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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습격 남성, "최순실에 보복당할까봐" 일행있는 척

중앙일보 2017.11.27 17:24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자택에 침입해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에 대해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25일 범행 당시 상세한 상황도 추가로 알려졌다.
 
27일 오후 3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이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가 열렸다. 경찰은 25일 오후 정씨의 집에 침입해 집 안에 있던 정씨 지인을 다치게 한 혐의(강도상해)로 이씨를 붙잡아 26일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저녁 구속영장이 발부돼 이씨는 구속됐다.
 
지난 25일 오후 3시쯤 정씨의 집이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빌딩을 찾아간 이씨는 경비원을 흉기로 위협해 정씨 집까지 함께 올라갔다. 장난감 총으로 위협해봤지만, 경비원이 믿지 않자 흉기를 꺼내 들었다.
 
정씨의 집은 이 빌딩 6·7층이 내부 계단으로 연결된 복층 구조다. 정씨의 아들을 돌보는 보모가 택배를 가져왔다는 경비원을 보고 문을 열었다. 택배가 아님을 눈치챈 보모가 문을 닫으려 했으나이씨는 그대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어 이씨는 방으로 도망간 보모를 쫓아가 주민등록증을 요구했다. 보모의 주민등록증을 들고 미리 준비한 전원도 들어오지 않는 공폰으로 누군가와 통화하는 시늉을 했다. 이 때문에 이씨와 범행을 준비한 배후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은 생활고로 인한 강도질 외에 다른 동기는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 진술에 따르면) 보모의 주민등록증을 받아 통화하는 시늉을 한 건 최순실 쪽에 보복을 당할까 두려워 일행이 있는 척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집에 침입한 이모 씨가 정 씨 지인을 다치게 한 혐의(강도상해)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집에 침입한 이모 씨가 정 씨 지인을 다치게 한 혐의(강도상해)로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정유라 나와"라고 소리치던 이씨는 인기척을 듣고 정씨와 마필관리사 A(27)씨가 있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A씨가 이씨와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문을 잠그고 방 안에 있는 정씨가 경찰에 신고 전화를 걸었다. 오후 3시 5분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오후 3시 18분쯤 현장에 출동해 이씨를 제압했다. A씨는 흉기에 찔려 한양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해칠 의도는 없었고, A씨도 고의로 찌른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정씨 아들을 보고 흉기를 뒤로 감추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카드빚 2400만원을 갚기 위해 강도질을 계획했다"며 "정씨에게 현금 2억원을 요구할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최씨가 구속되고 재판을 받게 되면서 집에 현금을 마련해뒀을 거란 생각이었다.
 
이씨는 지난 19일께 범행을 결심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은 기사를 통해 정씨 자택 위치를 파악하고, 거주층으로 올라가는 방법까지 미리 파악했다. 경찰은 이씨가 근처 지하철역에서 정씨 집으로 가는 길을 수차례 사전답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범행 후 택시, KTX, 전철 등을 이용해 도주한 뒤 서울로 돌아올 계획도 세워뒀다. 이씨는 최근 수년간 특별한 직업 없이 지냈지만, 이전에는 해기사 자격으로 원양어선에서 10개월 근무한 적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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