협상해야 했다. 이는 해외 브랜드로서는 무척이나 까다로운 일이어서 중개상을 낄 수밖에 없었고, 자오천은 이 바로 부분을 공략했다. 이 시장만 해도 5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80조 원이 넘는다.
하이파이커 사무실에 있는 해외 육아용품들. [사진 하이파이커 홈페이지]

하이파이커 사무실에 있는 해외 육아용품들. [사진 하이파이커 홈페이지]

하이파이커는 업체와 중개상 간에 일어나는 모든 업무를 플랫폼화 시키고, 이 플랫폼에서 각 매장들이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가격을 포함한 전국 공급업체의 상세한 상품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셈이다. 물류 배송도 하이파이커가 담당하고 있다. (해외) 육아용품 업체로선 플랫폼 이용법과 애프터서비스에만 신경 쓰면 되는 것이다.  
 
하이파이커가 생기기 전에는 이런 서비스가 없었기 때문에 시장 독점이 가능했다. 한 마디로 B2B뿐만 아니라 B2C도 하는 B2B2C(기업과 기업과의 거래, 기업과 소비자와의 거래를 결합시킨 형태의 전자상거래) 기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하이파이커 사업 현황
-중국 14개 성, 5만 개 이상의 매장에 서비스
-공급업체 2000여 곳 확보
-장기 유지율(재이용) 70% 이상
-시장(B2B) 점유율 80% 이상
-월 거래액 4억 위안(660억 원) 이상
-연간 총 거래액(GMV) 50억 위안(8240억 원)
알리바바 출신이라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현지 벤처 투자자는 알리바바 출신, 일명 아리시(阿里系)라는 신분은 창업 성공률을 높여주긴 하지만 창업 자체가 워낙 굉장히 힘든 일이고 여러 예상치 못한 변수가 많기 때문에 다른 창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소수만이 성공한다고 말한다.  
 
이런 면에서 자오천은 하이파이커의 '재무 관리자'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는 본인의 장점으로 인색한 점을 꼽는다. 하이파이커는 초기 200만 위안(약 3억 원)으로 시작해 절대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수중에 충분한 자금이 있어도 다음 펀딩을 진행한다. 그에게 있어 자금은 극도로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보수적인 자금 운용과 경영 방식은 창업팀의 높은 연령대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5세 이상이다. 중국의 창업자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꽤나 많다.    
 
한편 하이파이커의 기업가치(현재 2180억 원)가 다소 낮게 평가되었다는 외부의 의견에 자오천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가치가 높으면 기대도 큰 만큼 계속해서 호실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한다. 창업 초기인 만큼 기업가치에 목매지 않고 사업에만 집중하겠다는 얘기다.  
 
차이나랩 이지연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