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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땅 가로채려 개명까지 한 토지사기단…국가 상대 소송도

중앙일보 2017.11.27 14:13
땅 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개명하는 수법으로 토지 매매 계약금 수억원을 챙긴 토지 사기단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땅 주인 행세를 하면서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 소송까지 제기했다.
27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허위개명을 통한 수억 원의 토지사기를 벌인 사기단 적발' 관련 브리핑에서 형사 4부 정진우 부장검사(왼쪽)와 김동민 담당 검사가 사기에 이용된 위조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최규진 기자

27일 오전 서울 북부지방검찰청에서 '허위개명을 통한 수억 원의 토지사기를 벌인 사기단 적발' 관련 브리핑에서 형사 4부 정진우 부장검사(왼쪽)와 김동민 담당 검사가 사기에 이용된 위조 서류를 살펴보고 있다. 최규진 기자

'가짜 땅 주인' 김모씨(70) 일당은 경기 파주시 소재 임야 5만 ㎡(1500여평)의 실제 땅 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개명해 토지를 가로채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땅은 1954년 이후 부동산 등기가 변동된 적이 없고, 소유자 이름과 주소만 기재돼 있는 곳이다. 1984년 이전에 등록된 토지의 등기부 등본에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주인을 정확히 식별할 수 없다는 점을 노렸다. 이들은 국가기록원에서 조선총독부가 발행한 파주·양평 일대 토지의 토지조사부 등을 활용해 범행 대상을 물색했다.

허술한 예전 토지 등기부등본 악용
사망자 이름으로 개명해 주인 행세
국가 상대로 소유권 확인 소송까지

 
범행 대상을 선정한 김씨 일당은 2015년 10월 동사무소에 실제 토지 소유주와 동일한 이름으로 개명을 신청했다. 김씨가 이때 제출한 법원 결정문은 위조한 서류로 드러났다. 실제 토지 소유자는 10여년 전에 사망한 상태였다. 동사무소 측은 김씨가 제출한 결정문이 위조된 것인지 몰랐다.
 
같은 해 12월 김씨 일당은 땅 주인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 김모(54)씨 등 4명에게 접근했다. 이들은 “공시지가 23억 원짜리 토지 5만 ㎡를 18억 원에 싸게 넘기겠다”고 제안했다. 피해자들은 등기부등본에 쓰인 이름만 보고 김씨를 실제 땅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계약금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김씨 일당에게 지급했다.
김씨 일당이 위조한 제적등본과 주민등록초본 서류. 최규진 기자

김씨 일당이 위조한 제적등본과 주민등록초본 서류. 최규진 기자

이들의 범행은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소송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피해자들이 등기부상 면적과 토지 대장상 면적이 일치하지 않아 나머지 토지 대금 지급을 미루자 김씨 일당은 등기부 면적과 토지대장 면적을 일치시키기 위해 국가를 상대로 소유권 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이때 위조된 제적등본을 제출했다. 1940년대 일제시대 당시 최초 소유자의 손자인 척 꾸민 것이었다.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면서 주민등록초본 주소를 위조하기도 했다. 결국 이 과정에서 위조된 서류의 글씨체가 이상하다고 의심한 등기소 공무원에 의해 꼬리를 잡혔다.
 
서울 북부지검은 자신의 개명에 관한 법원결정문을 위조해 본인이 땅 주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토지 매매 계약금을 챙긴 김모(70)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앞서 총책 신모(67)씨 등 3명은 비슷한 수법의 범죄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신씨 등 공범 6명도 공문서 위조·위조공문서행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최규진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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