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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수니파 40개국 모아 군사동맹 시동

중앙일보 2017.11.27 17:48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슬람 수니파 40개국 국방장관을 소집해 군사동맹을 발족시켰다.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내 전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P]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슬람 수니파 40개국 국방장관을 소집해 군사동맹을 발족시켰다. 테러와의 전쟁이 이슬람내 전쟁으로 바뀌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P]

 지난 2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이슬람 수니파 40개국 국방장관들이 모였다. 사우디 국방장관을 겸하고 있는 32살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긴급 요청해 소집됐다. 이날 모임으로 ‘이슬람 대테러 군사동맹(IMCTC)’이 본격 활동에 나섰다. 빈살만이 주도해 수니파 국가들의 새로운 안보 동맹이 등장한 것이다.
이날 회의가 열린 계기는 지난 24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한 모스크에서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최소 305명이 사망하고 120여 명이 다친 테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보이지만 이날 회의에서 이집트 테러에 대한 적극적인 해법은 나오지 않았다.  

이집트 테러 계기로 40개국 국방장관 회의 소집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테러 종식 선언
"특히 이슬람 국가들서 테러리즘 패배 보게 될 것"
수니파 내 군사·정치·경제 협력 수위 높아질 전망

"테러리즘, 관용의 종교 이슬람 명성에 먹칠"
빈살만 NYT 인터뷰서 이란 혁명을 근원으로 지목
이란 및 레바논 헤즈볼라 대응 목표 밝힌 셈
서방과 IS의 대테러 전쟁 이슬람내 정파 대립화 전망

대신 빈살만 왕세자의 테러 종식을 강조됐다. 빈살만 왕세자는 “오늘 우리는 테러리즘에 대한 추적을 시작하기로 했다"며 “우리는 많은 나라, 특히 이슬람 국가들에서 테러리즘이 패배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지구 상에서 테러가 사라질 때까지 반테러리즘을 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빈살만 왕세자는 또 “극단주의 테러리즘은 무고한 시민을 죽이고 미움을 전파할 뿐 아니라 관용의 종교인 이슬람의 명성마저 왜곡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이슬람 국가들의 반테러 협력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을 기점으로 군사ㆍ정치ㆍ경제적 협력 수위가 달라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에 오른 뒤 강경 보수 정책을 주도해왔다.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국방장관은 2015년 최연소 국방장관에 오른 뒤 강경 보수 정책을 주도해왔다.

빈살만 왕세자가 이슬람권에서의 테러 종식에 특히 방점을 찍은 것은 경쟁국 이란의 군사적 위협과 레바논 헤즈볼라 등 친이란 무장단체의 지원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빈살만은 뉴욕타임즈(NYT)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아랍 내에서 기독교와 유대교를 존중하는 문화도 있었으나, 1979년 이란에서 발생한 이슬람 혁명의 여파로 사우디가 강경 이슬람 세력에게 흔들린 지난 30년이 비정상이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여성 운전 허용 등 온건 이슬람 노선으로의 탈바꿈을 시도 중인 그가 극단주의 이슬람의 등장, 즉 테러단체 발호의 원인으로 이란을 꼽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강력한 수니파 군사동맹의 등장은 서방과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단체 간의 대테러전쟁이 이슬람권 내부 전쟁으로 비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 또는 도입을 확정한 미국산 사드(THAAD) 미사일.

사우디아라비아가 보유 또는 도입을 확정한 미국산 사드(THAAD) 미사일.

IMCTC는 빈살만 왕세자가 2015년 12월 테러 대응을 위해 추진한 연맹으로, 지난해 3월 한 차례 모인 뒤 이번이 두 번째 회의다. 당초 사우디를 포함해 수니파 국가 위주로 41개국이 참여했지만, 사우디가 테러 지원을 이유로 카타르와 단교하면서 40개국으로 줄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이집트 등 사우디의 전통적인 수니파 우방을 비롯해 모로코, 수단, 세네갈 등 아프리카의 이슬람국과 터키 등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선 테러 대처를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방안에서 나아가 대테러 미디어 전략, 심리전, 테러자금 차단, 군사 협력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빈살만은 지난 19일에는 북아프리카ㆍ아시아 등 비아랍계 이슬람 국가까지 포함한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의를 긴급 소집해 이란과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아랍권 국가의 안보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행사에선 참여국이 배로 늘었다.
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빈살만 왕세자가 세 결집에 나서는 데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수니파의 리더인 사우디와 시아파 맹주 이란의 역내 대리전이 예멘에서 레바논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시점에서 군사동맹이 발족해 긴장감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셰이크 무함마드 알타니 카타르 외무장관도 “사우디 주도의 새 연맹이 지역의 분파주의를 확대하며 중동 긴장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압둘라 살레흐 IMCTC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종교 분파나 종교, 인종이 아니라 테러리즘이 우리의 적”이라고 말했다.    
런던=김성탁 특파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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