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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립중 교장, 교사 채용 지원한 사돈에 최고점

중앙일보 2017.11.27 15:46
서울교육청은 특정감사를 통해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의 교사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 해당 교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으나 해당 학교 법인은 '경고'로 낮춰 처분했다. [중앙포토]

서울교육청은 특정감사를 통해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의 교사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 해당 교장에게 '정직' 처분을 내렸으나 해당 학교 법인은 '경고'로 낮춰 처분했다. [중앙포토]

서울 강남구의 한 사립중학교에서 지난해 정교사를 공개 채용하면서 이 학교 교장이 자기 사위의 형을 심사해 면접과 수업시연에서 최고점을 줬다. 해당 지원자는 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이 학교 정교사로 채용됐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장 등 학교 관계자를 포함해 심사위원은 자기 친인척 등 특수 관계인이 지원한 공개채용 전형에 배제하게 돼 있다. 
 

서울교육청, 강남구 한 사립중 채용 비리 적발
교장, 사위의 형 면접·수업시연에 최고점 줘
70대 1 경쟁 뚫고 사돈이 정교사로 채용돼
교육청 "교장의 특수관계 심사는 규정 위반"
교장 "적절한 절차 따라 임용했다" 반박

2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한 사립중학교는 체육 과목 정교사 1명을 뽑는 공개채용을 했다. 교장과 사돈 관계인 응시자가 최종 합격했다. 공개채용엔 이 응시자를 포함해 약 70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교장은 공개채용에 심사위원으로서 직접 참여했다. 응시자는 면접과 수업 시연을 거치게 돼 있다. 교장은 해당 응시자에게 각각 1위에 해당하는 높은 점수를 줬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사돈 관계도 넓은 의미의 가족에 해당하는 만큼 교장은  해당 응시자의 심사위원이 될 수 없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립학교법에선 심사위원이 자기와 특수관계에 있는 사람을 직접 심사해야 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즉시 이를 알리고 심사위원을 그만두게 돼 있다.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법에 기초해 사립학교의 교원선발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정리한 내용.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이 사립학교법에 기초해 사립학교의 교원선발 방법에 대한 지침을 정리한 내용. [서울시교육청]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특정 감사를 통해 이 같은 채용 비리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교장에 중징계에 해당하는 정직 처분을 내리도록 학교 법인에 요구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징계 요구에 대해 “교장이 자신과 특수 관계인 응시자를 심사하는 자리에 자신을 제척하지 않고 참여해, 함께 시험장에 있던 다른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채점하는 데 암묵적으로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당 학교 법인은 경징계인 '경고' 처분을 내리는 데 그쳤다. 이에 교육청은 법인 측에 학교장에 대한 징계를 다시 심의할 것을 통보한 상태다. 
 

학교 교장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체육 교사는 10여 명의 심사위원에게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적정한 절차에 따라 채용됐다. 채용 과정을 문제 삼는 것은 해당 교사에 대한 인권 침해다. 더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립학교의 교원 임용 절차 [서울시교육청]

사립학교의 교원 임용 절차 [서울시교육청]

국회 교육문화관광위원회 소속 김병욱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2013~2017년 사립학교 초·중등 교원 채용 비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학교 관계자 234명이 채용 비리에 연루돼 징계를 받았다. 한 해 47명꼴이다.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2013년 20명에서, 2014년 23명, 2015년 56명, 지난해 76명으로 늘었다. 올 들어선 9월까지만 62명이 징계를 받았다.
 
지난 8월 서울 중랑구의 한 사립 여자고등학교에선 교장의 조카가 250대 1의 경쟁을 뚫고 정교사로 채용됐다. 이때도 교장이 직접 수업 실연과 면접 평가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높은 점수를 줬다. 해당 교장은 이런 드러나 정직 처분을 받았다. 2015년에는 서울 양천구의 한 사립고교에서 정교사를 3명 채용했는데 그중 1명이 당시 교장의 손녀로 밝혀졌다.
 
이렇다 보니 예비 교사들 사이에선 사립교사 채용에 대한 신뢰가 낮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올해 임용시험을 치른 김모(27)씨는 “사립학교에서 정교사를 모집한다고 해도 잘 응시하지 않는다. 말만 공개채용이지, 내정자가 있고 다른 응시자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학사모) 최미숙 대표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교사 채용 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입게 된다.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으면 학생·학부모가 교사에 대한 기대와 신뢰를 잃게 되고 교권이 추락하고 공교육이 무너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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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립학교 채용 비리가 끊이지 않자 일부 시도 교육청은 교사 채용 절차를 교육청에 위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사립학교 법인이 교사 채용을 교육청에 위탁하면 교육청에서 ‘공립교사 선발 임용시험’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교원을 선발해 사립학교로 보내주는 것이다. 
 
사학법인의 참여는 미미하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올해 138개 사립학교 법인 중 16곳의 교사 채용을 대행하는 데 그쳤다. 사립학교 측은 교육청의 교사 채용 대행에 대해 “인사권 침해”라고 본다. 한 사립고등학교 교장은 “채용 비리는 일부에 불과하다. 교육 당국이 교사 채용을 대행하겠다는 것은 사학의 자율성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자 침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립학교 교원의 인건비 대부분을 정부가 재정보조금으로 지원하는 만큼 교사 임용을 사학에 전적으로 맡겨둬선 곤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사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다양성은 인정하되, 원칙에 위배된 부분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엄단해야 한다”며 “특히 채용 비리는 공공성과 책무성이라는 교육의 근본적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인 만큼 사학이 교육 당국의 관리와 통제를 받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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