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체 밑에 숨어 살아남아”…끔찍했던 이집트 테러 당시

중앙일보 2017.11.27 16:12
지난 24일(현지시간) 이집트 시나이반도 비르 알아베드 지역의 이슬람사원에서 벌어진 최악의 테러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소 305명 숨진 이집트 최악의 사원 테러에
정부와 반목했던 베두인족마저 "협력하겠다"
사우디 주도 수니파 국가들도 "테러 박멸하자"

2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발생한 테러로 최소 305명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24일(현지시간) 이집트에서 발생한 테러로 최소 305명이 사망했다. [AP=연합뉴스]

 
CNN은 이 테러로 9명의 가족을 잃은 한 남성의 인터뷰를 인용해 “공격을 받았을 당시 그 누구도 사원 밖으로 빠져나갈 수가 없었다”고 보도했다. 수십 명의 무장괴한이 조직적으로 공격해 창문으로 수류탄을 던지고, 도망치는 이들을 향해 무차별적 총격을 가하는 상황에서 몸을 피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이 남성은 또 “심지어 구급차도 공격받았다”고 당시 상황의 끔찍함을 전했다.  
 
이날 공격으로 형제와 조카를 잃은 또 다른 생존자는 CNN에 “총격을 가한 괴한들이 사원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을 찾고 있을 때, 시체 밑에 숨어 공격을 피했다”고 말했다. 방송은 이들의 인터뷰를 보도하며 “생존자들은 현재 극도의 불안감에 떨고 있으며, 이름을 밝히지 못할 정도로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보복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격당한 이슬람 사원. [EPA=연합뉴스]

공격당한 이슬람 사원. [EPA=연합뉴스]

 
이집트 정부는 이 테러로 지금까지 최소 305명이 숨지고 120여 명이 다쳤으며, 사망한 이들 가운데는 어린이도 27명 포함돼 있다고 발표했다. 생존자들의 말에 따르면, 당시 약 30여 명의 무장 괴한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며, 마스크를 쓰고 수류탄과 자동화기 등으로 신자들을 공격했다.
 
공격의 배후가 누구인지, 왜 이 사원을 공격했는지 등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괴한 중 일부가 IS의 깃발을 들고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산악지대와 사막이 넓게 펼쳐진 시나이반도에 자리 잡은 IS 시나이지부는 그간 이집트군이나 이집트의 기독교 분파인 콥트 교도들을 테러 표적으로 삼고 공격해왔다.
 
관련기사
한편 이집트 정부는 “순교자들에 대한 복수를 하겠다”며 공습을 하는 등 강력한 대처에 나섰다. 또 시나이반도 지역의 원주민이라고 할 수 있는 베두인족도 테러소탕작전에 협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집트 중앙정부로부터 차별을 받아온 베두인족은 정부와 오랫동안 반목해 왔으나, 테러범들의 공격이 날로 험악해지자 이 같은 방침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간 이집트 정부는 이들이 무장하는 것을 꺼려왔기에, 대테러작전에 베두인족이 어떤 방식으로 얼마큼 협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수니파 사우디아라비아를 주축으로 세워진 이슬람대테러군사동맹(IMCTC)도 “테러를 뿌리 뽑겠다”고 나섰다. 사우디를 비롯한 41개국이 모인 IMCTC는 26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주도로 회의를 열고 “테러가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추적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러나 사우디 주도의 IMCTC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지면, 사우디의 적국인 이란을 중심으로 한 시아파 국가들을 자극할 수 있어 중동의 긴장이 더욱 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